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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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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경제정책 혹시 천방지축 아닌가?

지난 1월 4일 일간지들이 정부의 노동정책을 대서특필했다. 기업이 감원
을  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고용유지 지원금 규모를 대폭 늘려
주고,  명퇴자를  재고용해도 기업에 지원금을 대주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국민의 돈이다. 여기엔 엄청난 문제가 있다. 일자리를 늘려야만 경제가 성
장한다.  그런데  정부는 일자리를 늘릴 생각은 하지 않고 50명으로 할 수
있는 일을 1백명으로 하라는 식의 발상을 가지고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부
추기고 있다.

  우리 경제가 망가지고 있는 것은 기업과 정부가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경쟁력을  잃은 것은 과학경영을 하지 않고 파행경영을 했
기  때문이다.  파행경영을 해온 이유는 파행경영이 과학경영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는 모두가 시스템의
산물이고, 시스템은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기업에 풀면
기업은  어떻게  되겠는가?  도덕적으로 해이되고 과학경영에 대한 동기가
말살된다.

  과학경영의  가장  중요한 목표중의 하나는 인건비 절약이다. 1백명으로
하던  일을  5~20명으로 줄이는 게 세계적인 리엔지니어링 추세다. 정부가
돈을  대주는데, 기업이 무엇 때문에 머리를 써가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 노력을 하겠는가?

  구조조정의  핵심은  '기업과 정부가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 이
다. 그러나  이번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신정부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도 구조조정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있다' 는 데 대한 확실한 단서다. 지
난 1년간 2백만명이넘는 대량실업이 발생했다. 40%이상의 자영업체가 쓰러
졌고,  수많은 중소기업이 도산했다. 정부는 이를 구조조정의 결과라고 말
한다.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 실직자가
발생했고, 국제경쟁력 없는 한계기업들이 쓰러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기업의 국
제경쟁력을 병들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 이제까지 발생한 대량실업은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가? 구조조정 때
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국가경영 시스템의 낙후성으로 인해 발생했다.

  재경부.경제기획원 출신들이 우후죽순 식으로 종금사를 허가해주고는 감
독을 하지 않았다. 종금사 사람들은 대개가 전직 재경부 사람들이었다. 이
들은  무차별적으로 외국 돈을 끌어다가  "제발 내 돈 좀 써달라" 며 기업
에  뿌렸다. 여기에 은행들도 가세했다. 횡재를 만난 기업들이 우선 그 돈
들을  공돈처럼  쓰고 봤다. 외국에 나가 부실기업도 인수하고 정크본드도
사들이면서 사세를 과시했다.

  기업들은 만기가 도래한  외국빚을 갚지 못했다.  바로 이게 IMF 사태였
다. 그  여파로 달러 가격이 올라가고  금융경색이 야기됐다. 이렇게 해서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대량 실직사태가 발생한 것이지, 신정부가 구조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  구조조정이라는 말만 무성했지,
신정부는  사실상 구조조정을 한 게 별로 없다. 기업으로 하여금 국제경쟁
력을 갖게 했는가? 또는 정부가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개혁이 됐는가?

  신정부가  명예를  걸고 있는 빅딜의 실상을 보자. 철도차량 3사에 대한
빅딜이  이뤄졌다. 각 회사들은 제각기 또아리를 틀고 있고, 그 위에 임명
된 사장은 별로 할 일이 없다. 빅딜로 인해 단가도 내려가지 않았고, 시장
도  개척되지 않았다. 재무구조도 향상되지 않았다. 전철용 객차는 대당 6
억원씩에 납품되고 있지만, 단가는 충분히 3억원으로 내려질 수 있다.

  빅딜보다 더 좋은 대안을 생각해보자. 첫째, 대당 가격을 3억원 대로 내
린다고 발표하자. 둘째, 향후 10년간의 정부가 구입할 연간 물량을 발표하
자.  셋째,  철도사업으로 인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요청되는 여신은 일체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이 세 가지는 정부가 해야할 몫이다. 이것이 발표되
는 바로 그 순간부터 철도차량 제조업체들은 스스로 알아서 진로를 정했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도 눈에 띄게 좋아졌을 것이다. 정부가 빅딜을 강요
할 필요가 하나도 없었다. 지금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방치하고, 업
체에게만 겉모양을 바꾸라고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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