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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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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동에서

동작동에서

김하웅 동지가 오늘 47회 현충일 날, 저를 동작동으로 안내했습니다. 고엽제전우회, 월남참
전전우회 등 수많은 동지들이 월남 참전 전우들이 뭍인 26묘역에서 군복과 정글화 복장으로
한사람씩 세 줌의 향을 넣어 가며 묵념을 했습니다.

  김상병, 최하사, 오중사. . . 사진 한 장 없이 이름만 새겨진 차디찬 돌비석들이 그토록 가
까이 다가왔던 이유가 있습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정정당당히 나가 의협심 하나로 통했
던 전우들끼리 나는 "이 하사"  너는 "김 상병",  깡통계급에 쌓였던 이 친근한 정감이
언제나 마음의 고향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김 일병. 정 상병이 없다면 군 생활이 무엇이 재미있었겠습니까? 정글을 길 때, 소대장을
그토록 일일이 챙기던 믿음직했던 김 병장, 상황실에서 모든 걸 챙겨주고 보살펴주던 약간
은 얽은 얼굴을 한 똘똘이 최중사, 그들이 생각나기에 오늘 낮, 몇 명의 군악대 병사가 울려
준 조용한 진혼곡의 나팔소리에 눈물을 감추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이 공간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낮에 귓전을 맴돌던 진혼
곡이 지금 제 가슴속에서 다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이 순간 이 사람은 한 잔의 맥주에
취해 샘물 같이 솟아나는 눈물을 훔치고 또 훔칩니다.

  하지만 이런 글을 올릴 수 있는 시간도, 옛 전우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칠 수 있는
이 소박한 상념의 자유도 앞으로 얼마나 더 우리에게 주어질 수 있을 가요?  물이 많으면
물의 고마움을 모릅니다. 공기가 많으면 공기의 고마움을 모릅니다. 자유가 많으면 자유의
고마움을 모릅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콘크리트 더미 속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물도 없고 공기도 없
었습니다. 북한에 갇힌 동포들에겐 밥도 없고 자유도 없습니다. 우리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
는 법은 없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우리를 김정일에 넘겨줄 확률은 90% 이상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모릅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아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모르는 사람들
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죽기로 작정했습니다. 저들이 죽을 때 저도 죽을 것입니다.

김정일-김대중-민주당-노무현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 보수들
은 돈으로 매수되었고, 남은 일부 보수들 마저 이웃 잘 되는 꼴을 보지 못하고 솟아나는 싹
을 도려냅니다. 이런 보수들은 김정일 치하에서 죽어야만 잘못을 뉘우칩니다. 그래서 저도
그들과 함께 김정일 손에 죽기로 작정했습니다.

  오늘, 가장 보수색깔을 내면서 제 가까이에 있던 한 사람이 자유수호 국민운동 간부들간
을 이간질 시켰습니다. 제가 쓴 "시국강연" 책자를 돌리지 말고 중단하라는 귓속말을 속삭
인 사람도 있습니다. 제 글에는 물론 제 사진에까지 붉은 줄로 X표를 짓이기고, 지만원의
이름을 삭제하고 글도 삭제하라며 글의 단원마다 붉은 줄로 X표를 짓이겨 본부에 제출한
자칭 우국지사도 있었습니다.

  온 국민에게 시국의 위험성을 알리는 제 테이프와 책자를 난도질하는 보수가 있습니다.
저들이 김정일에 죽임을 당할 때, 저 역시 함께 김정일의 대창에 질려 죽기로 작정했습니다.


              2002.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