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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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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반도체 빅딜에 문제있다

반도체 빅딜을 놓고 정부와 LG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 싸
움은  현정권과 국민경제 모두에 피해만 준다. 첫째, 아서 디 리틀(ADL)이
라는  컨설팅회사에 문제가 있다. 정부는 ADL사가 세계적인 회사라는 점을
내세우지만 이번만은 그렇지가 못하다.

  세계적인 회사라면 당사자가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보고서를 내놔야 한
다.  또한 리포트가 나오기 전에 투명한 논리를 가지고 당사자들을 설득했
어야 했다. 당사자인 LG로서는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론에 대해 당
연히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갖는다. 이 당연한 권리에 대해 정부가 LG만을
몰아붙이는 건 있을 수 없는 권력의 남용이다.

  둘째,  반도체의  경우는 항공 3사나 철도 3사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항공기와  철도차량의  근본 문제는 물량이 극히 적다는 점이다. 구매자가
한국정부 밖에는 없다. 적은 물량을 놓고 기업들은 무분별하게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을  일삼아 왔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은 국제시장이다. 따라서 반
도체 빅딜은 처음부터 부적절한 생각이었다.

  반도체가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
품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은 반도체 뿐만이 아니다. 국제 경쟁력이 취약하
기 때문에 빅딜을 하라는 건 적절한 처방이 아니다. 사실상 빅딜을 한다고
경쟁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빅딜을 주창한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훗날
웃음거리가 될 소지가 매우 높다.

  정부가 반도체 합병을 강요하는 이유중 가장 큰 것은 매년 3천억원 정도
의 개발비가 중복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복투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면 구태여 빅딜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반도체 기술은 제조공법
기술이다.   일본에는 반도체 제조 업체가 14개나 된다.  도시바, 후지스,
NEC,미쓰비시, 마쓰시타, 오오키, 히타치, 캐논, 닛폰, 코닥, 샤프, 산요,
소니, 스미토모 등이다.

  이들은 일본정부의 중재로 공동으로 출자하여 새로운 제조공법을 개발해
오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일본정부는 NTT와 정부 연구소에 특별 연구팀을
만들어  제조공법을  연구시키고 있다. 일본의 집중된 공략에 의해 미국의
3대  D램 메이커인 모토롤라, 인텔, 몰스텍은 1985년도에 생산라인을 모두
페쇄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하나는 일본 정부의
역할이 주는 교훈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력 잃은 미국 회사들이 즉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주는 교훈이다.

  첫째, 경쟁력을 위해 정부는 영양가 없는 빅딜만 강요할 게 아니라 일본
정부처럼  해야 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이 해마다 빚을 증가시켜 왔
다면  그건 정부의 금융감독 소홀 때문이다. 경쟁력에 밀린 미국 업체들은
여지없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경쟁력 잃은 한국 업체들은
문을  닫지 않았는가? 빚을 얼마든지 갖다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기
업들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한 것은 바로 정부가 이렇게 도덕적 해이를 부추
겼기 때문이다.

  반도체 빅딜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 일본정부처럼 공동연구를 위한 공동
출자를 중재하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에 더 이상 은행돈이 가지 않도록 금
융 시스템을 개선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사실상 정부는 중복투자니, 과당경쟁이니 하며 기업을 비난할 아무런 면
목이 없다. 반도체의 경우 매년 3천억원씩의 연구개발비가 중복투자된다고
지적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들을 보자. 새만금 사업에 2조원를 투
입하고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경부고속전철 사업비는 어떻게 날렸는가?
율곡사업비는 해마다 수조원씩 증발되고 있지 않은가? 농촌에 퍼부은 60조
원의 효과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7백5개 정부 산하기관이 쓰는 연
간 2백50조원의 낭비와 1백8개 공기업의 낭비는 얼마인가? 이런 낭비는 제
쳐두고 기업의 중복된 투자만 문제삼는다면 이는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경제를 살리는 첩경은'게임 원칙', 즉 '보이지 않는 손'
을 만드는 길이지, 절대로 빅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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