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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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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주(수행비서)의 신문조서

                                                   김재규 수행비서 박흥주의 신문조서

1979.10.28. 합수부 군사법경찰관 양병모 준위는 김재규의 수행비서 육사 18기 박흥주 포병대령을 조사했다. 1939년생으로 당시 40세였다. 그는 중위시절인 1964년 8월부터 1년간 제6사단장이었던 김재규의 전속부관이 되었다. 1969.3월부터 만3년간 육군보안사에 근무했고, 1978.12월부터 시해당시까지 김재규 수행비서관이었다. 부인과 1남2녀를 두고 있었다.

문: 피의자는 김재규와 공모 합세하여 대통령, 차지철, 대통령 경호원 5명을 살해했는가?

답: 79.10.26. 19:40경, 중정 식당에서 김재규 지시로 중정 의전과장 박선호, 본인, 식당 경비원인 이기주, 유성옥, 김동원 등과 합세하여 각하, 차지철, 정인형 경호처장, 안재흥 경호과장, 3명의 경호관(김용섭, 김용대, 박상범) 등을 살해한 사실이 있다.

문: 살해한 경위와 상황을 자세히 말해보시오.

답: 10.26. 16:30경, 1호차로 김부장을 수행하여 중정 식당 집무실 현관에 도착하자 식당 건물 관리자인 의전과장 박선호가 차문을 열어 주면서 귓속말로 ‘각하께서 6시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신답니다’라고 보고했다. 17:20경, 부장이 불러 갔더니 “18:30분에 손님이 올걸세, 3인분 식사를 준비하게” 라고 지시하기에 집무실 윤병서에게 식사준비를 지시했다. 17:50경, 부장이 다시 불러 “19:00시까지 내가 나오지 못하면 손님들끼리 식사하도록 말씀드리게”하고는 각하와 식사하실 식당으로 갔다.

18:30분, 정승화와 김정섭이 도착하기에 나는 집무실로 안내했다. 18:55경, 부장이 정승화와 김정섭에게 와서 대화를 나누었지만 내용은 모른다. 19:10경, 정문 인터폰에 부장이 나간다는 신호가 왔다. 쫓아가 배웅을 하는데 박선호가 전등을 켜들고 식당구관쪽으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샛문에 도착, 부장이 손짓으로 불러 뛰어갔더니 박선호와 함께 옆으로 바짝 붙게 하고서는 흥분된 어조로 “육참총장과 2차장보가 집무실에 와 있다. 오늘 해치우겠으니, 방안에서 총소리가 나는 즉시 너희들은 경호원들을 해치워라 하면서 상의의 오른 쪽 깃을 들으면서 총을 보여주었다.

자네들도 각오가 되어 있겠지 하기에 박선호가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하면서 귓속말로 ‘각하도 입니까?’하고 물었다. 부장이 ‘응’하고 대답하자 박선호는 ‘오늘은 평상시보다 경호원이 많아 7명이나 됩니다. 좋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장은 ‘안돼, 오늘 하지 않으면 보안이 누설돼' 하면서 박선호에게 ‘똑똑한 놈 3명이 있겠는가?’ 하고 묻자 박선호는 ‘네, 있습니다. 30분만 시간을 주십시오. 30분 이전에는 절대로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부장은 ‘알았어’ 하고 박선호의 수행을 받고 식당으로 갔다.

본인은 1호차 가방에 둔 독일제 9연발 38구경 권총을 꺼내 7발이 장진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허리에 찼다. 시간이 좀 있어서 부속실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면서 생각하니 너무 뜻밖의 일이었다.  부장의 위치로 보아 나 모르게 이미 계획을 준비해놓고 있다가 오늘 기회가 포착되자 갑자기 거사를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명령을 내릴 때, 워낙 무서운 얼굴로 해서 나는 아무 말도 묻지 못했다. 각하를 살해하면 변란이 되고, 김재규 세상이 된다. 그가 성공했을 때, 만일 내가 가담하지 않으면 후환이 있을 것이고, 공을 세우면 출세의 길이 열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범행에 가담키로 작정했다.

