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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고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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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 18 사건 수사, 法治主義의 비극-홍준표의원 홈페이지(www.jphong21.co.kr)

광주 5. 18 사건 수사, 法治主義의 비극
내가 안기부 법률특보실에 파견근무를 할 때 당시 나의 최대 관심사는
5. 18. 사건의 처리방향이었다. 3당 합당으로 정권을 잡은 YS가 과연 그
모태(母胎)가 된 민정당 총재출신인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광주 5. 18. 사건의 공
소시효는 다가오고 있었고 자연히 정권 내부에서도 5. 18. 사건의 처리방
향에 대해서 갑론을박(甲論乙駁)할 수 밖에 없었다.

94년 12월 중순경 검찰총장 주재 아래 중수, 공안부장과 함께 청와대, 안
기부 파견 검사들이 서소문 일식집 남강에서 송년 오찬을 가졌을 때 나
는 검찰총장에게 5. 18. 사건에 대해서 말씀드리면서 사건의 처리방향을
어떻게 잡든지 간에 우선 수사주체인 현 서울검사장은 교체되어야 한다
고 말씀드린 바 있다.
내가 소속된 서울지검의 검사장 인사에 대해서 언급하는 무례를 범한 것
이다.

당시 서울지검 검사장은 국보위 파견검사 출신으로서 광주 5. 18. 사건
을 수사지휘하고 있었고 5. 18. 사건의 중요쟁점에는 국보위 구성문제가
있는데 국보위 자체가 국헌문란기구로서 내란죄 성립여부에 중요한 관건
에 되는 것이므로 그 기구에 파견된 검사는 광주 5. 18. 사건의 수사지휘
주체가 되기에는 부적합하다.

따라서 사건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있으므로 가능하면 다른
검사장으로 하여금 수사지휘를 하도록 함이 검찰이 나중에 이 사건에 대
한 결론을 내리고 난 뒤에도 오해가 덜 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검찰은 이미 94년 11월경 12. 12.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 결정을
한 바 있었고, 당시 야당인 민주당의 거센 반발에 큰 홍역을 치르는 곤욕
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국보위 파견검사 출신인 서울 검사장의
교체없이 이듬해 3월을 보내고 본체 사건인 광주 5. 18. 사건의 공소시효
를 앞두고 또다시 잘못된 결정을 시도하고 있었다.

대검 공안부를 중심으로 내놓은 5. 18. 사건의 해법은 통치행위론을 근거
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하려고 한다는 정보였다. 나는 즉각 이 사건의 처
리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전·노 두 전직대통령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전달하였다.

누가 보더라고 광주 5. 18. 사건은 국헌을 문란케한 내란죄임을 부인할
수가 없고 더구나 당시 광주시민 학살행위는 내란목적 살인죄임을 부정
할 수 없는 이상 이를 또다시 기소유예 한다거나 공소권없음으로 처리한
다는 것은 군사정권도 아닌 문민정부를 표방하는 YS 정권으로서는 잘못
된 일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국민 기만행위(欺瞞行爲)라고 주장
하였다.

12. 12. 사건이야 군인들끼리 주도권 다툼으로 표면적인 피해자는 권력내
부 뿐이지만 광주 5. 18. 사건은 국민이 피해자인 사건인만큼 12. 12. 사
건처럼 그렇게 쉽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반드시 기소하여야
하고 피해자인 김대중 총재도 가해자들을 기소하여 확정판결을 받은 후
사면함이 상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김총재의 주장대로 불구속 기소
하여 재판을 한 뒤에 사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광주 5. 18. 사건에 대한 YS 정부의 결정은 결국 대검 공안부의
안(案)대로 공소권없음으로 처리되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법실증주의의 극단만을 보여준 채 끝이 나는 듯 했다.

당시 YS 정부가 전·노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없음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6. 4. 지방선거에 나타난 TK 민심의 이반(離叛)과 법치
주의(法治主義)보다는 정치주의(政治主義)에 입각한 검찰권 운용의 탓으
로 보여진다.

하나 더 보탠다면 3당 합당으로 출발한 정권의 태생적한계(胎生的限界)
도 전·노 두 전직대통령을 사법처리하지 못한 이유가 될 것이다. 전·노
두 전직대통령은 YS의 정치주의적 결정으로 사법적 심판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그해 11월경 박계동 의원의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폭로로
또 다시 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당시 YS 대선자금 공개문제로 여야 대치상황이 계속되던 중에 터진 박계
동 의원의 노태우 비자금 폭로는 집권당 전체에 충격을 주었고 YS는 이
를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선언한 것이다. YS의 정
치적 결정에서 비롯된 5. 18. 특별법은 그 후 국회에서 통과되어 전·노
두 전직대통령을 사법적 단죄까지 몰아가는 데는 성공했으나 법치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당시 5. 18.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처벌할 수가 없었던 것
을 5. 18. 특별법으로 소급 입법하여 전·노 두 전직대통령을 단죄한 것이
다. 내란죄로 처벌하려면 이미 지난 7월에 단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
구하고 그 때는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해 버리고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하
자 똑같은 사건을 불과 몇 달 뒤에 다시 뒤집어 정치적 결정으로 사법적
단죄를 한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나
는 이러한 결정은 잘못되었다고 변호사로 갓 개업한 95년 11월 말경
CNN, AP, 로이터 통신과 5. 18. 특별법의 위헌성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
일이 있다.

전·노 두 전직대통령의 쿠데타 행각에 대해 처벌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었
고 또 합헌적으로 처벌할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YS 정부는 검찰권을 법
치주의적(法治主義的)으로 행사하지 않고 정치주의적(政治主義的)으로 행
사하는 바람에 문민정부의 검찰도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고
이러한 검찰권의 정치적 행사는 그 뒤 DJ 비자금 수사유보사건으로 이어
지게 되고 DJ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검찰의 편파사정, 보복사정 등으
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계속하게 된다.

사법권은 정치적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된다. 권력자가 사법권을 정
치적 목적으로 사용할 때 정권이 바뀌면 그 칼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
게 다시 돌아옴을 왜 깨닫지 못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