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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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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실종되는 개혁 리더십

19990630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실종되는 개혁 리더십

사회를 이끄는 리더십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풍진작 능력이다. 리
더가 끊임없이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공무원과 국민의 공감을 얻어 매일
매일 사회를 바꾸어갈 수 있는 신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인 것이다.
비전이란 무엇인가? "아, 그렇게  하면  우리의  목표가  정말 달성되겠구
나!"하는 희망과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공감대이다.

  그런데  매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엔 그런 비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공무원에게도 국민에게도 생동감이 결여돼 있다. 비전이 없기 때문
에  사회 분위기가 점점 더 어둡게 침체돼 가고 있는 것 같다. 돈 가진 사
람들은 달러를 사서 외국으로 빠져 나가고, 국제경쟁에서 비전을 잃어버린
재벌들도   부정한 돈을 마구 빼내가고 있는 것 같다. 공무원 사회에 도덕
불감증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심각하게 확산돼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농
부도 학생들도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분별력 없이 주식투자에 몰두
해  있다. 개혁 세력들도 "내 손에 달렸다"는 식으로 기업을 손보고 있다.
그런 곳에 어찌 뒷거래가 없을 수 있겠는가.

  사회  분위기를 참신하고 발랄하게 이끌고 나가야 할 개혁세력들은 여러
가지  추문에 휩싸여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개혁의 손은 보이지 않고,
빨대를 물고 다니는 입모양만 보이는 것 같다. 온국민이 추문들에 대한 투
명성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식구끼리 숨겨주고 감싸주려는
듯한 태도만 보이고 있으니 더욱 숨이 막힐 것 같다. 의혹을 속시원히, 그
리고 공명정대한 방법으로 풀어주어도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판에 정
부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탄압하고, 심지어는 국민을 마녀사
냥꾼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정보원장, 문화관광부장관 등은 의혹을 제기한 야
당 정치인을 명예훼손죄를 걸어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 사실은 그대로 지
나칠  일이 아닌 듯 싶다. 발설이야 일개 야당 국회의원이 했겠지만, 그는
곧  국민 대다수의 의혹을 대변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 대다수가 권력의
최고  실세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 대통령은 그 의혹이 해명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청문회든, 특검이든 국민이 원하는 투명한 절차에 따라 속시원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 우리는 기억한다. 얼마전 대통령은 김태정씨를 법무장관으로
앉힌 채 검찰을 향해 "법무장관의 부인에 대해 한점 의혹 없이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조사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그 결과 검찰의 행동은 사모님 모시
기로 드러났지 않은가. 아마도 이는 20세기말의 일대 코미디일 것이다.

  공직자는 객관적 절차에 의해서만 투명성을 주장해야 한다. 나타난 절차
는 온갖 의혹을 풍겨놓고 실세들의 양심만 믿어달라는 것은 선진국 개념으
로 보면 웃기는 이야기다. 첫째, 실세들은 비리 의혹을 의심받고 있다. 둘
째, 실세들은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그 자리를 유지한 채 무소불위의 권력
을  행사하고 있다. 셋째, 실세들은 그들의 비리를 조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특검제를 차단하고 있다. 무서울 게 없으면 왜 차단하는가. 넷째, 소
송을 관리하는 검찰과 법관들은 실세들의 영향력 밑에 있다. 다섯째, 이러
한 상태에서 실세들이 연합하여 있을지도 모르는 의혹을 제기한 개인을 법
에 걸어 고소했다. 이를 어찌 민주주의 사회라 부르겠는가.

  특검제는  대선 때 대통령 스스로 내걸었던 공약이다. 지금 대다수 국민
들은 실세들의 비리 의혹을 특검제에 의해 풀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집권 세력은 특검제를 질질 끌고 있다. 최근 대통령
은 일회성 특검제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 시점에 이르기까지도 수
많은 사람들의 조언이 있었다고 한다. 당은 수용을, 청와대 간부들은 반대
를  진언했다 한다. 당과 국가정보원이 여론 조사를 했고, 학자들도 꽤 많
이 동원됐다 한다. 대통령 한 사람이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면 그만인 사안
을 놓고 이 얼마나 큰 낭비란 말인가.

  '무엇이   내게 이롭냐'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 있다. '무엇이 옳으냐'에
따라 사는 사람도 있다. 후자라면 누가 뭐래도 자기 철학에 따라 단호하게
결심한다.   행정개혁에는 철학과 기술이 모두 필요하지만, 특검제 도입과
같은  문제는 도덕성 하나면 순식간에 해결된다. 이처럼 간단한 문제를 가
지고 국력을 낭비하는 정부에 선진국식 국가개혁을 바란다면, 바라는 사람
들이 어수룩한 게 아닐까 싶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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