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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에서의 전투(Tunnel Rat's War)

홍희범/김세랑, 베트남전쟁(VIETNAM WAR), 서울: 호비스트, 2001년. p. 80~81에 실린 글입니다.

사진을 올릴 줄 몰라서 사진 밑의 해설만 ▲ 에 적었습니다.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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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굴에서의 전투(Tunnel Rat's War)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이 프랑스군과 그 뒤를 이은 연합군을 괴롭힌 효과적인 수단중의 하나가 바로 ‘땅굴’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적의 눈을 피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소는 지하.
  베트남인들은 땅을 최고의 은신처 겸 기지로 활용했고, 느닷없이 지상으로 나타나 작전을 벌이고 땅굴을 통해 도망치는 이들을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베트남의 토양은 비교적 파고 들어가기 쉬우면서도 굳으면 상당히 단단해지는 특성 때문에 삽이나 곡괭이 같은 제한된 도구들을 이용해도 거대한 규모의 땅굴을 파내려갈 수 있었다.
  베트콩의 지하땅굴은 단순한 ‘굴’이 아니었다.
  그 규모가 수십 km에 달하는 땅굴도 있었으며 내부는 가히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복잡하고도 기능적인 구조로 되어 있었다.
  내부에는 부엌, 대피호, 창고, 막사, 탄약고, 병원, 강당에 이르는 필요한 시설이 모두 있었으며 땅굴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기란 지푸라기에서 바늘 찾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설령 입구 하나를 찾는다 해도 그것으로 땅굴 전체를 토벌한다는 건 거의 꿈에 가까웠다.
입구 자체도 워낙 많고, 또 내부는 상상이 힘들만큼 복잡한데다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부분은 마음만 먹으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위장할 수 있어 미군이 땅굴에 들어오고서도 실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한 채 ‘작은 지하땅굴 발견’ 정도로만 생각해 버리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다.
  게다가 이 땅굴은 때때로 전혀 뜻하지 않은 곳까지 뻗어나갔다.
  베트콩 땅굴의 대명사인 「코치」땅굴은 바로 위에 미군 기지가 있었고, 이곳을 통해 미군의 전화통화까지 도청하는 경우마저 있었다고 전해진다.
  미군은 처음에는 이 땅굴의 입구를 폭파하거나 휘발유를 부어넣고 불태우는 작전을 썼지만 이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곧 「터널 래츠」. 즉 ‘땅굴 속의 쥐’라고 불린 일종의 특수부대를 조직했다.
  비록 제대로 된 부대는 아니었지만, 체구가 작고 사기왕성한 병사들을 모아 만든 이 ‘쥐떼’는 권총과 나이프, 회중전등만을 들고 정글 속에 들어가 베트콩을 사냥했다.
  물론 땅굴 수색은 최악의 임무중 하나였다.
  아군의 지원없이 단 두 명만이 권총만을 믿고 들어가 베트콩과 싸운다는 이 임무는 적과 만나는 것보다 적까지 다가가는 과정이 더욱 끔찍했다.
  땅굴 안은 지뢰, 죽창, 함정, 때때로 독사까지도 도사리고 있었으며 땅굴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 - 게다가 적이 먼저 이들을 발견한다면 좁은 곳에서 피하지도 못한 채 이들은 사격을 받아 죽어야 했다.
  결국 미군은 베트콩 땅굴을 효과적으로 소탕하지도,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채 베트남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 베트콩 땅굴의 극히 일부만을 간단하게 보여준 모습.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또 길게 만들어져 있었다. 내부가 워낙 복잡한 데다 각 부분은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어 입구중 하나를 발견해 미군이 들어가도 잘해야 입구로부터 십여 미터쯤 전진한 끝에 ‘여기가 끝이다’라고 되돌아가는 경우는 흔히 있었다.
  하지만 그처럼 ‘짧고 작은 땅굴’은 실은 1개 중대가 여유 있게 숨는 커다란 땅굴 그물의 입구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터널 내부는 놀랄 만큼 복잡했으며 지상에서는 상상도 못할 수많은 시설들이 감춰져 있었고 다양한 활동이 내부에서 전개되었다. 이곳 지하에서 베트콩들은 총기까지 만들었으며, 내부의 강당에선 위문 연극 공연이 벌여지는 일도 드물게 있었다.

▲ 전형적인 ‘땅굴속의 쥐’, 즉「터널 래츠」(Tunnel Rats). 체구가 작은 병사들, 특히 멕시코 계나 쿠바계 등 라틴계 병사들이 많이 이 터널 래츠로 활약했다. 이들은 땅굴 속을 헤치며 적을 발견해 사살하고 필요하면 폭약을 설치, 중요한 장소를 날려버리는 것이 임무였으며 땅굴에 대해 미군이 고안한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이었다 - 하지만 이것으로도 베트콩의 땅굴을 정말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 땅굴 소탕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구를 찾는 것이었다 ― 입구부터가 워낙 잘 위장되어 있는데다 그 숫자도 많아 바로 위를 밝고 지나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일상 다반사였고, 그 때문에 이처럼 군견을 동원해야 발견되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일단 입구를 발견하면 터널 래츠가 이 안으로 들어가 ‘진짜 소탕작전’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