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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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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총소리의 현장

                                                       10.26 총소리의 현장

1979.10.26. 오후 4시, 차지철이 김재규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저녁 6시, 중앙정보부 궁정동 안가에 있는 식당에서 대통령과 만찬이 있다.”

김재규는 곧바로 육군참모총장 정승화에 전회를 걸었다. “오늘 오후 6시30분까지 만찬장 바로 옆 별채에 와서 기다려 달라”

김재규는 오후 4시15분에 만찬장에 가서 김계원 비서실장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김계원은 5시50분에야 만찬장에 들어왔다. “형님, 오늘 저녁에 차지철을 해치우겠습니다. 뒷일을 부탁합니다.”

김계원이 이에 동의했다.

만찬은 6시부터 시작됐다. 대통령, 차지철, 김계원, 김재규

오후 7시, 김재규가 만찬장서 나와 정승화에게 갔다. “만찬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 이어서 정원에 있던 김재규의 부하 박선홍, 박홍주에게 “오늘 저녁 박대통령과 차지철을 해치우겠다.”고 알렸다. 두 부하가 “오늘은 대통령 경호원이 7명이나 됩니다. 다음으로 미루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진언했다. 이에 대해 김재규는 “별채에 정승화 총장이 와서 대기하고 있다. 똑똑한 놈 3명만 골라 나를 지원토록 하라”고 지시한 후 만찬장으로 돌아갔다.

7시 38분, 박선호가 김재규를 불러내 범행준비 완료를 보고했다. 김재규는 만찬장으로 들어오자마자 김계원에게 “각하를 잘 모시시오”라는 말과 함께 권총으로 먼저, 차지철을, 다음으로 박대통령의 가슴에 총을 쏘았다. 계속 더 사격을 하려 했지만 권총이 고장 나 만찬장 밖에 대기하던 박선호로부터 새 권총을 건네받아 차지철-대통령에게 각각 확인사실을 했다.

총소리가 나자 밖에 있던 중정요원들이 대통령 경호요원과 안가종업원에게 권총과 M-16소총을 난사해 전원 사살했다.

밖에서 총소리가 멈추자 김재규는 김계원에게 “나는 한다면 합니다. 보안을 유지하십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김계원만 남겨두고 정승화에게 달려갔다.

김계원 비서실장은 대통령 시체를 보안사 건물에 있는 국군서울지구병원에 옮기고, 당직군의관에게 대통령 용태를 물어 ‘사망“했음을 확인했다. 대통령 사망을 확인한 김계원은 곧바로 청와대에 돌아와 비상소집을 했다. 최규하 국무총리, 장관들, 경호실이 그 대상이었다.

오후 8:40분, 경호실 차장(이재전)이 왔다. 김계원이 말했다. “대통령이 유고다. 통합병원 서울분원에 모셔놓고 왔다.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 차지철 실장은 부대를 지휘할 처지가 아니다. 경거망동 하지 말라. 경호실 병력(수경사) 출동을 금한다.” 경호실 차장이 차지절의 안부와 대통령 유고사실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김계원은 명령만 내렸다.

                                                   시해현장 약도

                                                    나의 생각:

위 사실만 보면, 사건 이전부터 김계원은, ‘김재규가 차지철과 대통령을 언젠가는 해치울 것’이라는 데 의기가 투합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황적으로도 김계원 역시 차지철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그런 그를 싸고도는 대통령에게도 불만이 많았을 것 같기도 하다. 만일 그런 것이 금시초문이라면, 또한 김재규의 계획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김계원은 시해시점이 “바로 오늘”이라는 김재규의 통첩에 대해 “그게 무슨 소리냐”하고 강하게 반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계원은 “알았다"고 시행을 추인했다.

박흥주, 박선홍 역시 ‘언젠가는 해치우겠다’는 김재규의 의중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단지 그날만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의견을 냈을 뿐이다.

김계원에게 각하를 잘 부탁한다고 한 것은 대통령 시신 처리, 대통령이 시해됐다는 사실을 절대로 노출하지 말 것에 대한 보안유지, 이후 정국장악에 대한 역할을 부탁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는 상식이요 경험칙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보안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만일 대통령이 김재규에 의해 시해됐다는 사실이 전국에 알려지면, 김재규 등이 도모하는 일들을 추진할 여유를 갖지 못한 채, 김재규가 체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계원과 경호실 차장간의 대화를 보면 김계원은 보안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차지철만 살해할 수는 없다. 대통령을 그냥 두고 차지철만 죽이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재규가 차지철을 해치운다는 말 속엔 이미 대통령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김재규와 김계원 사이에 주고받은 말만으로도 김계원은 김재규와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승화 역시 김계원과 같은 입장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의 또 다른 사실들로부터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