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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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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반미주의자에게

너무 흥분하지 마시지요. 우리는 친미 사대주의자가 아니라 용미(用美) 실리주의자입니다. 영국의 정치사상가 토마스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Leviathan)에서 인간에게는 최고악(summum malum)이 있다, 그것은 죽음이다라고 했고, 인간의 행위의 기본 방향은 이 최고악을 어찌하든지 극복하고 피하는 방향으로-즉, 살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했습니다. 인간 윤리의 기본 구조는 바로 이같은 생존의지에 있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사회에 있어 최고악은 소위 "자연상태"(state of nature)인데, 인간 사회는 자연 그대로 두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 떨어져 일종의 무정부상태가 된다, 그러면 너나 없이 다 망한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한 필요악으로서 인간들의 합의에 의해 "정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던 거죠.

그렇다면 한국에 있어 최고악은 무엇입니까? 내 생각으로는 공산 북조선에 의해 남한이 적화되고, 국민들이 김정일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았습니까? 참고로 월남의 패망 이후 벌어진 강제수용소의 참상에 관한 글을 퍼온글게시판에서 찾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아마도 제목이 "베트남수용소"??). 월남이 적화된 후  강제수용소에 끌려가서 6백만명의 월남인이 죽었다면, 아마 한국에서는 전 국민의 절반은 희생당할 겁니다.

우리는 이같은 한민족의 최고악-전 국민이 거주이전의 자유도, 민족정기도 문화 언론도, 사상의 자유도, 집회 결사 및 자기 향상의 자유도 종교신앙의 자유도  모두 파괴되고 오직 김정일과 그 자식만을 절대군주로 섬기게 되는 예속의 비극을 벗어나기 위해 이북에 대해 강력한 대항 군사력을 구축하고 24시간 대처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 육이오는 그들에 의한 지배가 어떠할지에 대한  충분한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습니다. 3백만 국민이 누구에 의해 죽거나 실종되었습니까(다만, 전쟁 후 50여년이 지나고 육이오 체험 세대들이 은퇴하면서 이를 전혀 겪지 못한 철없는 세대들이 경박한 가치관에 입각하여 북조선의 죄상을 미화하고 오히려 미국을 비난하는 심히 얕은 주장을 하는 게 요즘 추세이지만)?

우리는 바로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최고악을 막기 위한 차악(次惡)내지는 필요악으로서 미국의 군사력을 받아들이고 이용하는 겁니다. 그게 김정일 도당의 항구적인 노예가 되는 것보다는 "실리적으로"  낫다고 여겨지기 때문이지요. 아셨습니까? 일본과 독일이 미국의 군사적 우산 아래 막강한 경제 대국이 되었듯이, 우리도 미국의 도움을 힘입어 김정일의 침략을 막고 이 정도의 번영과 평화와 안녕을 유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무조건 반미를 논하기에 앞서 이같은 선후 차서를 따져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도 님 같은 생각을 안해본 게 아니고, 미국이 우리에게 보이고 있는 다양한 부정적 측면들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최고악을 막기 위해-극복하기 위해서 현실에 적응하려 애쓰는 것이지요. 나나, 님이나 다 이 땅에서 살면서 대대로 후손을 가질 터인데 우리나 우리 후손들이 김정일의 노예로서 비참하게 살아간다면 이같은 비극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자중하십시다.

때가 되면 김정일 도당은 무너질 것입니다. 역사의 썰물이 임할 그 때, 모든 독재자들은 무너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주도로 평화 통일이 이루어지기에 이른다면 미국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그때 되면 미국은 더 이상 있을 명분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인내하면서 미국을 이용하는 것이 실천적인 지혜인줄 아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