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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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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YS환란과 DJ환란

19990825   [지만원의 시스템칼럼] YS환란과 DJ환란

서울지법이   강경식씨와 김인호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한국은
'환란은  있어도 범인은 없는 나라'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 결론은 옳은
결론이다. 범인은 시스템이지 사람이 아니다. 첫째, 불량한 제품이 불량한
시스템의  산물이듯이 경제환란 역시 불량한 경제시스템의 산물이다. 둘째,
개인의  힘으로는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이렇게 자명한 결론
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불량한 시스템은 고치려 하지 않고, 시스템
속에 힘없이 서있던 두 사람만 처벌하려 했다.

  한국에서는  한 사람의 공직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아무
리 사소한 정책이라 해도 다수가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 두 사람 이상에게
공동으로  책임이 있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말이 된다. 따라
서  환란의 죄를 두 사람만에게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 이는 검사가 기소
를 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도출돼 있던 결론이었다.

  그러면   두 사람을 물려고 대들었던 검사나 집권세력은 바보란 말인가.
필자의  생각엔 그렇다. 그들이 바보인 이유는 또 있다. 검사란 누구인가?
체계적인   학벌이 없더라도 두꺼운 법전을 외울 수 있는 총명함만 가지면
고시에 패스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한국의 법중에는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고 앞뒤가 맞지 않는 것들이 수두
룩하다.  누군가가 일본법을 번역해 놓은 이래 현대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
고 패스돼온 구시대적인 법뭉치들이 바로 한국법이다. 이러한 낡은 법들을
외우는  과정에서는 응용능력이나 논리력이 길러지기 어렵고, 다양한 전문
시스템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지 않는다. 이렇게 제한된 시각 및
분석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국가 최고의 전문분야를 재단해보라고 주문한
정부나, 이에 응한 검사 모두가 희극적이다.

  가장 생생한 역사는 현실이다. 한국인들이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고 있
는  것은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이끌어 내려고는 하지 않고, 누가 잘못했는
지를 처벌만 하려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설 때나 아닐 때나 사람잡는 검
찰부터  쪼르르 나서고 있다. 잘못된 현실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들은 검찰이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팀이다.

  만일  신정부가  환란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이끌어 내서 미래에 잘
해보려고 마음먹었다면 강경식씨와 김인호씨는 스스로 진실을 파헤쳤을 것
이다.  그러나 신정부는 그들을 처벌부터 하려고 덤볐기 때문에 그들은 진
실을 은폐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역사로부터 배우지도 못하고
제2의 환란을 막아내지도 못한다.

  YS는 지금도 환란의 근본원인과 교훈을 알지 못하고 있다. DJ 역시 이를
모르고  있다. 그래서 DJ도 YS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 YS환란은
빌린   달러를 제 날짜에 갚지 못해 발생한 금융 해프닝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  DJ의 상황처리로는 만기를 연장시키고, 새로운 빚을 얻어 묵은 빚을
갚은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무서운 위기는 앞으로 1-3년 사이에 닥칠 수
있는 구조적인 것이다.

  YS환란의 진도(震度)가 1이었다면 앞으로의 환란은 진도 7이 될 수 있다.
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공근로자들을 모두 취업자로 계산하여 눈가림을 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지표들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풀어헤친 돈이 몰려다니며 일
으키고 있는 일시적 착시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특정 인맥들로 채워진 금융권, 정부조직, 정부산하조직들에서 동시 다발
적으로 발생할 총체적 부실 및 부정이 역기능적으로 일으킬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금융권의 위기 하나만 살펴보자.

  한국인이 경영하는 금융기관은 부실하기 그지 없다. 지점장은 떼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뒷돈을 받고 거액을 대출해주지만, 이를 견제하거나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은 지금도 없다.

  이렇게 해서 떼인 돈의 극히 일부를 정부가 64조라는 엄청난 공적(公的)
자금을  투입해  메워줬다. 공적 자금을 받는데 익숙해진 금융기관들의 도
덕적 해이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일하는 손은 보이지 않고 '빨대'들만
난무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러한 블랙홀 속으로 공적 자금이 한없이 들어
갈 전망이다.

  지난   1년간 대우에만도 17조를 꿔주었다니 다른 기업들에겐 또 얼마의
돈을  떼였을까. 금융권이 부실기업과 야합하지 않고, 꾸어준 돈을 제대로
감시만  했더라도 오늘날의 재벌부실은 없었다. 재벌개혁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바로 금융권과 정부 개혁이다. 이것 하나만 봐도 신정부가 제2환란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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