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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남한의 정권안보는 북한 손에 달렸다

19990616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남한의 정권안보는 북한 손에 달렸다

북한의  도전행위는 김정일이 작심하고 주도한 '작전'이었다. 북한은 지
난   11일 당했던 수모를 만회하려고 15일 선제공격을 가했지만, 일방적인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김정일의 심정이 처참할 것이다. 낙후된 북한의 실
체를  절감했을 것이다. 이제 북한은 아무리 화가나도 서해에서는 판을 벌
이지 않을 모양이다. 서해에서는 보복을 획책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
이다. 아마도 다른 수단을 통해 한을 풀려고 할 것 같다.

  한국정부는   국지전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 바둑판을 보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확전을 더 무서워하는 쪽은 오히려 북한이다. 미국은 북한
의 핵무기와 유도탄에 대해 조기 응징을 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응징이
자제되고  있는 것은 구실과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로 야기
된서해의  국지전은 이러한 입장에 처해있는 미국에게 엄청난 명분을 제공
해준다. 북한은 그런 명분을 제공해줄 만큼 바보가 아니다.

  그러면  김정일은 왜 서해작전을 주도했을까? 그야말로 다목적이었을 것
으로   짐작된다. 아마도 북한은 현재의 대화 분위기를 강경 대결분위기로
바꿀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대화 분위기에서는 미국과 신사적인 회담을 해
야  하고, 미국이 요구할 때마다 핵의혹 시설들을 보여줘야 했다. 핵과 미
사일은  북한의 안보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그것들을 개발하기
까지는 무슨 수를 쓰든 미국의 눈을 따돌려야만 한다. 미국의 눈을 따돌리
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강경 분위기를 조성하는 길일 것이다.

  또 다른 큰 이유는 북방한계선을 없애버리려는 것으로 점쳐진다. 북방한
계선은  이름이 잘못 붙여져서 혼돈을 주지만 '해상의 휴전선'이다. 그 휴
전선은 북한 서해로부터 6km이내에 그어져 있다. 북한은 군항을 이 선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으로 건설했다. 북한 해군의 활동이 이 선으로 인해 위축
돼 왔다. 북방한계선을 제거하는 일은 북한의 염원이다. 북한은 한국이 독
도수역을 일본에 힘없이 내주는 걸 보고 '이런 물렁한 정부'가 있을 때 한
번 찔러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차관급  회담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7월 안으로 제공될 30만t의 비료
는 받되 이산가족 문제만은 질질 끌고 싶었을 것이다. 이산가족 재회는 고
단위 개방이다. 개방은 김정일에게 독약이다. 이를 피하기 위한 방법은 주
제를 뒤로 미루고 질질 끄는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비료를 받기까지는 차
관급 회담에 응하되 회담 주제는 서해사태로 채울 것 같다.

  이번 사태에서 남북한은 각기 하나씩의 수확을 나눠가졌다. 남한의 수확
은  '북한군이 별거 아니다'라는 것이다. 북한의 수확은 'DJ의 정권안보는
내손에 달렸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정부가
북한에  끌려다닐 것은 북한에게나 남한국민 모두에게 확연하게 드러나 있
다.

  햇볕정책은 DJ정부에게 얼마간의 이익을 줄지 모르지만 국가와 국민에게
강요하는  대가가 너무나 크다. 햇볕정책의 발동은 남한 정부가 걸었지만,
그 운명은 북한이 좌우한다. 얼른 봐도 무모하기 이를 데 없다. 이를 두고
미국 정가에서는 "DJ정부가 스스로 판 무덤"이라고 평한다. DJ정부는 도대
체   무슨 이유로 개인의 운명과 정권의 안보를 담보로 북한을 일방적으로
도와주고   사랑할까?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행여 금강산 사업이 중단될까, 차관급 회담이 결렬될까 전전긍긍해
하며 북한의 노골적인 침범행위에 대해 한동안 무책으로 일관했다. 북방한
계선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북한은 얼마나 많은 우리 어선들을 납치해갔던
가? 그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 억울함을 기억하는 정부라면
이런 식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98년 속초에서 그물망에 걸린 잠수정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는 마치 북한
의 대변인처럼 북한을 옹호했다.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
부는  '영해 침범'을 '월선행위'로 가볍게 표현했다. 내부적으로는 진돗개
를  발령해놓고도 이 용어가 북한에 자극을 준다는 이유로 '경계강화'라는
말로   대치했다. 56년간 한결같이 교육되고 준수해 오던 해상 교전규칙을
포기했다.

  군과  정부 일각에서는 "남한이 북한에 엄청난 달러와 물자를 주고 있는
마당에   몇 척의 어선들이 내려와 고기좀 잡아간다해서 그들을 공격할 수
있느냐?"는   극히 목가적인 생각들이 유행한다고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이러한 생각들을 가진 당국자들과 북한에 멱살을 잡혀버린
햇볕정책이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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