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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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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교육 개혁의 본질

19991110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교육 개혁의 본질

교육개혁이  추진되더니 학교만 쑥대밭으로 변해 버렸다. 원로교사 한분
을  내보내면 젊은 교사 세 분을 고용할 수 있다는 단순 산술을 가지고 교
원의 정년을 3년간 단축하면서 명퇴를 유도한다는 것이 교사들의 마지노선
인   자존심을 건드려 명퇴 속출사태를 촉발시켰다. 그 후유증으로 예산은
예산대로 더 많이 결딴내면서도 교사 부족사태를 발생시켰고, 교사들의 질
과 의욕을 떨어뜨려 한마디로 맥빠진 학교를 만들어 버렸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중학교에서 상위 15%에 들지 못하면 인문계 교등학교
에   입학할 수 없고, 실업계 고등학교들은 불량한 학생들이 우글거린다는
소문들이  자자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상위
15%에 들지 못하는 학생들은 희망을 잃고 비뚤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교사들은  상위권 학생들을 기준으로 가르쳐야 할지, 하위권을 기준으로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학원을 통해 앞서가는 학생들은 교실에서
따분하다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학교 수업마저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
에게는   "너도 학원에 가서 배우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좀처럼 존경받기 어렵고, 학생지도도 어렵게 돼 있다.

  몇 가지 시스템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첫째, 교과서 개혁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일수록 최고의 석학이 실명제로
정성껏 써야 한다. 지금의 교과서는 '얼굴없는 브로커'들이 쓰고 있다. 초
등학교, 중.고등학교 교과서들을 읽어보면 균형감이 없고 요령부득으로 쓰
여져 있어, 필자도 무슨 뜻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읽어도
요령부득이고,  잘 기르치는 선생님도 만나기 어렵다. 이러할 때에는 누구
라도 취미를 잃고, 자포자기 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1974년도에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떠나
기 전에 한국에서 가장 잘 쓰여졌다는 공업부기와 상업부기 교과서를 구입
했다. 그러나 그 책은 그야말로 요령부득이었다. 그러니 학원에 가서 배울
수밖에. 미국에 가서 원서로 회계학 교과서를 읽으니, 교수가 필요없을 만
큼  스스로 재미있게 터득할 수 있었다. 교과서 하나가 훌륭하냐 아니냐에
따라  흥미가 좌우됐다. 그렇게 재미있는 내용을 한국 교수들은 왜 논리적
으로 쓰지 못할까.

  이처럼 교과서와 참고서들이 훌륭하면 학생들은 그것들을 가지고 예습도
할  수 있고, 독학도 할 수 있다. 독학을 하면 창의력이 스스로 개발된다.
같은  내용을 여러 저자들의 시각으로 소화한다는 것은 사고방식을 다양화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빌 게이츠도 하버드대학의 가드너 교수
를 인용하며 이러한 학습방법을 지지한다.

  두  번째 시도할 가치가 있는 것은 CD나 비디오에 의한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길이다. 다양한 교습을 위해서는 CD나 비디오 테이프들이 다양하
게 개발돼야 한다. 같은 과목이라도 설명하는 강사에 따라 교습 방법이 다
채로워질  것이다. 학생들은 자기에게 가장 알맞는 강사를 선택할 수 있고,
또  다른  학생들은  같은 내용을 이해하는 데 여러 강사들의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다양한 사고방식과 창의력을 기르는 데 있어 최고의
방법이다.

  교사에  따라 신비롭고 재미있는 과목이 한없이 지루할 수도 있고, 무미
건조해  보이는 과목이 한없이 매력적일 수도 있다. 교사들이 아무리 준비
를 잘 한다 해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불과 몇 명 뿐이다. 교육
부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게 경쟁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는 합리적인 평가 과정을 거쳐 모든 학교와 시장에 납품돼야 할
것이다.  진도가 빠른 학생은 혼자서 진도를 앞서갈 수 있고, 느린 학생은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없이 혼자서 차근차근 기초 테이프부터 골라 기초
를 닦아 앞서가는 학생을 추월할 수 있다. 교사는 비디오 시스템의 관리자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비전을 제공해 주는 방
안이 고려돼야 한다. 이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각계 인사들을 초청
함으로써   가능하다. 과학자들도 초청되고, 예술가들도 초청되고, 어부도
초청돼야   한다. 이는 어린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을 갖게 하고,
학업에 대한 동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가하고 싶은 것은 학교에 독서 열풍을 일으켜 주는 길이다.
학생들은  살아  있는  교사로부터 보다는 책에서 그가 되고 싶어 하는 미
래의 지화상을 찾게 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교사는 바로 독서다.

  어린이들의 가슴에는 때묻지 않은 하얀 백지가 들어 있다. 그 백지에 무
슨  그림을 그리는 가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 그 나이에 무슨 책을 읽느
냐에 따라 그들의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미 쓰러져 버린 쑥대밭만 일
으켜  세우려 하지말고, 교육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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