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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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憲裁 존재의의는 대중선동정치 막는 것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최근 국회의 탄핵심판 국회지원변호인단을 수락한 한병채(韓柄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만나 헌법재판소의 의의와 현 시국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결정에 대해 탄핵반대 측에서는 ‘의회쿠데타’나 ‘헌정질서중단’이라는 평가를 내리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헌정중단도 아니고 의회쿠데타도 될 수 없다. 국회는 헌법에 의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국회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국정운영을 해온 대통령에게 헌법에 주어진 권한을 사용, 탄핵한 것이다. 이것은 정상적인 헌정질서다.
오히려 이 정상적 헌정질서에 대해 쿠데타니 헌정중단이니 하며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것이야말로 쿠데타적이고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행태이다. 게다가 사회안정을 도모해야 할 공익기관마저 나서 법을 무시하고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민주주의발전에 심각한 위협이다.

- 결국 지금의 혼란은 국회의 합법적 탄핵이 아니라 국회의 합법적 탄핵을 불법적인 양 몰아가는 선동정치에 있다고 봐도 될지?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한 이유는 노 대통령이 앞장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반목케 하는 대중선동정치를 해오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부정선거를 획책한 데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서로 다른 당적을 가지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헌법에 따라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이다. 그런데 친노세력은 이런 합헌적 탄핵절차를 부정하며 대중을 선동, 분열과 반목,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바른 생각을 하는 이들도 친노세력의 협박이 두려워 몸조심을 하고 침묵하는 과정에서 친노세력은 마치 이 혼란이 정당한 것인 양, 다수의 목소리인 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누군가는 헌법을 수호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헌법수호에 용기를 가지고 바른소리를 하고, 비민주적 질서를 용납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국회에서 탄핵자문을 요청했을 때 승낙을 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헌법을 수호하고, 민주헌정을 수호해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대통령탄핵사유로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탄핵소추안에 나온 대통령탄핵사유는 대통령탄핵사유 중 몇 가지 예시에 불과하다. 몇 가지 예시를 가지고 형식논리를 들어 탄핵사유가 된다, 안 된다 하는 것은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부정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 탄핵이 법적으로 정당한 절차였다 해도 야당이 탄핵을 당리당략적으로 결의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당리당략으로 볼 수 없다. 우선 헌법개정과 같이 어렵게 규정해 놓은 대통령탄핵이 의결됐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이유로 들 수 있다.
헌법은 특정 고위직공무원을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과반수의 찬성을 통해서만 탄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기 한 가지 예외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해 놓은 것이다. 대통령탄핵요건을 헌법개정과 같이 어렵게 규정해 놓은 것이다. 왜인가? 그것은 특정당파가 당리당략적으로 또는 국회의원 몇 명이 모여서 쿠데타식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이번 탄핵은 정치인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자민련, 무소속까지 찬성했다. 그야말로 당리당략이 다른 정당들이 합심한 것이다. 특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천탈락자들마저 모두 합심했다. 나도 의정생활을 수차례 해보았지만 공천탈락자는 자신을 정치적으로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 당에 대한 반감과 분노로 당이 가는 길로 반대로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감정을 가진 공천탈락자들까지 전부 힘을 합한 것이다. 193명이면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감옥에 가서 투표가 불가능한 의원들을 제외한 의원 중 97%에 가까운 수치다. 대통령이 얼마나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탄핵에 동의했겠는가? 이대로 4년을 더 가다간 나라가 큰일난다는 위기감 때문이 아닌가?

- 대통령 등이 직무상 헌법과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 탄핵할 수 있다는 헌법 제67조에 대해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중대한’ 위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는데?

‘중대한’ 위법이 있어 탄핵사유가 되는지 여부는 국회가 판단한다. 게다가 일반 고위직공무원 탄핵과 달리 대통령탄핵에 헌법개정 정족수, 즉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것은 중대할 때에만 탄핵하라는 헌법적 명령이고, 현실적으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대통령이 탄핵됐다면 국회가 ‘중대한’ 위반이라고 결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국회가 정당한 근거에 따라 합법적으로 탄핵을 의결했는데도 국민들의 반대여론이 높은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지?

우리 민족은 ‘임금을 마음대로 몰아낼 수 없다’는 왕권사회와 ‘기본권의 중요성을 무시해온’ 일제시대를 살아왔고, 해방 후에도 대통령의 절대권력으로 국가가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의식, 대통령도 국민이 약속한 헌법의 범위 내에서 일하는 것이고 헌법을 어기는 대통령을 공직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의식이 덜 깨어 있다.
거기에 친노세력이 마치 대통령을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큰 반역인 양, 쿠데타인 양 선동하면서 국민들도 일시 부화뇌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이 나라의 주인이며,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그를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민주의식을 깨닫게 되면 여론은 진정될 것으로 본다. 세계사적으로도 선동정치, 독재정치가 최후의 승리를 거머쥔 사례는 없다. 다만 시기적으로 4월 총선 이전에 이러한 진정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 TV방송이 탄핵반대선동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TV영향력이 증대하면서 대중선동은 더욱 쉬워졌다. 문자매체는 그나마 읽으면서 생각하고, 판단하게 되는데 TV는 즉흥적으로 감각적으로 감정에 파고든다. 감정이 선동되면 진실성 여부를 떠나 흥분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이용한 것이 히틀러 같은 대중선동 독재자들이다. 가장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사람들이 게르만인이라고 하는데, 히틀러는 ‘나의투쟁’에서 그런 게르만인들을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호소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또 그를 통해 대중을 거머쥐었다.
레닌이 혁명을 일으킬 때도 가장 먼저 언론을 장악했다. 언론을 이용해서 가난한 대중들을 선동, 거짓을 진실로 위장했다. 그런 레닌이 집권 후 언론을 완전히 탄압했다.
그러므로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확고한 신념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언론이 권력을 비호하는 선동도구로 전락하고, 방송매체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소위 보수적인 신문매체를 비난해 비판의 자유마저 빼앗아버리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 헌재의 결정에 현재 비등한 탄핵반대여론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헌재는 여론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 만일 받는다면 헌재의 가장 기본적 기능에 실패한 것이다. 헌재가 생겨난 것이 대중선동정치에 의해서 절대권력을 합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런 대중선동에 영향을 받는다면 헌재의 존재의의가 없다.

