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3

View Articles

Name


	지만원

Subject

한국안보의 자화상

군이 풀어져도 너무 풀어져 있다. 지난 10월 1일 북한 탈북자들 11명이 어선을 타고 동해안으로 오면서 빨리 구조해주기를 바랬는데도 군은 캄캄하게 몰랐다. 이번 10월 27일에는 민간인이 3중 철책선을 끊고 월북했는데도 북한에서 방송이 나오는 순간까지 모르고 있었다. 이 사실을 또 숨기려 했다고도 한다.

군이 가장 긴장해 있었던 박정희 시대를 보자. 1968년 1월 21일에는 김신조가 무려 31명을 이끌고 청와대 앞까지 왔는데도 군은 이를 잡지 못하고 문 앞에서 겨우 잡았다. 이를 계기로 군은 더욱 감시를 철저하게 했는데도 9개월 후인 1968년 10월 30일부터 11월 2일 사이에 무려 130명의 무장간첩이 울진-삼척으로 들어와 이승복을 비롯 23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김영삼 시대인 1996년 9월 18일, 상어급 북한 잠수함이 강릉 해변에 좌초하여 밤을 새웠는데도 군은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택시기사가 발견했다. 그 사이 26명의 특수간첩은 산으로 도망을 갔고, 군은 51일간의 작전을 통해 치르지 않아도 됐을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그 때는 합참 작전부장 김동신이 작전을 직접 지휘했고, 그는 군의 작전계획과 이동상황을 시시각각 방송하도록 조치했다. 간첩에게 알아서 도망가라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필자는 그가 취했던 수많은 조치들과 행동을 나열하여 그를 간첩이라고 못 박았다.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국방장관 김동신을 향해 간첩이라 한 것이다. 과연 지금 군 수뇌부에는 간첩은 없을까? 6.25 직전까지 군은 4차에 걸쳐 대대적인 숙군작업을 했다. 그런데도 6.25 초기 작전은 간첩이 지휘했다.

김대중 시절인 1998년 7월 12일, 북한 잠수정이 꽁치를 잡는 어망에 걸려 있는 것을 어부가 발견해 주었지만 청와대에 있는 김대중과 임동원이 잠수함의 뚜껑을 열지 못하게 하고, 잠수정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게 하다가 밧줄이 끊어졌다는 핑게를 대 수장을 지내 버렸다. 간첩을 잡으면 북한 정보가 누설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군에게 무슨 믿음이 가겠는가?

최근 탈북자들이 5.18 광주에 수백 명 규모의 북한 특수군이 왔었다는 증언들을 아주 소상하게 해주고 있다. 2006년 12월 20일 자유북한군인연합에서 이런 요지의 기자회견을 했을 때만 해도 필자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이번 9월 말에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록 화려한 시기극의 실체 5.18”을 내놓았다. 20명이 간단한 증언을 했고, 15명은 탐정소설보다 더 긴장감 있고, 연설문 보다 더 감동적인 수기를 썼다.

10.26 이후의 권력공백기를 이용하여 김일성은 남한 정부를 전복하고 북에서 영웅 칭호를 듣고 있는 김대중을 중심으로 하는 좌익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전국규모의 봉기를 야기시켜려 소규모 단위의 공작조를 육로로, 해상으로, 잠수함으로 땅굴로 침투시켰는데 침투하는 과정에서 남한의 경비가 너무나 허술하다는 것을 증언했다. 화려한 사기극에서 제1차 증언자로 나선 분은 ‘5.18공화국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던 내연남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공화국 영웅은 10.26이 있은 지 불과 3주 만인 1979년 11월 중순에 11명을 이끌고 잠수함을 타고 목포로 왔다한다. 안내되어 간 곳은 가게 집 안방이었는데 거기에는 부마사태를 배후 조종하기 위해 먼저 내려온 7명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공화국 영웅 안창식은 이들과 합세하여 광주사태를 3월에 일으킨다는 목표 하에 고첩들을 동원하여 전라도 지역의 무기고 위치를 파악하여 약도까지 그려놓았다 한다. 그런데 실제로 수사기록을 보니 5월21일 12-16시 사이에 38개 무기고가 동시에 털렸다. 이는 약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어떤 증언자들은 육상으로, 어떤 증언자들은 해상으로 떠 어떤 사람들은 땅굴로 왔다고 증언한다. 1979년 10월 27일 새벽 4시에 전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해도 군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는 극복할 수 없었다. 필자는 지금이 1980년 초기의 상황보다 훨씬 더 악화돼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 작전에서도 고비마다 정보가 새 나가 기습을 많이 당했고, 역정보가 들어와 아군이 몇 시에 어디로 가는 것을 알아가지고, 아군 상황실에 거짓 정보를 주었다.

