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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민 여인은 금강산 달러보다..

19990624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민 여인은 금강산 달러보다..

- 민 여인은 금강산 달러보다 더 중요했다

  북한이  보여주는 최근의 행동들은 기존의 시각을 가지고는 해석하기 어
렵다.  북한이 어째서 그 엄청난 복을 일거에 차버리려 하는가? 한 사람의
가정주부를  억류해서 얻는 이득이 무엇이란 말인가? 설사 북한이 민 여인
을  돌려보내고, 금강산 관광사업이 다시 계속된다고 하자. 모두가 놀랐는
데 그 누가 북한, 정부, 현대를 믿고 금강산행에 나서겠는가? 그래서 금강
산 사업은 민 여인이 억류된 바로 그 순간부터 이미 끝난 것으로 보여진다.
달러와 민 여인을 맞바꾼 것이다.

  민  여인은 달러보다 더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 민 여인 억류는 첫
째, 남한정부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고 둘째, 앞으로 '대결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최고의 존재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부터의 북한의
살 길은 대화분위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결분위기에 있다.

  북한에서  달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군사안보다. 이번 서해의 굴욕적 참
패를  통해 김정일은 '북한의 안보수단은 대량살상무기 밖에 없다'는 확신
을  더욱 굳혔을 것이다. 북한이 서해사태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전통적인
시각들은   북한이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데 모아졌다. 그러나 북한은 보다 많은 경제적 실리를 얻어내려 하는 것이
아니라 '핵탄두가 장착된 대륙간 장거리 유도탄을 손에 쥐기 위해' 서해사
태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서해사태에서 트집의 구실을 마련하고 그 구
실을 가지고 '대화분위기'를 '대결분위기'로 바꾸려는 전략인 것이다.

  어째서  대결분위기가 그토록 필요한 걸까? 지난해 7월 발표된 럼스필드
보고서는  북한이 앞으로 5년 이내에 핵무기를 장착한 탄도탄을 미국에 날
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보고서가 나오기 무섭게 북한은 지난해 8월
31일 대포동 1호를  날려 그 보고서의 내용을 증명시켜 주었다. 이로써 미
국정부는 '북한에게 5년 이상의 시간을 허락해서는 안된다'는 확신을 다지
게 됐다.

  앞으로   북한은 한사코 미국을 따돌리고 무기를 개발하려 하고, 미국은
그것을  저지하려고 하는 숨가쁜 추격전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
제까지  미국과 대화를 해왔다. 대화분위기하에서는 미국의 사찰요구를 뿌
리칠 수 없었다. 북한은 지난 5월 금창리 시설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해 엄
청난   손해를 감수하며 그 방대한 지하시설을 청소했을 것이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앞으로도 제2.제3의 금창리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화분위기로 일관하다가는 북한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사찰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결분위기가 필요할 것이다. 만일에
그렇다면 북한은 수모를 설욕하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적어도 5년간은 연
속적으로 긴장 국면을 연출해야만 한다. 이번 민 여인 억류사건은 바로 이
러한 차원에서 해석돼야 할 것 같다. 북한당국이 안내원에게 "순진한 어느
한 여인을 유도하라"는 지령을 내렸을 것이다.

  한편  북한의 핵탄두 유도탄 시설을 파괴하고 싶어하는 미국은 이제까지
북한을 공격할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했다. 만일 북한이 극도의 긴장 국면
을  제공해 준다면 미국에게도 충분한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북한은 이제
까지  '서울 불바다'를 전가의 보도로 삼아 서울 정부를 겁주었고, 그래서
서울 정부로 하여금 미국의 발목을 잡게 했다. 그래서 미국은 이제까지 서
울  정부의 뜻을 100% 다 받아주었다. 신정부가 요구하는 햇볕정책을 지지
해주었고, 신정부의 포괄협상 방안을 그대로 보따리에 싸들고 평양을 방문
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봤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라고
말할   '그날'을 기다렸고, 이제부터 바로 그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햇볕정책도  미국과 북한이 용호상박식으로 부딛치는 바로 그 순간부터 포
기를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만일에  이렇게 된다면 미국과 북한의 행보는 마치 단선로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와도 같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처 방안은 단지 군사적 준비태
세뿐만이  아니다. 마주보고 달리는 두 개의 기차를 멈추게 하는 코페르니
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의 '햇볕
정책'이나  '페리가 평양으로 싸들고 갔던 포괄협상 방안'이 이에 대한 대
안이 못 된다는 사실이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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