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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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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이 되면 도지는 병

어릴 적 현충일이 되면 생각하는 것은 과거 우리나라의 광복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 선열들과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순국하신 영령들을 생각하였다.
그러다 내가 월남전에서 살아 돌아온 후부터는 이역만리 남의 땅에서 숨진 전우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며칠 있으면 다시 돌아오는 현충일이다.
나라의 명령에 의해 내 나라 내 민족을 지키다 가셨다면 한줌의 아쉬움이 있을 수 없지만! 생판 모르는 낯선 나라 국민들의 자유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스러져간 전우들을 생각하면 36년이 된 지금도 가슴이 메어온다.

2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매년 현충일이 오면 타계하신 어머님을 모시고 동작동에 쓸쓸히 있을 전우들을 찾아보고 어머님이 타계하신 후에도 나 혼자서 찾아보고는 하였다.

그러던 어느 해 '장 대위'님과 '구 병장'의 묘소에서 가족들을 만나 전사 당시의 얘기를 해주고는 가족들의 오열하는 모습이 눈에 밟혀 며칠을 잠을 못 이루었다.
다음 해부터는 현충일 날 가지 않고 나 혼자서 현충일 다음날이나 추석에 들리고 했었다.

그러다 지방으로 이사를 한 뒤부터는 못 찾아봤는데 세월이 덧없어 벌써 20여 년이 되었다.
이제 나이를 먹어 당시의 생존 전우들도 만나고, 현충일에는 먼저간 전우들의 묘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어 잠까지 설치며, 그 때의 전우들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신다.
이제 와서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면 뭘 어쩌겠냐 만은! 그러면서도 생각만 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어찌하랴! 이제는 일년에 한번 겪는 병이 된 것을...

이번에는 전우들의 가족을 만나도 전처럼 눈물을 안 흘리게 될까?
월남 있을 때 한 돐 지났다던 '장 대위'님의 아들, 내가 만났을 땐 중학생 이든데, 지금은 30대 중반이 되었겠지!
아버지의 전사당시의 얘기를 아무런 표정 없이 묵묵히 듣고 있다. 손등으로 눈시울을 닦아내던 소년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이얀 소복을 입고 하나뿐인 아들과 같이 왔던 그 부인께서는 험한 세상을 아들 하나만 의지하고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을 이역 땅에서 잃고는 못 잊어 매년 이날이면 찾아 온다던 '구 병장'의 누님! 지금도 찾아 오실까? 해맑은 표정의 모습인 '구 병장'의 전사 당시 얘기를 들으며, 말없이 눈물을 찍어내던 그분! 그동안 모두 잘살아 왔는지 궁금하다.

항상 "우리 동기 님 왔으니 차 한잔해야지" 하며 손수 커피를 타서 권하며, 돐 지난 아들 사진을 보이며 "잘 생겼지?"하고 자랑하든 B포대장 '장 대위'님, 농담 잘하며 웃기 좋아하던 본부 수송관 '김 대위'님, 차량 내달라면 군 말없이 잘 내주던 수송부 '구 병장', 사령부 오 가다 만나면 "강 병장 같이 귀국하자!"하며 "이제 두 달 남았지?"하며 그 하얗든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이빨만 하얗게 보이며 웃으면서 손을 흔들던 "에이끼 에끼"사수인 파월동기 '김 병장' 포차 케리버30의 부사수인 다른 전우들이 고문관이라 부르는 줄도 모르던 '김 상병', 이름 모르는 포차 운전병, 등 지금은 볼 수 없는 전우들....

묵념으로 그 분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