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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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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8.15 경축사의 신뢰성

19990818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8.15 경축사의 신뢰성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이제는 시장이 재벌구조를 받아들이지 않
는 시대라고 말했다. 말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당연한 말이다. 정경유착에
의해  은행돈을 마음껏 끌어다가 겁없는 아이들처럼 마구 뿌려대다가 결국
은 그 돈을 국민이 갚도록 만들고 있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바로 한국의 재
벌들이다. 이런 재벌들도 방치할 수 없지만 이들에게 돈을 마구 빌려준 은
행과 정부도 방치할 수 없다.

  IMF 이후 한국의 대부분 은행은 정부가 소유하게 됐다. 정부가 국민세금
을  가지고 은행이 양산한 부실채권을 출자전환 형식으로 메워줬기 때문에
은행들이 정부 소유가 돼버린 것이다. 관치금융이 더욱 더 판을 칠 것이고,
이에   따라   부실이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은행의 부실한 경영능력이
유발시킬  천문학적 부실채권과 적자규모가 유발시킬 문제도 재벌 폐해 못
지 않다.

  은행들은 지난 1년 이상 대우에 많은 자금을 빌려줬다. 빌려줘서는 안될
돈들이었지만  은행들은 정부가 시키는대로 했다. 대우는 빚을 갚기는커녕
더욱  크게 키웠다. 결국 정부는 경영능력이 한계에 부딪힌 재벌에게 무턱
대고  돈을 빌려주고, 빚덩이가 점점 더 커지자 겁이 나서 빌려준 돈을 갑
자기 회수하려 하고 있다. 하는 일을 보면 재벌이나 정부나 도토리 키재기
다.

  대우의 해체가 정부와 대우간의 감정싸움의 결과냐, 아니면 논리적 분석
의  결과냐를 놓고 저울질한다면 필자는 감정싸움의 결과에 무게를 얹는다.
정부는  지금   본래의 목표인 재벌 시스템을 해체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재
벌기업들을 해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그룹의 모든 기업들을 살리면서
재벌 시스템만 개혁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들을 청산하거나 외국
에  팔아치우면서 공중분해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정부
는 후자를 택하고 있다.

  미국의   은행들은 한국의 은행들처럼 기업에게 돈을 함부로 빌려주지도
않지만, 돈을 빌려간 기업이 망할 단계에 오면 그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유
능한 경영진을 찾아 나선다. 대우그룹내에 있는 60여개의 기업들을 살려낼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재벌 회장이 선정한 경영진들은 재벌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어서 기업들을 살릴 수 없을지 모르지만, 다
수의 주주 및 채권자들이 물색해낸 경영자는 기업을 살릴 수 있다. 다수의
남남으로   구성된 주주들은 정말로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능력자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대우가 공중분해되면 4천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대우의 주력기
업들이 위치한 인천지역의 경제가 치명타를 입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
부와 은행은 기업 하나하나를 살리기 위해 유능한 경영자를 찾아내려 하지
는   않고, 마치 감정 자랑이라도 하듯 대우를 1년 이내에 공중분해하기로
결심했다.  정부는 "경영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기업이 많다"고 쉽게
해명하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낮은 눈높이를 표현할 뿐이다.

  "시장이 재벌구조를  원치 않는다"면 다른 재벌들도 대우 식으로 해체해
버리겠다는  말인가. 재벌기업들은 살리되 재벌 시스템을 해체하려면 지금
대우  뿐만이 아니라 모든 재벌들이 아래와 같은 개혁의 수순을 밟고 있어
야 한다.

  첫째,   각 회사의 주주진 속에 가족이 한사람 이상 있을 수 없게 한다.
남남으로 구성된 주주들은 유능한 경영자를 물색하게 될 것이다. 둘째, 공
신력있는   공인회계사들에게 기업을 미국식으로 밀착 감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감사 수임료를 업체별로 차등 부과하도록 해야 한다. 회계
시스템의 신뢰성이 높은 기업에게는 낮은 수임료를, 시스템이 허술한 기업
에게는 기업을 포기할 만큼의 높은 수임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기업은 엄청
난  수임료를 절약하기 위해 투명한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
다.  넷째, 회계 자료에 이상이 생기면 1차적인 책임을 공인회계사에 지우
고, 형량은 일생을 담보할 만큼 무겁게 지워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는 한, 정부의 눈 밖에 나는 몇 개의 재벌
들만  공중분해시키고, 선단식 재벌 시스템은 그대로 존속될 것이다. 기업
의  투명성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1년반 동안 신정부가 보여준
개혁능력과  대우의 처리과정을 지켜보면 이번 8.15 경축사에  담겨진 1만
2천달러의 국민소득, 완전고용  등  화려한 약속들이 벌써부터 물거품으로
보여지지 않을 수 없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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