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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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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작전’ 오대산 훼손을 보고 (기고)

[한 겨 레] 1997-06-16 (과학.의학) 칼럼.논단 24면 1261자

◎전장 복구 소홀이라니… 군작전도 환경 생각해야

국립공원 오대산 중심부가 지난해 실시된 군의 대간첩작전으로 심한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능선을 따라 개인호가 수없이 파지고, 시야를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참호 주변의 나무들이 잘려나갔으며, 군이 훼손부분을 복구하지 않고 철수하는 바람에 참호의 흙이 집중호우에 깎여 나가면서 주변의 나무 뿌리가 드러날 우려마저 있다고 한다.
우리 군이 다른 지역도 아닌 국립공원 안에 들어가 작전을 벌이고도 군의 기본인 전장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불행한 사례는 대간첩작전 자체의 문제점과 우리 군의 환경문제에 대한 무감각을 감안할 때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우선 우리 군의 지난번 대간첩작전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무모한 것이었다. 불과 몇명의 간첩을 소탕하기 위해 두 달간 하루 평균 7만명의 병사를 험한 산에 투입했다.
7만이 아니라 70만명을 들여보내도 이들은 산등성이를 따라 한줄로 다닐 수 밖에 없다. 결국 자연훼손과 병력의 낭비를 자초한 것이다.
당시 가장 합리적인 작전은 특수부대요원을 소조단위로 편성한 뒤 버섯따는 주민으로 위장시켜 길목을 지키게 하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자연훼손과 병력낭비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군에 기초적인 작전두뇌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훼손이며 손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아울러 이번 사례는 우리 군이 군인정신 가운데 매우 중요한 요소 한가지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군당국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고 고생하며 싸웠는데 그 과정에서 공원을 좀 훼손했다고 야단치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 이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군의 군인정신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태권도 사범도 수련생에게 기술을 가르치기 전에 올바른 정신부터 불어넣어 준다. 태권도 기술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고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되더라고 상대의 인명과 인격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최고의 파괴력을 가진 병사들에게 파괴력을 절제하는 정신교육을 등한히 해왔으며 환경에 대한 정신교육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군은 평화를 사랑하고 적군의 인명과 인격까지도 존중하는 신사집단으로 훈련돼야 한다.
아무리 작전중이라도 자연훼손은 최소화돼야 하며 불가피하게 훼손한 부분이 있다면 군이 스스로 복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군당국은 지난번 대간첩작전 과정에서 파괴되지 않아도 됐을 환경이 수뇌부의 무능 때문에 파괴된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이제라도 훼손된 환경의 복구를 위한 조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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