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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공무원세계화

겉도는공무원세계화／지만원（한국병어떻게할것인가：３１）

공무원들이 세계화의 개념을 잡지 못하고 있다．어떤 구청은 영어강좌를 제공하기도 하고，어떤 구청은 외국관청에 연간 ４０∼５０명의 공무원을 방문시키고 있다．영어를 배워야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고，외국을 방문 해야 세계를 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공무원들은 세계화를 위해 그 이 외에 또 무엇을 더 해야 하느냐를 반문하고 있다．이렇게 해서 싱가포르 정부는 ７천여명의 한국공무원을 맞아들였다．방문하는 사람은 한번이지만 방문을 받는 싱가포르공무원은 수십번씩 손님을 치러야 했다．참다못해 싱가포르정부는 한국공무원의 방문을 사절하고 나섰다．싱가포르를 가장 먼 저 방문했던 공무원들로부터 배우라는 충고까지 곁들였다．

싱가포르의 충고대로 만일 관찰력과 학습력이 뛰어난 공무원을 선발해 한번만 방문케 한 후，이들이 교육도 하고 현장방문때 인솔도 했다면 그러한 추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싱가포르에서 박대를 받게 되자 이들 공무원은 호주나 뉴질랜드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그러나 얼마 안가서 이들은 싱가 포르에서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다．이는 공무원 개개인의 탓이 아 니라 중앙정부의 무능 탓이다．외국 시스템을 배우게 하려는 중앙정부가 배움의 시스템마저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출연연구소 학자들도 매 년 미국 정부기관을 방문해 오고 있다．어느 연구자가 미국 감사기관을 방문했는데 감사이론에 밝은 한 전문가가 그를 맞아주었다．바쁜 관계로 통상 미국공무원들은 한시간 이상을 방문자에게 할애하지 못한다．그러나 이 전문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세 시간이나 할애했다．대화가 즐거웠 기 때문이었다．헤어질 때쯤 돼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지난달에는 한국의 감사기관에서 고위직이 다녀가셨습니다．그에게 새로운 감사이론을 설명해 드렸는데 별로 이해하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그러나 오늘은 정말로 당신과의 토의를 즐겼습니다』 그는 이 방문자에게 많은 자료를 내주었다．

그 방문자는 자신이 가져온 수많은 자료를 틈틈이 읽고 내 용을 소화해서 책으로 만들어 실무자들에게 전파했다．그러나 출장 다녀온 사람들 모두가 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이 일도 자비로 마련한 개인적인 작업이었다．

이 간단한 사례에 대해 두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다．하나는 관찰력과 학습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방문시켜 이들로 하여 금 시청각 교육물을 만들도록 하고，다음부터는 똑같은 방문을 생략하자는 생각이다．또 하나는 「공무원의 의식을 개혁해서 모두가 다 이 사람처 럼 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전자는 시스템적 관점이고 후자는 당 위론적 관점이다．바로 이 당위론적 시각이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

한때 언론이 군을 질책했다．군을 옹호하려는 사람들이 나섰다．『임 무에 전념하는 수많은 군인들이 있는데 그렇게 군을 도매금으로 매도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그 다음에는 공무원이 도마위에 올랐다．공무원들 이 나섰다．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대다수라는 것이었다．밤을 새워 일 하는 군인과 공무원들이 매우 많다．이들이 일한 것만큼 국가가 잘됐다면 한국은 이미 최고의 선진국이 돼 있을 것이다．정부에는 수많은 정부출 연 연구소들이 있다．하나하나의 연구원들은 매우 유능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연구소들이 엄청난 불신을 받고 있다．시스템이 엉성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장교들중에 똑똑하지 않은 장교는 하나도 없었다．그러나 장교 들만으로 구성된 고급사령부의 성과는 매우 불만스럽다．시스템이 엉성하기 때문이다．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은행 질서가 훌륭해졌다．간단한 「대기 번호표 시스템」의 위력인 것이다．만일 대기번호표 시스템을 없애고 그 대신 수십명의 청경을 배치한다면 지금의 이 훌륭한 질서가 그대로 유지 될 수 있을까？ 대답은 당연히 『아니올시다』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 는 중고차를 팔고 사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핑크슬립」이라는 손바닥만한 종이위에 서명만 하면 끝난다．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일을 대행업자만이 할 수 있다．행정이 복잡해서 대학원을 나온 사람도 절차 를 밟지 못한다．대행업자에게 맡기면서도 하루를 소모한다．국민의 시간도 소모되지만，등록업소 직원과 대행업자들의 시간도 다같이 소모된다．선진 국의 생산성을 따라잡으려면 우리의 국민시간은 선진국보다 더 절약돼야 한다．미국인들은 일생동안 주민등록증이나 인감증명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왜 우리 국민만 이렇게 쓸 데 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정 부는 세계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한국 자본가들이 공장을 세우 기 위해 다른 나라로 나가고 있다．영국에 가서 공장을 세우면 모든 공 무원들이 줄줄이 나와 행정을 대신해 주고，땅도 공짜로 제공해준다．이제 는 한국인들도 한국이 싫어지는 것이다．땅값도 비싸고，행정이 복잡하며， 공해도 심하고，마실 물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공무원의 세계화는 목적없이 외국관청을 줄줄이 방문하는 일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 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사회발전시스템 연구소장＞

1995.04.04 (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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