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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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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공약 실천가능한 겁니까?

[한 겨 레] 1997-11-20 (종합) 칼럼.논단 07면 899자

각 당 대선후보들이 아직 안보의 핵심인 통일과 군사문제에선 차별성 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러는 분석된 철학이 없기 때문일 것이고, 더러는 여론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나는 통일에 대해 많은 강의를 했다. 강의 전에 여론을 조사했다. 85% 정도가 15년 이내에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다. 강의를 마치고 다시 물었다. 거의 100%가 통일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통일보다는 사이좋은 이웃 국가로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했다.
평화통일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흡수통일이고 다른 하나는 신사협정에 의한 통일이다. 95% 정도가 흡수통일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북한에 무정부상태가 발생하면 그 때가 바로 흡수통일 시기라는 것이다. 이는 망상이다. 북한에 봉기가 발생하면 인민군이 계엄군으로 변한다. 북한을 접수하려면 한국군이 38선을 넘어야 한다. 주변국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일 정권은 붕괴할 수 있다. 그러나 공화국은 붕괴하지 않는다. 따라서 흡수통일은 없다. 모리배 수준을 넘지 못한 정치집단간에 신사협정에 의해 통일을 이룬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따라서 ‘평화통일’은 없다. 단지 평화와 통일이 따로 있다. 두 마리의 토끼 중 우리는 무엇을 잡아야 하는가. 지난 50년간 우리는 통일을 잡으려 했다. 북에서 통일을 외치면 남이 긴장하고, 남에서 외치면 북이 긴장했다. 이것이 통일이 평화를 깨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평화를 잡아야 할 때가 아닌가. 평화의 전제조건은 군축과 휴전선을 평화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만 흔들어대지 말고 단도직입적으로 유엔감시하의 상호 감군을 주장할 후보는 없는가. 지도자라면 분석되지 않은 감성적 통일 여론에 영합하지 말고, 여론을 계도해가는 훌륭한 교사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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