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343)

조선일보 (16)

동아일보 (5)

중앙일보 (22)

경향신문 (3)

대한매일 (4)

문화일보 (16)

한국일보 (10)

세계일보 (158)

한겨레 (9)

영남일보 (80)

경제신문 (6)

기타/잡지 (14)

View Articles

Name


	지만원

Subject

한반도 평화는 군축에 달려있다/지만원 군사평론가(더불어 생각하며)

[한 겨 레] 1995-02-05 () 칼럼.논단 14면 1985자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의 안보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휴전협정의 법적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다. 북한은 미국을 적국의 위치에서 우호국의 위치로 바꾸어 놓으려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만 한다.
평화협정이 북미간에만 체결된다는 것은 미국이 북한과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다시 한미 안보공약의 파기를 의미한다. 또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고 미국이 핵우산을 거둬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전되면 남한은 독자적으로 북한에 맞서야 한다.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남한도 자체 핵을 보유하는 길이다. 이는 미국의 이익에 어긋난다.

○평화협정군축 불가분
앞으로 미국의 이익은 아시아에 있다. 점증하는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에 상당한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 한국 이외의 국가에 이러한 군사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평화협정과 군축은 동전의 앞뒤다. 군축은 평화협정의 전제조건이며, 역으로 평화협정은 군축의 전제조건이다.
군사력이 얼마만큼 축소돼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나와 있다. 공세적 방어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수세적 방어력만 가져야 하는 것이다. 양쪽이 각각 20만 병력을 유지한다면 무장하기에 따라서는 일거에 다른 한쪽을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10만 수준의 군사력을 갖는다면 이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해 저항한다. 통일된 군사력도 상당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카터가 김일성을 만났을 때 김일성은 구체적인 군축안을 제시했다. 10만 감군, 휴전선으로부터 부대 철수, 휴전선 공동개발, 주한미군 주둔 계속 허용이 그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의미없는 제안으로 일축해버렸다. 이는 남한이 지금처럼 군비를 증강하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의 추세대로 재래식 군사력을 증강한다면 북한은 10년도 못가서 두손을 들게 된다. 남한은 매년 40억∼50억달러어치의 신무기를 사들이지만 북한은 달러가 없어 단 한대의 전투기를 살 수 없다. 10년이 지나면 남한에는 5백억달러어치의 신무기가, 20년후에는 1천억달러어치의 신무기가 쌓인다.

○군비 탈출구로 변한 핵
그동안 북한의 무기는 고철로 변해버린다. 군사안보 일변도로 살아온 북한이 맥없이 앉아서 그날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북한의 선택은 당연히 핵무기 개발이다. 핵무기 하나만 있으면 남한이 아무리 무기를 많이 사재기해도 두렵지 않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한개는 10년 뒤에는 적어도 5백억달러 그리고 20년 뒤에는 1천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이렇게 엄청난 무기를 단돈 40억달러의 경수로와 맞바꾼다면 김정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바보다.
남한이나 미국은 북한이 과거핵까지 포기해주기를 바라지만 이는 자기만 아는 아전인수적 발상이다. 남북한 상호군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북한은 절대 과거핵을 포기할 수 없다. 지금쯤은 미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미국의 봉이었던 한국 무기시장을 포기하면서라도 상호군축을 중재해야만 할 처지에 서 있다. 만일 남한이 선수를 쳐서 유엔감시하의 10만 감군과 평화협정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했더라면 그 비싼 경수로 지원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북한은 코너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이런 명분을 물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군축은 유엔감시 전제로
많은 이들은 군축에 신뢰구축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단서를 단다.
이는 군축을 달가워하지 않던 미국이 유럽에 써먹은 이론이다. 미국은 이를 응용력 없는 남한의 식자들에게 쉽게 외우게 했다. 남한의 인사들이 신뢰구축이라는 옛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안 미국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상호군축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북미 제네바회담은 군축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핵군축 회담이다. 북미간에 언제 신뢰가 구축되었던가. 북미 핵협정은 100% 현장감시를 전제로 한 것이지 신뢰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다. 남북한 군축 역시 유엔 감시를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핵, 평화협정 그리고 군축은 세개의 ‘따로문제’가 아니라 한개의 패키지다.


Prev	‘간첩작전’ 오대산 훼손을 보고 (기고)	지만원


Next	정부조직개편 이것만은 지키자/지만원(더불어 생각하며)	지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