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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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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내년 경제가 좋아질 수 없는 이유

무역수지, 외환보유고, 물가, 금리, 주가 등 경제의 일부 겉모양이 좋아
졌다.  그걸  가지고 정부와 많은 경제학자들이 내년초부터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며  들떠  있다. 청와대는 이를 자축하기 위한 파티까지 구상했다가
취소한 모양이다.

  그러나  경제의 본질을 보면 내년 경제는 금년보다 더욱 더 비관적이다.
가장  중요한  '일자리' 를 보자. 일자리가 늘어나야 경제가 좋아진다. 기
업별로 1백명이 하던 일을 50명이 해야 하는 것은 국제간 생산성 경쟁에서
필수적으로  겪어야  하는 개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
해  내느냐에  대한 정부의 비전이 조금도 보여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일자리를  창출해내기는 커녕 간단히 살릴 수 있는 흑자 기업들도 결제 시
스템의 낙후성 때문에 도산하고 있다.

  결제 기강을 시스템적으로 확립해줘야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고, 그
래서  너도나도 경제활동에 뛰어들 수 있다. 미국인 여행객을 붙들고 물어
봐도 얻을 수 있는 이 단순한 시스템을 우리는 왜 착안하지 못하고 해묵은
'육성자금' 만 되뇌이고  있을까? 정부가 정말로 구조개혁을 한다면 이 결
제 시스템 설치야 말로 제1의 개혁 항목이다.

  두번째로 일자리를 빨리 마련하는 방법은 외국기업의 유치다. 그러나 정
부는  이것마저 게으르다. 외국 기업들이 들어와야 일자리도 생기고, 기술
도 배우고, 경영과 마케팅 기법도 배운다. 노태우 시절부터 빠져나가기 시
작한  외국기업들은  여건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돌아오지 않는다.
외국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동안 우리는 기술과 경영의 황무지가 되고만다.

  세번째로  일자리를 빨리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관광산업의 육성이다. 관
광산업은 기술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빨리 부흥시킬 수 있다.그
러나 정부는 이마저 육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이 있다. 다양한 설계인력을 양성
해내는 일이다. 설계가 다양해야 상품이 다양해지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그러나 정부는 여기에 대해서는 꿈도 꾸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단안을
내릴  수  있는 근거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방법이 너무 실망적이기 때문이
다. 겨우 공공근로 사업이란 말인가? 일자리  창출과 아울러 정부는  무엇
을 해야 하는가? 기업들이 스스로 경영합리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집착하고 있는 빅딜(사업맞교환), 워크아웃(기업개선작
업), 퇴출기업선정 작업들은 불과 한 두 해의 효과도 보지 못하고 그 의미
가  사라져버릴 헛수고일 뿐이다.  '보이는 손' 에 의해 겉만 다스리고 속
은  아직도  텅비어 있다. 그  '속' 이란 기업 스스로 합리적인 경영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세개의 독립 집단으로
구성된다. 주주진, 경영진, 공인회계진이다. 이들간의 견제와 균형 작용에
의해  경영이  정상화되고 투명할 수밖에 없다. 가짜 재무제표가 나올래야
나올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하는 빅딜이나 워크아웃은 이런
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정부의 판단에 의해 예뻐 보이는 몇 개의 기업에 돈을 대주는 것이 워크
아웃이다. 빅딜을 강제로 시킨다 해도 그 기업들의 경영능력이 혁신되지는
않는다.  파행경영을 근본적으로 차단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는  매우  간단하다. 그 간단한 것을 정부는 착안하지 못한다. 파행경영
이  차단되지 않으면 도덕적 해이가 난무하고 그렇게 되면 경영은 점점 더
낙후된다.  설사 빅딜로 중복투자나 재무구조와 같은 겉모양은 일시적으로
좋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불과 몇 년 이내에 경영부
실로 인해 똑같은 사고를 저지를 것이다.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기업이 1백8개나 되고 지방정부가 경영하는 공
기업들도  많다. 거의가 다 매년 적자다. 6백7개의 상장 기업이 지난 상반
기에  13조원의 적자를 보았다. 이들 모두가 은행에 진 빚이 1천조원을 넘
는다  한다. 그들은 모두 국민이 저축한 돈으로 기업을 경영하면서 개인들
의 잇속을 챙기고 있다. 무슨 수로 경제가 좋아진다는 말인가?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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