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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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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복지부동

공직자복지부동／지만원（한국병어떻게할것인가：３３·끝）

얼마 후면 대학들이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외치던 시대에 태어난 귀한 아이들이 곧 대학기에 들어섬에 따라 대학정원에 비해 학생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 일부 대학들이 이에 대비하기 위해 경영혁신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직원들이 이에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섰다． 해오던 일만 해야지 조금 이라도 새로운 일은 하기 싫다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를 가꿔가면서 살아야 한다．２０세때 하던 일을 ６０세까지 반복하면서 월급을 받겠다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 람이다． 그들의 자손도 이러한 아버지에 대해 자긍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면서 안정된 수입을 얻고자 한다． 이들로 인해 한국사회는 변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 공무원집단이다．

５년전보다 농촌인구가 ７０％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농촌을 위한 공무원 수는 점점 늘어만 왔다． 지금의 농촌인구는 ５백１６만７천명이며 농가수로는 １백１４만８천가구다． 이들 농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직자는 １０만명이다．１１개 가구당 １명의 농 민공직자가 매달려 있는 것이다． 군청단위만 해도 「농」자가 붙은 정부 조직이 ８개나 된다． 위정자마다 농촌을 살리겠다고 공약해 왔고 이러한 공약에 약삭빠르게 편승해서 농촌공직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농촌 지원 기구를 늘렸다고 보고하면 윗사람은 농촌이 그만큼 강화되는 것으로 생각 했다． 농민들은 실질적인 도움은 받지 못하면서도 가장 많은 공직자를 먹여살리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에는 이미 농가가 없어져 버린 도시들이 많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는 아직까지도 농촌지도소들이 자리잡고 있 다．

농수산부에서 퇴직한 공무원들이 하나씩 자리를 만들어 나갔다． 이 기관들로 매년 퇴직공무원들이 흘러들었다． 기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전관들은 단 한해라도 더 있기 위해 정년을 연장했다． 이렇게 하 다보니 농촌공직자들의 수가 기형적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농수산계통의 공직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직자들에 확산돼 있다． 옛날엔 이들 기관에 군인들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산 악회 사람들이 들어서고 있다． 개혁은 없고 신발만 군화에서 등산화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문민정부아래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대통령 말씀」과 「현장 행정」이 이렇게 따로 논다는 사실이다．３ 공 때는 대통령의 말씀이 곧 실천이었다． 대통령은 자기가 지시한 내용 을 수첩에 적어놓고 일일이 현장에 가서 따졌다． 장관들이 대통령을 감 히 속일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장관들은 대통령을 쉽게 속이는 것 같다． 말로만 그럴듯하게 보고 하면 그대로 넘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 많은 것 같다． 국민의 눈에는 아직도 제대로 일하는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 엄청난 권한을 위임받고도 그들은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 일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고 둘째， 행정리더십 과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허위보고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허위보고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자신이 논리적 혜안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상층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행정부에는 사고력을 키우지 못한 중간관리들이 너무나 많다． 어느 정부 기관에 함량미달의 민원이 제기됐다． 민원을 담당한 실무자가 판단 실수 로 쓸데 없는 행정을 유발시켰다． 자기앞에 놓여진 사실들만을 가지고도 논리적으로만 전개하면 능히 종결지을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여러 예하 기관에 『철저히 연구 보고하라』는 지시공문을 내렸다． 이 공문을 받은 예하기관에서는 ５년전의 일을 다시 추적해야 했고 관련된 수십개 부서 를 다시 동원해야 했다． 사업이 ５년이상 지연되고 수많은 공무원들이 지난 ５년간 수행했던 행정을 또다시 반복해야 했다． 다행히도 그 공문 을 받은 예하기관에 똘똘한 실무자가 있었다． 그는 상급기관 실무자에게 항의를 했다． 결국 그 「상급부서의 공문」은 권위를 잃고 말았고 하 급기관에서는 응신조차 해주지 않았다． 질이 낮은 지시였기 때문에 대접 받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손해보는 쪽은 사업을 추진하 고 있는 업체 뿐이었다． 상부기관 실무자는 자기의 경솔함을 인정하면서 도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았다． 자기의 말만 믿고 공문에 결제한 국장에게 차마 자기의 경솔함을 보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 실대로 보고하면 자기만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따져보지도 않고 결재 한 국장까지 면전에서 바보가 되는 일이었다． 잘 가고 있던 사업이 졸 지에 중단되자 업체는 이를 국장에게 직접 항의했다． 그러자 그 국장은 실무자가 써준대로만 외워대고 있었다． 어제 실무자가 인정한 틀린 논 리를 오늘 국장이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국장은 스스로 논리를 따질 줄 몰랐다． 실무자가 조종하는 로봇에 불과했다． 사고력이 없는 사람의 두뇌는 언제나 이렇게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임자다． 개혁의 실마리는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사회발전시스템 연구소장〉

1995.04.16 (일)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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