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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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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위기 탈출하려면/지만원(더불어 생각하며)

[한 겨 레] 1997-12-14 () 칼럼.논단 14면 1661자

달러가 무더기로 들어와야만 경제가 산다. 그러나 들어오기는커녕 대책없이 새나가고 있다. 신인도 추락 때문이다. 경제사령탑은 신인도를 높이기보다 경제특사들을 내보내는 식의 엉뚱한 발상을 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실력을 아는 미국과 일본이 ‘얼굴마담’에게 눈길을 줄 턱이 없다. 경제를 외교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비전은 없다. 국제통화기금의 신인을 받지 못하면 미국도 일본도 우리를 믿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국제적 신인을 얻을 수 있는가.

○시스템적 신사고 절실
첫째 통화기금과 허심탄회하게 의논할 수 있을 만큼 실력있고 솔직한 경제사령탑을 만들어야 한다. 통화기금은 법적으로는 협상상대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데는 동반자다.
그들은 의논의 파트너이지 적대할 대상이 아니다. 통화기금의 신인을 받으려면 논리와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경제팀이나 대통령후보들이 보여준 행동은 실망스럽다. 달러공황, 금융공황, 신용공황, 증시공황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그런데 경제당국은 시스템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에 난방요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위기를 탈출하려면 비상한 신사고가 필요하다. 경제사령탑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잘못을 은폐하기에 바쁘다. 대권주자들로부터 나오는 대처방안도 신통치 않다. 그래서 국민도 통화기금도 다같이 비전을 잃고 있는 것이다.
둘째 투명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 한국의 모든 은행과 30대 재벌기업부터 국제적으로 공신력이 인정된 공인회계법인체에 ‘감사’를 의뢰하겠다고 선포해야 한다. 이는 한국 재무제표의 국제적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를 발표하는 순간부터 국제통화기금과 국제사회에 주는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주식값은 기업의 실력이다. 기업의 실력은 재무제표에 나타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재무제표는 거의 다 가짜다. 이런 나라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실력과 공신력을 갖춘 외국 공인회계법인체에 지급되는 비용은 국제 신인도를 얻고 한국 기업의 ‘파행적 경영’을 ‘합리적 경영’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가치있는 비용이다.
또 외국 공인회계법인체에 한국 공인회계사 고용을 부탁해야 한다. 이는 한국 공인회계 수준을 국제화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외국 회계사들에게 기업 비밀을 노출시킬 수 없다는 식의 소아적 발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해외기업의 진입을 환영한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기술과 경영의 노하우를 가장 빠른 시간에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이며,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외국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은 적극 장려되어야지 경계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 경영진보다 우수한 외국 경영진이 기업을 잘 키워준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들이 기업을 키우면 고용이 증대되고 세수가 늘어난다. 그렇다고 한국 재벌들처럼 비자금을 빼내지도 않는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있는 것처럼 우리도 외국업체를 대폭 유치해야 한다.

○비상경제사령탑 만들라
넷째 쓰러지는 기업과 은행을 무리한 방법으로 살리려 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이익금의 5∼20%를 차지하는 수출 부대비용을 대폭 삭감하고 수출절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여섯째 근시안적 고용안정 정책도 신인도 획득에 역행하고 있다. 일곱째 달러를 가장 빨리 벌 수 있는 관광산업 육성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금은 위기관리 시대다. 하루빨리 비상 경제사령탑을 만들어 신사고로 일을 풀어야 한다.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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