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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오면...(월남참전용사의 글)

이글은 최병화 전우가 vietvet.co.kr에 올리신 글 입니다.

6월이 오면

나는 호국 영령들 앞에 머리를 숙인다.
역경과 고난을 헤치고 이어온 나라!
오랜 가난을 벗어버리고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자랑스런 내 조국!
그 뒤에는 목숨으로 조국애를 표현한 호국영령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과 일본에서는 현해탄을 넘나들며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신문도, 방송도, 택시기사도, 모두 축구이야기이다.
축구를 이해하고 선수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아름답다.

한편에서는 현수막과 프랑카드를 들고나와 거리를 누비며 지방선거 득표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한편에선 방탄국회 식물국회의 비난을 들으며 국회의장 쟁탈전을 벌리고 있다.
대선 정국은 이제 막말 경연대회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다 좋다. 개국이래 처음 치루는 월드컵 잘 치러서
국위를 선양하고 경제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지방선거도 중요하고 대통령 선거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목숨으로 조국을 지킨
호국 영령들과 그 유족들을 더 큰 배려가 있기를 바란다.

6월이 오면

동작동 국립묘지에 백마 9호 작전의 영웅들, 내 세 전우(손덛관, 김삼차, 노중오)를 생각한다.
매년 현충일에 찾아가서, 차렷자세로 나란히 서있는 묘비앞에
큰 키를 세우고 멋없이 거수경례를 하였었지.

충격적이고 기억에 남는 묘비들이 있다.
매년 가봐도 가족이 한번도 나타나지 않는 묘비들이 더많다.
어느 묘비 앞에는 아버지인듯 한 노인이 멍하니 앉있다가
그 뜨거운 6월의 땍볕에서 드러누어 잠을 자고 있다.
또 어떤 묘비 앞에는 젊은 여인이 땅을치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오열하는 모습도 보았다.
다음해에도 또 다음해에도 그 노인은 그 자리에 여전히 안자 있었지만,
통곡하던 여인들은 하나씩 둘씩 나타나지 않았다. 아~ 이것이 天倫과 仁倫의 차이인가?~

이제는 세월의 강도 흘러 내 마음도 멀리 떠내려 왔다.
현충일에 국립묘지를 찾지 못한지도 20년이 넘는 것 같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내 마음을 책하며 고해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나는 거기서 노중오의 형님을 만났다.
중오의 체형과 얼굴 특징을 얘기하니 내동생이 맞다고 하였다.
나는 그가 전사했을 때 산 속에서 알콜로 그 몸을 씻어주고
솜(탈지면)으로 총 맞은 자국 콧구멍 등을 다 막았다.
새 속옷과 새 정글복으로 갈아 입히고 얼굴은 태극리로 덮고
판초우의로 싸서 헬리콥터에 싫지도 못하고 매달아 후송하던 얘기를 했다.

중오 형님은 내 손목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내가 형이 아니라
자네가 바로 중오 형일세" "내 동생 시신을 염을 해주다니.."라고 하며 흐느껴 울었다..

그들은 그렇게 청춘을 불태웠고 조국의 이름앞에 다 피지 못한
꽃봉오리들이 그렇게 떨어져 갔다.

중오야! 삼차야! 덕관아! 나는 땀를 흘렸지만 너희들은 피를 흘렸고,
너희들은 죽고 나는 살았다. 이제와 도리켜 보면
나의 삶 보다 너희 죽음이 더 의미 있는것이 아닐까!
귀국선 뱃머리에서 부산항이 가까워 질 때 내가 왔노라고 소리치던
내모습이 이제와 생각하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월남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영구 장애를 입고
보훈병원에 누어서 일생을 보내는 옛전우가 있는가하면
고엽제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옛 용사들이 있다.

6월,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이들 국가 유공자들과 호국영령들과
그 유족들에게 뜨거운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중대장(고 이민엽 소령)님 죄송합니다.
중대장님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