그 지역은 박선호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박선호가 경호살해 임무를 배당해 주었고, 나더러는 주방에 있는 경호원들을 해치우라고 했다. ‘경호원들 꼼짝마라’ ‘움직이면 죽어’, 등 소리를 치며 사격을 했다. (여기서 필자는 지면상 자세한 사격과정은 생략한다)

조용해 지자 부장의 신변이 궁금하여식당 앞으로 뛰어갔더니 흰 와이셔츠 바람의 사람이 두 손을 비비는 것 같았다. 뛰어갔더니 부장이었다. 나는 ‘박비서관입니다’ 하며 양 팔을 잡으려 하니 팔꿈치로 뿌리치며 뛰어가더니 문을 힘차게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 가 문을 닫았다. 멍하니 문 앞에 서 있는데 다시 총성이 들리자마자 부장이 다시 문을 박차고 뛰어나와 와이셔츠 바람으로 뛰쳐나와 집무실로 도망가다시피 뛰어갔다. 뛰어서 따라가보니 부장이 ‘차량, 차량, 하며 ’손님 나오라고 해‘ 하자 차고 쪽에서 총장 차량 등 다른 차량들이 나왔다. 나는 손짓으로 아니라고 해주고, 1호차 운전기사를 데리러 주방 후면으로 가는데 기사가 뛰어나와 차를 몰고 부장 앞에 섰다. 이 때, 이미 총장과 2차장보가 차량 가까이 오고 있었다.

뒷좌석에 3명이 타고 나는 앞좌석에 타고 집무실 정문을 빠져나왔다. 그 시각은 약 19:45분으로 기억된다. 적선동, 중앙청, 세종로를 통과할 때 부장은 나의 상의를 벗어달라 했지만 별도 차에 확보해 두었던 부장의 상의를 주었다. 동아일보사 앞에서 좌회전, 3.1고가도로 올라서자 부장이 당황한 어조로 ‘어데로 갈까. 부? 육본?’ 하기에 총장이 육본 B-2 방카로 가자고 했고, 나도 거기에 찬동했다. 부장이 ‘육본방카로 가세’ 하여 남산야외음악당, 미8군을 통해 B-2에 도착했다. 총장은 도착하자마자 상황실로 들어가 무엇인가 다급하게 지시하면서 총장문을 열으라고 독촉했다. 문이 열리자 부장과 나는 총장실에 대기했고 김정섭은 왔다갔다 서성거렸다.

20:20분경, 부장이 ‘김계원씨의 댁에 전화걸어 김실장을 바꿔달라’고 지시하기에 댁에 전화한 바 부재중이라 하여 그대로 보고했다. 계속 전화해보라 하여 계속 비서실장 차에 있는 무전전화에 걸었지만 응답이 없어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불안감에 20:25경, 문화재관리국 근처에 대기중인 부장 경호차량을 방카로 오도록 지시했다. 20:40경, 경호차가 오기에 조장인 김인수 대위에게 지시했다. 1명을 서울역, 1명은 남대분에 비치해 있다가 병력이동사항을 1호차에 보고하라 했다.

1호차에 앉아있는데 부장이 부른다 하여 들어가 보니 김계원에 다시 전화하라 하기에 이번에는 청와대 비사실장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실장 보좌관 이모가 전화를 받기에 ‘부장 전화인데 실장님 바꿔달라 했더니 잠시 후 비서실장이 전화를 받았다. ’박비서관입니다.‘하고 말을 하려는데 비서실장이 ’왜, 이리 오라고 그래‘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때, 총장실에는 공군총장을 비롯하여 여러 장군들이 속속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1호차에 가 있었다. 21:30분경, 김계원, 국무총리, 국무위원들이 B-2로 왔다, 22:00경, 장관들, 장군들이 국방장관실로 이동했고 부장도 함께 이동하기에 나도 들어가 장관보좌관실에서 대기했다. 곧이어 국무위원들이 병원으로 각하의 시신을 확인한다며 떠났다. 장관보좌관싱에 있는데 어떤 장군이 나에게 ‘실내 출입을 금한다. 당신은 (정보)부에 가 있어라’ 하기에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부장 주위를 더날 수 없어 27일 01:00까지 청사 계단에 기다리다가 1호차에 와 있었다. 02:00경, 육군 1등병이 오더니 누가 좀 보자고 하여 따라갔더니 헌병 대위 한명이 ‘상부의 지시에 의해 무장해제한다’하기에 권총과 무전기를 임의제출했다. 이 때, 경호조장 홍대위와 경호원 1명이 나처럼 불려가는 것을 보고 밖으로 나오며 ‘이제는 다 틀렸구나’ 생각하고 그 길로 부장차를 타고 중정비서실장실장을 만났다. 비서실장은 ‘박비서관, 계엄사 육본방카로 보내라 하더군’하기에 ‘알았다. 부장의 행방이 궁금하시겠지만 저도 모릅니다. 부장이 찾을지 모르니 나가보겠습니다’하고 다시 부장차를 타고 남산순환도로를 타고 한남동 주택가에 정차시킨 후 심정이 착잡하여 1시간 30분간 차안에 있었다.

