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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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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IMF 탈출 선언의 허구

19991124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IMF 탈출 선언의 허구

중앙 및 지방정부가 진 빚이 111조3천억원이다. 여기에 재정경제부가 발
행한  공적자금 82조원을 보태면 빚은 193조3천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공적자금   82조원을 정부가 보증만 선 빚이라고 둘러대지만 이것이야말로
가장   악성적인 빚이다. 공적자금이란 정부가 돈을 찍어내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청소해주고, 예금자들에게 예금 청구액을 돌려주기 위해 금융
기관들에  털어넣어준 권력의 돈이다. 어느날 아침, 통장에 권력으로 입금
시켜준 돈인 것이다. 돈의 가치에 물을 탄 것이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경영하는 108개 공기업, 지방정부가 경영하는 297개
공기업의 빚을 합치면 200조원 이상의 또다른 빚이 있다. 한국전력 하나만
보더라도 공기업의 빚은 심각하다. 한전의 빚은 내국 빚 31조원에 외국 빚
이  69억달러다. 지난 1년간 5조원의 빚이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모든 공
기업에서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 이 빚도 결국 국민들 어깨에 얹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국민 한 사람에게 지운 빚은 420만원이고, 공기업이 진 빚까지를
포함하면  1천만원은 족히 될 것이다. 4인가족이라면 4천만원의 빚을 떠안
고  있는 셈이다. 이런 빚은 해마다 늘어나는 이자, 정부와 공기업의 부실,
은행  및  기업들의  부실이 앞으로 점점 더 심화됨에 따라 눈덩이처럼 늘
어날 모양이다.

  지난 2년간 국민 한 사람에게 추가된 빚은 3천달러가 훨씬 넘는다. 그런
데 정부는 국민 1인당 GNP가 1만달러에 육박한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지난
해의  7천달러에서 3천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결국  정부가  늘려놓았다는
GNP는 발권력과 빚으로 메운 것에 불과하다.

  만일 정부가 또다른 공적자금 200조원을 발행한다고 하자. 그러면 GNP는
1만5천달러  정도로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속임수가 아니고 무엇인가? 국
민에게  빚을 지우고, 물가를 올리고, 생활필수품에 세금을 듬뿍 포함시키
고,   선거 후부터 공공요금을 수십% 단위로 올리고, 직접세를 늘려가면서
GNP를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통계숫자를 무작정 발표하는 언론에서만 경제가
잘  돌아가고, 국민은 점점 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
민이 부담하는 빚은 어디에다 쓰는가? 생산성 있는 곳에 투자되는 것이 아
니라   부실한 경영체에 쏟아붓고, 부실공사에 쏟아붓고, 각종 브로커들에
떼이고   있다. 지난 1년간 연봉 8천만원 이상의 고위 공직자가 1천명이나
생겼고, 공직자와 공기업이 더욱 방만해져서 빚을 키우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700억원이  투입된 청주공항에 단 한 대의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 않는다.
3천억원이  들어간  평택항이  을씨년스럽게 방치돼 있다. 2조원이 들어갔
다는   시화호가 애물단지로 둔갑해 있다. 공적자금을 듬뿍 받은 은행들은
지난 2년간 헛장사를 했다. 한빛.외환.조흥.제일.서울은행들이 은행당 2조
원  이상의 빚을 추가시켰고, 여기에 아직 계산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떼
인 돈도 그 이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거의  모든 은행이 국유화됐기 때문에 관치인사와 관치금융이 지난 세월
에  비해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 은행 간부들의 경영능력과 돈 떼이는 실
력(?)도   최근 들어 더욱 더 악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도
후년에도  정부는 올해 못지 않을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개혁했다는 기업들은 어떻게 변해 있는가? 능력을 키운 것이 아니라, 잘
라내고 축소하고 국유화했다. 64개 중견그룹 중에서 34개 그룹이 해체됐다.

  제2대   그룹이었던 대우가 공중분해됐다. 그로 인해 인천 경제의 40%가
증발해 버렸다. 15개 그룹이 부도처리되어 증발했고, 3개 그룹이 법정관리
로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16개 그룹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받
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이란 국유화된 기업이다.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겠다던 정부
가 결국은 100개 이상의 사기업을 국유화하고 있는 것이다. 34개 중견그룹
305개 계열사 중 230개가 청산정리됐고, 75개사만이 워크아웃 업체로 지정
됐다. 여기에 대우 계열 12개사와 10여개의 금융기관들을 합치면 100개 이
상의 기업이 국유화되는 셈이다.

  반면   30대 재벌에서 4대 재벌이 차지하는 자산 비율은 97년 62.7%에서
98년말에는   65.8%로 늘어났고, 아마도 지금은 4대 재벌의 자산 집중도가
더욱  더 심화돼 있을 것이다. 4대 재벌이 소유한 금융기관이 점유한 금융
시장  점유율도 97년 17.6%에서 98년에는 34%로 늘어났다. 중견기업, 중소
기업은  망가지고 대기업의 힘은 더욱 더 강해졌다. 그래서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중산층이 잃은 일자리는 93만개, 중산층이 잃어버린 소득은
48.8%, 중산층은 일자리도 잃고 소득도 반으로 줄어든 반면, 부자는 IMF시
30%를   육박하던 고금리로 더 부자가 됐고, 정권 실세들이 누리는 권력은
해방 후 가장 강력해졌다. 그 권력만큼 부정과 비리도 은닉되고 있을 것이
다.  반도체 등 수출을 떠받치고 있는 업종들은 앞으로 3-4년 이내에 사양
화할 수 있는 것들이다. 경제규모는 졸아들고, 체질은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경제는 좋아지고 있는 게 아니라 멍들고 있는 것이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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