시위대가 장갑차를 몰고 어디를 언제 통과한다는 거짓 정보를 주어 아군이 아군에 무지비한 사격을 가하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사고가 두 차례나 있어 12명의 계엄군이 사망했다. 오죽하면 5월 27일, 새벽 1시에 광주시 재진입작전을 수행할 때 소준열 사령관은  부하 지휘관들에게 작전 시간을 무기 연기한다 해놓고, 작전에 임박하여 해당 부대장들에게만 작전개시 명령을 내렸겠는가?

필자는 5.18 당시에 군의 정보와 작전에 주요 지휘관이요 참모였던 많은 장군들을 만났다. 그들이 해 준 말은 “북한 방송이 하루 종일 광주사태를 중계방송했는데 다 모략이었다”는 정도의 말 뿐이었다. 5.18 당시 대북 정보를 총괄했던 부서에 있던 분도 소수의 간첩들이 배후 조종을 할 수는 있었겠지만 시위꾼 1,000명을 잡아 그중 대부분을 훈방하고 죄질이 무거운 사람들을 조사했지만 그들 중에 간첩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는 말을 했다. 1980년 당시 필자 역시 안기부(당시 중정)의 수뇌부에서 근무했지만 이런 정보는 없었다. 당시의 상황에 직접 관여했던 군, 안기부, 보안사 등에 근무했던 핵심 간부들의 대공 정보내용이 바로 여기까지였던 것이다. 수사 기록을 조사해 봤지만 여기에도 이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증언들에서 탈북자들은 북한 중앙 TV방송이 하루 종일 방송을 했는데 실제로 여대생으로 보이는 여인의 유방을 도려내고, 국부를 찌르고, 임신한 여인의 태아를 꺼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다들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한국 정보기관들은 북한 전역에 방송된 이 동영상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군이나 정보기관들은 이 사실에 많은 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 특수군이 광주에 와서 무대를 차려놓고 여대생들과 임신한 여인들을 잡아다가 동영상 제작을 위해 실제로 잔인한 행동을 벌인 후 이를 계엄군의 소행이라고 선전-모략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도 바보 같은 군은 지금도 명예회복을 꺼리고 있다.

필자는 군의 주요 수뇌기관들에 위 수기집을 보냈다. 이 수기집을 정독하면 많은 정보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 수기집을 읽으면 북한이 얼마나 무섭고, 우리가 얼마나 순진무구한지 절감하게 될 것이다. 군과 정보당국은 이 수기집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무시하면 군도 국가기관도 아니다. 이 책을 만일 10.26 이후 5.18에 이르기까지의 대북정보 부서의 간부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읽는다면 이 수기집에 승복할 것이며, 우리의 대북정보가 얼마나 유치했던가를 뒤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를 자신한다. 유추할만한 충분한 증거도 증인도 있다.

대한민국 안보는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 시스템적으로 한국의 안보는 북에 비해 열등해도 너무 열등해 있다. 비개가 덕지 덕지 붙은 사육용 돼지와 굶주림에 성이 난 호랑이와의 대결이라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2009.10.29.  지만원
http://systemclu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