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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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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의 시스템칼럼] 김훈중위사건 수사관들 수사하라

부대의 상황일지는 가장 중요한 공식적 역사기록 문서다. 특히 판문점에
서 작성되는 상황일지는 국가 차원의 역사기록이다. 인민군,미군, 한국군,
그리고  판문점을 통과하는 모든 이들의 활동 내용이 샅샅히 기록된다. 그
런데 김훈중위가 살해(?)되던 지난 2월24일자에 기록된 상황일지가 누군가
에 의해 찢겨져 나갔다.

  사건이  터지면 가장 먼저 참조하는 것이 상황일지다. 이는 병사들도 알
고 있는 일반화된 군의 상식이다. 상황일지는 김훈중위 사건을 규명하는데
최고의  단서가  된다.  그런데 군수사기관은 이를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냄새는 여기서부터 풍기기 시작한다.

  지난 2월4일부터 11월27일 사건을 자살로 종결시키는데 참여한 수사관들
과  부검 군의관들은  '사건의 진상' 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조사하면  김훈중위  사망사건의 진실은 금방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군은
그들을  조사하지 않을 것이다. 군수뇌에는 물론 군 전체에 치명적인 파장
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축소 기운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12월14일자 중앙일보 23면
에는 특별합동조사단장인 양인목중장의 발언이 인용됐다.  "상황일지는 상
황병이  작성하는 메모형식의 참고기록일 뿐" 이란다. 상황일지가 별로 중
요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듯한 발언이다. 상황일지를 보지 않으
면  작전계획도  세우지 못한다. 그래서 상황일지의 기록은 작전 책임자가
감독하고 서명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사단장은 벌써부터 그의 마음속에 있는 축소수사
마인드를  내보이고 있다. 이런 그가 과연  '공모와 조작의 냄새가 물씬거
리는 군 수사요원' 들을 먼저 수사하겠는가? 상황일지만 파기된 게 아니라
김훈중위  개인용  장교수첩도 분실됐다. 초동 수사관들은 가장 중요한 단
서가 기록돼 있을 이 두 가지 기록물들을 전혀 찾으려 하지도 않고 무조건
'자살'이라고만 단정지었다. 이 두가지 증거물을 은닉한 사람들은 바로 초
동수사에 참여한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우리는 수사를 또다시 한국군과 미군에 맡기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
게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군은 왜 자살로만 몰고가려 했을까? 진실이
밝혀지면  첫째,  처벌의 파장이 넓어지고, 사회적 여론이 빗발치며, 유가
족에게 소송의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판문점 사건을 날
치기  식으로 서둘러 쓸어묻으려 한 것은 특히 기무사가 숨기고 싶은 어떤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음모 때문에 변상위가 제공한 1급 정
보도 깔아뭉갰을 것이다.

  미군은 왜 이를 덮으려 했을까? 첫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미군의 작
전  책임하에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장교가 타살됐다면 미군에 대한 비난
이 일고, 책임 문제가 대두된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판문점이 미군
과 인민군의 파티장' 으로 변질돼 있었다는 내용이 노출되면, 미군은 국제
적으로 어떤 비난을 받을까에 대한 엄청난 우려 때문일 것이다.

  "미군은  전시  작전권을 거머쥐고 있다. 그런 미군이 지난 3년 이상 한
국군은  쏙  빼고 인민군과 술판을 벌였다면 그들은 한국의 안보를 책임질
자격이  없다"   "미군은 진지한 파트너가 아니다" 라는 비난이 무서워 김
중위 사건을 자살로 몰고 갔을 것이다.

  "공동경비구역이  UN군  통제하에 있다" 는 구절에서  '통제' 라는 말은
'작전 통제권'만을 의미한다. 지금도 인사권과 행정권은 한국이 가지고 있
다.  이는 한국장병에 대한 처벌권과 사법권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의미
한다. 분계선을 넘나든 김중사는 그래서 한국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되고 있
지 않은가?

  엄연히  이렇게  사법권이 한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은 판문점의
사법권을 정정당당하게 주장하지도 못했다. 앞으로 군 사고의 조사권은 현
장을 그대로 보존한 채 민.군합동으로 해야만 한다. 증거를 인멸한 사람은
시스템 파괴자로 살인자보다 더 큰 죄로 처벌돼야 할 것이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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