- 헌재가 담당하는 기능에 대해 정리해주신다면?

전문가들이나 법조인들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헌재는 대중선동정치에 기반한 독재권력이 합리화되는 것을 헌법적 차원에서 막기 위해 생겨났고 지금도 그러한 기능을 근간으로 한다.
과거 히틀러는 청년친위대를 모아 대중을 선동, 입법부와 사법부를 무력화시키고 독재권력을 구축한 뒤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러나 독일의 학자들은 히틀러의 독재권력을 정당화시켜주는 ‘형식논리’를 만들어줬을 뿐 독일의 헌정을 지켜내는 데 무력했다.
이후 독일은 독재권력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무력화시키고 지식인들이 형식논리로 이를 합리화시키는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가권력을 헌법적 차원에서 통제하는 최고기관을 둬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헌법재판소다.
독일은 오스트리아의 헌재를 바탕으로 민주주의의 선진국인 미국의 연방최고재판소(Supreme Court)를 많은 부분 모방했다. 흔히 우리의 대법원으로 번역되는 미국의 연방최고재판소는 사실상 대법원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연방 내 50개 주의 약속인 미국헌법을 수호하는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과거 헌정사에서 독재권력의 문제점을 그 어느 나라보다 뼈저리게 느껴온 우리 나라도 1987년 민주화 당시, 독재권력이 합리화되는 것을 막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보루로서 헌법재판제도를 도입했다.
따라서 헌법제판제도는 헌법의 기본정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시장경제를 지키는 데 있다.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회도, 법원도, 대통령도, 헌재도 아닌 국민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기관이 헌재이다.
이번 탄핵정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당하고 합헌적 국회탄핵에 대해 이를 반대하는 ‘형식논리’를 만들어내는 기회주의자들의 ‘법률재주’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지켜내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역할이다.

- 그동안 노 대통령은 집권 이후 계속 헌법과 법률을 위반, 비판을 받아왔는데 탄핵소추의 직접적 사유 이외에도 기존의 위헌 및 위법사례도 고려되는 것인지?

형사소송에 준하는 헌법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양측의 공방이 진행되다보면 새로운 주장이 많이 나올 수 있다. 특히 국회가 제시한 탄핵소추사유는 예시에 불과하므로 일반 소송에서 준비서면이 계속 제기되듯, 헌법재판에서도 공방을 하다보면 기존의 위헌 및 위법사례가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헌재는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볼 것이다.

- 헌재의 최종판단이 총선 전에 가능할 것으로 보는지?

총선 전에 결론을 못 낼 것이다. 탄핵심판도 일종의 재판이다. 피소추인을 2번까지는 불러야 하고, 구두변론을 해야 하고, 공개재판을 해야 한다. 이들 절차만 하더라도 총선 전까지는 어렵다. 게다가 소추인과 피소추인 측에서 자료를 내야 하고, 헌재에 송달하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증인을 불러야 하고, 사실조사도 해야 한다. 이러다 보면 최소 6개월 정도는 걸릴 것이다. 헌재가 아무리 신속히 결정을 내린다 해도 몇 달 걸릴 것이다.

- 강금실 법무장관은 15일 “헌법재판소법상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절차를 따르도록 돼 있기 때문에 검사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것처럼 탄핵소추안을 낸 국회가 소추안을 취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탄핵취소가 법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경험적으로 탄핵이 되면 스스로 물러나는 예는 많아도 탄핵을 취하한 예는 드물다. 법리적으로도 강 장관의 검사의 공소취소논리처럼 무리하게 국회가 탄핵을 취소한다면 국회재적 3분의 2 이상으로 된 것이므로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결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총선 전이건 후이건 국회재적 3분의 2 이상이 쉽게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탄핵결의가 쉽지 않았던 것처럼 취소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지금 우리의 헌법은 헌정 사상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장 민주적 헌법이다. 대통령은 지지세력에 의해 뽑힐지 모르지만,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취임한 이상 국민 전체를 단결시키고, 화합시켜야 하며 국민전체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해야한다.
대통령이 마치 시민혁명을 하는 것처럼 특정세력을 대변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대립시켜 사회혼란을 야기시켜선 안 된다. 그리고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대통령탄핵의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오히려 국회의 정당하고 합헌적 탄핵심판을 가지고 국민을 대립, 분열시키려는 행위는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고 헌정질서를 무시, 파괴하는 혁명적 수단밖에는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한병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