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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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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 영화를 보고

이미 많은 국민들이 "블랙호크 다운"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93년도 미국 클린턴 정부 당시 소말리아 사태에 개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것을 영화화한 것이다.
나도 당시 신문보도를 기억이 난다.
소말리아인들이 미군 전사자의 시체를 길가에 질질 끌고 다녀서
매우 충격을 주었던 사진을 보았었다.
그 당시에는 사건의 진상을 몰랐는데 영화를 본 후에야 비로소 그 전개과정을
알게 되었다.
소말리아의 기아는 당시에 신문지상을 뜨겁게 하였던 것이 생생하다.
오죽하면 당시 우리 국민들이 농담으로
'나라 이름이 오죽하면 소를 말려 죽이는"소 말리아"냐' 하고 수군대었었다.
그런데 30만이 굶어 죽는 소말리아의 기아에는 아이디드라는 군벌이
유엔 구호품을 장악하고 국민들에게 주지 않아서 악화되었다는
것이 영화 초반에 배경으로 나온다.
우리 한반도의 김정일이 생각난다. 그 또한 우리와 미국에서 보낸 구호품을
어디로 빼돌리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그럼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디드의 측근은 미군 물러가라 하면서
"이것은 내전이요 혁명이니 미국은 간섭말라"라고 강변한다.
여기에 분개한 미국 장군이 쏘아 댄다.
"30만을 굶겨 죽인 것이 혁명이냐? 이건 인종학살(genocide)이다."
여기에서 미국의 개입 명분은 확실하다.
자기 국민들을 굶겨 죽이는 지도자는 비록 남의 나라라도 인류의 공적으로
처벌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볼 때에는 걍 그들이 굶어 죽도록 놔두지 식량은 왜 전해 주며
그것을 전해주겠다고 전쟁하다 죽는 미군은 또 무슨 헛고생인가?
사서 고생하는 미국인들이군... 할만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나같은 한국인과 그 정반대로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에서 난 역시 우리 한국인은 한국인일 수 밖에 없으며(반도에 갇혀 있는!),
미국인들은 미국인일 수 밖에 없다(세계 일류국 국민이라는...)고 깨닫게 된다.
그런데 클린턴 정부는 이 목표를 달성하려는데에 너무 조급했다.
당장 가시적인 전과를 올리기 위해서 미국의 특수부대들에게
아이디드의 참모들을 잡아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남의 나라 한 가운데에, 그것도 적들의 총,포가 우굴하는 속을!
우리는 흔힌 클린턴이 디제이 정부를 지지해준 것으로 보아 덜 공격적이고
온순한 것처럼 오해하지만 실제는 아니다. 이렇게 남의 나라에 걍 들어가서
잡아오겟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북한에게도 충분히 이런 무모한 생각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다만 소말리아가 더 만만한 것처럼 생각되고 그 저항력을 과소평가하였을
뿐이다.
그래서 너무나 무모한 작전명령을 내리고 그에 따라 적지에 별반 지원없이
투입된 미국 특수부대들은 소말리아 군의 강력한 저항을 받고 희생이 속출한다.
영화는 아주 생생하게 전투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난 그것을 보면서 미국이 소말리아의 전력을 너무 얕잡아 봤구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소말리아인들은 굶어 죽어가면서도 길가 시장에서 중화기들을 에사로 사고 파는
아주 중무장한 국민들이었다.
웃기지 않는가? 굶으면서도 중화기들을 확보하려고 혈안이 된 가난한 국민들이..
우리나라라고 언제 그런 지경이 되지 말라는 법 없다.
우리나라도 질서가 잠깐 없어지고 미군이 나가면 바로 영화의 소말리아처럼
동대문 시장에서 기관총이 거래되고 국민들이 먹을 쌀을 팔아서 바주카포를 사야 할 지경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중화기들을 소말리아 국민들에게 팔아먹는 무기상들이 더 나쁜 놈들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세게 곳곳에 미사일등 무기를 파는 북한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정치가들의 욕심에 의해 무모한 명령을 받은 군인들이 헛된 희생을 하는
경우는 일찌기 2차대전 당시의 "마켓가든 작전"을 다룬 "멀고먼 다리"라는
영화에서도 볼 수 있거니와 정치가들이 자기 정책의 빠른 결말을 보려고 조바심
낼 때에 비극은 탄생한다.
지금 햇볕정책에서 어떻게든 선거 전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보려고 광분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을 보면 바로 그런 비극을 낳을 위험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많은 영화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보고 머 전우애라단지 전쟁의 비참함이 그 주제라고 헛소리를 내꽈리고 있지만
내가 본 바로는 이 영화의 제작자는 바로 이 욕심에 쩔은 정치가들의 독선과
고집과 성과 끄집어내기가 초래하는 비극을 증명하고 그에 항의하는 의도가
분명하다.
영화 결말에서 그 흔한 미국 찬양 하나 없고 단지 무표정한 한마디
"클린턴 정부는 소말리아에서 델타포스를 철수시켰다..."
이미 없어진 클린턴 정부를 향한 이 한마디 만큼 신랄한 비난이 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