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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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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안일공무원

무사안일공무원／지만원（한국병어떻게할것인가：３２）

골프치던 어떤 사람이 대통령의 부름을 받자 갑자기 목을 뻣뻣하게 세 우더라는 우스갯말이 있었다． 이러한 사람일수록 올라가는 길만 보고 내 려오는 길은 보지 못한다． 자기의 전임자들이 모두 ２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지만 자기만은 영원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것으로 착각 했다． 현직에 앉아있는 모든 공직자들에게는 이 사회를 잘 가꾸라는 임 무가 주어져 있다． 가장 멋진 공직자는 자기가 일반서민으로 내려왔을 때 가장 살기 좋은 사회를 공직에 있을때 가꾸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렇게 훌륭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역으로 대부분 의 공직자들은 자기를 이롭게 하기 위해 사회를 허물어왔다．

이러한 아전인수식 행정을 예방하기 위해 선진국에는 「이해당사자」（Ｃｏｎｆｌｉｃｔｏｆｉｎｔｅｒｓｅｔ）라는 용어가 생활화돼 있다． 이 때문에 선 진국 공무원들은 자기가 운용할 제도와 정책을 자기 손으로 만들지 못한 다． 부동산을 많이 가진 공무원이 부동산정책을 세우면 부동산값이 올라 가도록 정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 이해당사자」 원칙을 무시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한국은행법 개정을 재 정경제원이 주도했다는 것은 선진국 개념으로 보면 소가 웃을 일이다． 그 결과 한은법개정안에선 한은의 모든 권한을 재경원장관의 손으로 이관 시켰다． 만일 재경원장관이 스스로 국민의 입장에 서서 한은법을 시안했 더라면 개정안의 내용이 １백８０도 달라졌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공 무원이 제도와 정책을 연구하지 않고 사설 싱크탱크에 맡긴다． 첫째는 연구의 전문성을 위해서이고， 둘째는 연구의 객관성을 위해서이다． 시스 템개발에 대한 전문성은 공무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싱크탱크에 있다． 우리는 한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공무원을 전문가라고 생각해왔다． 그래 서 이러한 전문가들이 제도와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사법 개혁은 사법부 사람들이， 교육개혁은 교육계 공무원들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이들이 결코 시스템 개선을 위한 전문가가 될수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들이 객관적 위치 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은 단지 그 분야의 원주민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는 남의 경험과 자 기의 비전을 결합하여 개선된 시스템을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아 무리 경험이 풍부해도 이러한 능력이 없는 사람은 결코 전문가가 아니다 ． 경험은 시스템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경험자 들은 자기의 단편적인 경험과 단편적인 비전을 시스템전문가에게 말해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에서처럼 공무원 자신들이 외부 두뇌의 도 움없이 시스템개선을 주도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만들어진 제도와 정책의 거의 모두가 부실한 것은 바로 이 두가지 이 유 때문이다．

선진국 정부의 １개과는 공무원수가 불과 ３∼５명에 불 과하다． 반면 한국정부의 경우 １５∼２０명의 공무원이 있다． 선진국 공무원은 하루에 ４∼５시간씩 싱크탱크 학자들과 현실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러한 생활을 １０년간 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두 뇌가 향상된다．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선진국 사회는 두뇌에 의해 운영 되면서 공무원의 능력도 함께 자동적으로 향상되는 것이다．

반면 한국 공무원은 외부 두뇌와의 접촉을 기피하면서 매일매일 눈치와 절차와 형식 으로 근무한다． 이러한 생활을 １０년간 하게 되면 공무원의 두뇌는 자 기도 모르는 사이에 퇴화돼 버린다． 이러한 두뇌에 의해 비밀로 만들어 진 제도와 정책에 의해 한국사회가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퇴화 되어 가는 한국공무원이 영악한 미국공무원과 마주앉아 협상을 하게 되니 우리의 국익이 보호될 리 없다．

미국공무원이 한국공무원보다 원래부 터 훌륭해서가 아니다． 미국정부는 훌륭한 행정운영시스템을 가졌지만 한 국정부는 아직도 이러한 시스템에 착안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사회문제를 발굴해내서 제도개선을 추구하는 전문기구가 별로 없다． 어쩌다 누가 사회문제를 제기하면 해당부처는 문제부터 은닉 하고 방어하려 든다． 이는 옳지 못한 생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고쳐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이들에게 저항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세상에는 문제발굴에 집념을 가진 개혁론자 들이 많다． 선진국에서는 이들을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들을 탄 압해왔다． 한국에는 정부출연 연구소들이 많다． 여기서 일하는 학자들도 엄청난 통제를 받으며 일한다． 이들 여구소에서 소신있는 연구가 나온 다는 것은 사하라사막에 비가 내리는 것과도 같은 이변이다．

지금은 열심히 일하는 학자일수록 손해를 본다． 보고서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학자들이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찍혀 연구소에서 추방됐다． 학자들을 가둬 놓고 소신없는 눈치꾼으로 기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왜 이런 연구소 를 국민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1995.04.11 (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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