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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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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맹물 공군과 군의 총체적 기강해이

19991103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맹물 공군과 군의 총체적 기강해이

공군이  95%의 물로 채워진 항공유를 넣고 비행을 했다는 사실도 기네스
북에 오를만한 뉴스지만, 기무사가 이 엄청난 사고를 국방장관과 대통령에
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에 못지않게 충격적이다. 기무사는 군의
파수꾼이다.  그런데 기무사는 지금 스스로가 병무비리에 연루되어 비난을
받고  있고, 거기에 더해 권력을 이용하여 국방부 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는
병무비리  조사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또 다른 비난을 받고 있다.
기무사마저 이렇듯 타락해 있으니 군은 어디로 가고 있겠는가.

  사고도 사고 나름이다. 맹물비행 사고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치
의 극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사고원인에 대한 공군과 국방부의 발표
가 과학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고가  난 F-5F기는  훈련용 전투기로  앞뒤에  두 사람이 타게 돼있다.
9월 14일 공군은 7대의 전투기에 맹물을 넣었다. 훈련기에는 중앙에 275갤
런   짜리 외부 탱크와 양쪽 날개 밑에 150갤런 짜리 외부 연료탱크 4개를
달 수 있다. 전체 875갤런을 외부탱크에 넣을 수 있다. 그날 7대의 전투기
가 어떤 탱크를 달고 이륙했는지에 대해 공군은 밝히지를 않고 있다. 그러
나 275갤런 짜리 탱크에 물을 채웠다면 그 양은 7배럴이다.

  국방부  조사결과에  의하면  5만배럴 짜리 탱크 밑바닥에 폭 2mm, 길이
3cm의  균열이 나있고, 그 틈을 통해 맹물이 스며들었다고 말하지만, 이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균열이라면 갓난아기가 엄마 얼굴에 낸 손
톱자국만한   생채기 크기에 불과하다. 설사 유류고 밑바닥에 이런 균열이
있었다   해도 5만배럴이 담긴 항공유의 천문학적인 압력을 밀어내고 물이
탱크  용량의 95%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오
히려 기름이 밑바닥으로 새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이는 탱크 주변의 땅을
파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국방부는 5만배럴 짜리 탱크에서 1만배럴 짜리 탱크로 기름을 옮김에 따
라 유압이 감소해서 500배럴의 물이 탱크 밑바닥으로 스며들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믿기  어렵다. 설사 탱크에 기름을 모두 비우고 지하수가 스며들
도록  해보자. 아마도 그 틈새로 지하수가 500배럴(400드럼)이 스며들려면
몇 년은 걸려야 할 것 같다.

  항공유는  일반 휘발유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비싸다. 국방부의 발표대로
500배럴만  물이었다고 치더라도 그 불어난 양은 공군 막사를 홍수로 범람
시킬만큼  엄청나며 그 값도 엄청나다. 기름의 유입과 사용량에 대한 장부
를 조사해보면 금방 드러날 수 있는 양이다.

  또  균열을 통해 물이 조금씩 채워졌다면 사고는 물이 95%까지 채워지기
훨씬 이전에 났을 것이다. 국방부는 결로(結露)에 의해서도 물이 채워졌다
고  하지만, 이는 허풍이다. 결론적으로 맹물이 대량으로 부어지기 전에는
샘플로 추출한 기름이 95%의 물로 채워질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혹이 든다.

  필자는  이 문제를 가지고 주유소를 방문했다. 모두가 "맹물을 들이붓기
전에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라며 비웃기까지 했다.

  그동안 공군에는 항공유, 각종 고급 특수유, 수리부품 등 광범위한 분야
에 걸친 납품비리에 대한 소문이 파다했다. 이로 인한 사고들이 많이 발생
했지만, 공군은 이들 사고를 모두 기관고장으로 처리했다는 소문이 많았다.
혹시 이번 사고도 이러한 사고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이면지를 사용하지 않는 간부에게 강등이라는 무거
운  벌을 내렸다. 다른 간부들이 의아해했다. "회사에 엄청난 금전적 손해
를 끼친 간부는 용서해주면서 사소하게 이면지를 사용하지 않는 간부를 강
등  시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고노스케가 말했다. "지난번의
간부는 열심히 노력하다가 불가항력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게 됐다. 열심
히   일하려다 실수를 저지른 간부를 처벌하면 누가 앞으로 열심히 일하려
하겠느냐. 그러나 이면지를 사용하지 않는 간부는 태만했다. 그 태만이 인
생을 망치고 기업을 망치는 것이다."

  군에도   포기할 수 없는 좌우명이 있다. "전투에서 패하는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를 소홀히 해서 패하는 것은 사형감"이라는 말이다. 태만
과  기강해이는 용서할 수 없다는 군율이다. 그런데 최근 공군에서 연이어
태만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발생한 인천 나이키 오발사고 역시 군은 진실을 왜곡
하여  발표했다. 케이블 피복들이 삭아문드러지도록 방치해서 일어난 합선
사고를  군은 노후장비 때문에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고라고 거짓 보고
해 당시의 군수뇌들이 인사책임을 면했다. 이렇듯 군수뇌가 거짓말을 하면
서 군의 나태함을 감싸주면 앞으로도 사고는 잇달아 터질 것이다. 이런 군
대를 가지고 무슨 전쟁을 한단 말인가.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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