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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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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시급한 은행 개혁

19991201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시급한 은행 개혁

은행이  개혁돼야 한국경제가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은행은 아
직  전당포일 뿐이다. IMF 이후 은행들이 지각변동을 맞았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IMF 2년간 모두 217개 금융기관이 증발했고, 5만여명의
금융   종사자들이 직장을 잃었다. 9개의 은행, 18개 종금사, 6개 증권사,
5개 보험사, 2개 투신사, 41개 금고, 131개의 신용협동조합, 5개 리스사들
이 문을 닫았다.

  2천77개의  금융기관 중 217개가 문을 닫고 1천860개가 살아남아 있지만,
경영능력을  보면  남아있는  기관들이라  해서 나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부패한  계란 중에서 약간 더 부패해 보이는 것들을 먼저 골라냈을 뿐, 지
금도  은행다운 은행은 없다. 고압적 자세, 원시적인 업무내용, 시스템 없
는 경영, 담보와 꺾기 관행이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저축은  투자의 원천이다. 그런데 한국의 금융기관들은 국민이 저축
해놓은 돈을 허공에 날렸다. 떼일 줄 뻔히 알면서도 커미션만 두둑이 챙길
수  있으면 부실 기업들에게도 대출을 해주었다. 반면 건실한 기업이라 해
도 커미션을 주지 않으면 대출을 외면했다. 정치적 실세들이 무언(無言)의
제스처만  써도 부실 대출이 이뤄졌다. 선거철이 다가옴에 따라 이러한 실
세들의 행패가 다시 시작되고 있는 모양이다.

  국민이  은행에 저축해놓은 돈은 투자에 쓰여지기는커녕 물에 던져진 빵
덩이처럼 명찰 없는 고기떼가 이리저리 뜯어먹고 흩어져 버렸다. 저금해놓
은   돈을 고객이 찾으려 했으나, 은행에는 내줄 돈이 없었다. 예금자들이
맡겨놓은 돈을 내주지 못하면 폭동이 일어난다.

  다급한 나머지 정부는 6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기재된 입금통장을
만들어 재정경제부 산하 기관인 예금보험공사와 성업공사에 반반 나눠줬다.
그 64조원은  누군가가  저축해놓은 돈이 아니라, 정부가 빈 통장에 한 줄
로 기록만 해준 금액이다. 국민이 저금한 돈에 정부가 그만큼의 맹물을 탄
것이다.

  공짜로  받은 돈이라 은행은 아까운 줄도 모르고 그 통장에서 돈을 헐어
내  쓰고 있다. 그 통장에서 예금자가 청구하는 금액도 내주고, 떼일 것이
뻔한 부실 기업에게도 또다시 부실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은행은 과거의 무
능과 관행을 더욱 신나게 발휘하면서 그 64조원의 돈을 퍼내주기에 바쁘다.

  지난  2년간 은행당 3-4조원씩의 적자를 기록했다. 2년간 이들이 추가적
으로  떼인 돈은 계산조차 안되고 있다. 그것을 알리면 현 정부에 대한 여
론이 악화되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그런 자료를 발표하지도 않을 것 같다.
단지 앞으로도 정부가 통장에 기록만 하면 쓸 수 있는 맹물이 국민이 저축
해놓은 돈의 가치를 점점 더 빨리 맹물화할 것이다.

  정부가  은행에 통째로 붓는 맹물을 다시 은행 밖으로 뽑아내 버리면 우
리가 저축해놓은 돈의 가치는 그대로 보존된다. 그러려면 은행의 경영능력
이 획기적으로 향상돼야 한다. 그러나 은행은 그 맹물을 주는 족족 마셔만
대고 있다.

  국민은 은행에 농도 100%짜리 주스 1리터를 맡겨놓았다. 그 돈을 내년에
찾으면  농도  70%짜리  주스 1리터를 찾을 것이다. 내후년에 찾으면 농도
40%짜리 주스  1리터를  찾게 될 것이다. 불과 몇 년후에는 아마도 색깔만
노란 맹물  1리터를 찾게 될 것이다. 정부가 공적자금 제도를 계속 사용하
는 한 이러한 현상은 불가피하다.

  이는  한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길이다. 이러한 현상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공적자금 제도를 하루라도 빨리 중단하는 길뿐이다. 유일한
대안은 은행 경영의 과학화다. 그런데 매우 안타깝게도 지금의 정부에게는
은행을 과학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보인다. 정부의 마음은 다음에 사용
할 공적자금이 얼마이며 그 액수를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대한 정치적 술수
에만 쏠려있는 것 같다.

  은행은  지점들의 집합체다. 모든 지점장들은 천편일률적인 구시대 조직
을  가지고 있다. 현 지점장들의 능력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일은 겨우 입출
금  창구를 운영하는 일뿐이다. 이런 능력 밖에 가지지 못한 지점장들에게
고객의 리스크 평가를 전제로 하는 대출 및 대부 업무를 맡기고 있기 때문
에 부실 대출이 속출한 것이다.

  시스템이 빈약하고 허술하기 때문에 지점장은 대리급 심복 한 사람만 만
들면  얼마든지 도둑질을 할 수 있다. 시스템이 빈약하기 때문에 정치권과
권부의  대출압력이 쉽게 먹혀들 수 있다. 은행들을 국유화했기 때문에 집
권당에 의한 관치 인사와 관치 금융, 파워대출의 악습들이 더욱 더 심화되
고  있다.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가 곧바로 은행인들의 도덕적 해이로 증폭
되고   있다. 이로 인한 병리 현상은 아마도 내년 후반부터 노골화할 것만
같다. 은행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게재할까 한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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