04;30경, 행당동에 있는 나의 집에 가서 문을 두드리니 처가 나오기에 문밖에서 ‘일이 있어서 급히 간다’했더니 처가 ‘아빠, 무슨 일이예요’하고 놀라기에 더 이상 말하기기 싫어 뛰어서 차에 와 차를 타고 강변도로로 해서 잠싱아파트에 세우고 운전수 유석문과 같이 쉬다가 07;00)경, 뉴스를 들었다. ‘김재규가 차지철을 살해하여 계엄사에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27일 15;00경, 보안사 수사관들에 연행됐다.

문: 김재규 부장이 피의자(박흥주)와 박선호를 불러 ‘오늘 저녁 해치우겠다’고 할 때, 그 말을 어떻게 알아들었나요?

답;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했으나 부장과 박선호와의 대화, 뒤에 계속되는 말을 듣고보니, 부장이 각하와 차지철을 살해할 터이니 나와 박선호가 경호관들을 살해하라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문: 부장이 식당 구관 앞뜰에서 오늘 해치겠다는 등의 여러 말을 했을 때. 그 자리에서 무슨 말을 했는가?

답: 너무 엄청난 말이기에 긴장되어 입만 벌리고 있었다.

문: 차안에서의 대화내용을 들었는가?

답: 빨리 질주하는 운전수에 신경 쓰느라 대화내용 듣지 못했다.

문: 대통령을 살해하면 현정부가 어떻게 된다고 생각했는가?

답: 변란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부장이 총장까지 집무실에 대기시켜놓고 대통령을 살해하는 것으로 봐서 틀림없이 현정부를 전복시키고 새로운 정권을 세우는 것으로 생각했다.

문: 범행에 가담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답: 육군총장과 2차장보를 식당 집무실에 대기시켜 놓고, 결심한 듯 아주 강력한 태도로 경호원 살해를 지시하는 것으로 보아, 나 모르게 육군총장 등과 모든 결탁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알았다. 이런 차제에 내가 가담을 거절하면 틀림없이 반역으로 몰려 살아남기 어렵고, 성공하면  출세의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가담하기로 했다.

문: 평소 부장을 수행하면서 부장이 각하나 차지철에 대해 불평이나 불만을 표한 적이 있는가?

답: 부장은 내 앞에서 일체 내색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범행 당시에도 그런 감정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문: 부장이 김계원 등과 공모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답: 전혀 모릅니다. 그런 대화를 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나의 생각

'군인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  이는 군인의 신조다. 박흥주는 부장의 명령에 복종했다. 명령에 복종한 장교가 왜 사형을 당해야 했는가?  부당한 명령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장교는 병과 다르다. 장교는 국가를 수호하는 공복이지 상관이라는 개인을 수호하는 공복이 아니다. 그래서 장교는 명령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따진 후에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박선호는 김재규가 국가원수를 살해하는 엄청난 범행을 미리 알면서도 이해타산을 따져 김재규의 편에 섰다.

반면 전두환은 김재규의 범행에 동조한 정승화를 범죄자로 체포했다. '역사바로세우기' 재판에서는 정승화가 도피할 우려가 없고, 증거를 인명할 우려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전 구속했다고 지적하지만 이런 판단을 한 법관의 사고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당시 정승화가 가진 권력은 증거인멸이니 도주니 하는 평민에 적용되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가진 권력은 조사기관장을 인사발령하고, 조사간부들 모두를 경질할 수 있다. 거짓증언을 하고 윽박지르면 수사관은 수사를 할 수 없다. 실제로 정승화는 이렇게 했다.

당시의 절대 권력자를 조사하고 법정에 세우는 일은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승화의 사전 구속을, '증거인멸-도주우려'라는 잣대로 판단하는 법관들의 판단력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같은 육사 동문으로서 18기 장교는 개인에 충성하고 국가에 반역했다. 반면 그보다 7세 위인 11기 전두환은 47세의 나이로 국가에 반역한 육군참모총장이자 사실상 국가를 통치하는 절대권력자를 용감하게 체포하여 법정에 세웠다.

당시 군벌은 두 가지로 쪼개졌다. 하나는 정승화를 추종하는 군벌, 다른 하나는 전두환의 뜻에 동조하는 군벌이었다. 인식하든 못하든간에 패러다임 측면에서 보면 정승화 군벌은 반역 편에 있었고, 전두환 측 군벌은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 반역 편에 서 있는 군벌이 내리는 명령은 정당할 수 없었다. 따라서 당시 전두환이 윤성민 참모차장의 명령인 "즉시 석방하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은 사실을 '명령불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런 언어도단을 재판부가 보여준 것이다.

                                  1979.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