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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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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밝은 돈’과 ‘검은 돈’/지만원(더불어 생각하며)

[한 겨 레] 1992-08-22 () 칼럼.논단 10면 1989자

오대양, 수서, 한양, 정보사 비리들은 모두 정치자금과 관련한 의혹들이다. 이들 의혹의 진실이 무엇이든지 간에 현 우리나라 정치자금 시스팀을 보면 이러한 대형 비리들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어떠한 면에서 한국사회에는 ‘사회운영 시스팀’이라는 무형의 세간이 없다. 한국의 정치자금법은 한국 정치시스팀의 현주소를 잘 나타내 주는 대표적 예이다.
한국의 정치자금은 ‘밝은 돈’과 ‘검은 돈’으로 구성되며 검은 돈의 규모는 밝은 돈의 수십∼수백배로 추측되고 있어 한국 정치자금 시스팀은 한국 정치부정의 온상이 되고 있다.
90년도의 경우 민자당에 공식적으로 유입된 밝은 돈은 기탁금 1백69억원, 후원회비 86억원, 정부보조금 69억원으로 모두 3백24억원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한 사람이 당시 정주영 회장 한 사람으로부터 단 1회에 받은 검은 돈만 해도 3백억원이었다. 대통령 혼자서만 각 기업체 회장들로부터 기록 절차 없이 받은 검은 돈이 밝은 돈 크기의 수십∼수백배가 될 것이라는 것은 현 우리나라 경제인 규모에 비춰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대형비리 언제든지 발생가능
민자당에 유입된 돈 중 기탁금·후원회비 2백55억원의 94%는 대기업들로부터 유입된 것이다. 반면 야당에는 단 한푼의 기탁금이나 후원비도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누구든지 야당에 공식적으로 정치자금을 지원하게 되면 그는 그 다음날부터라도 여러가지 형태의 보복을 받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중에서도 후원회제도는 더욱 원시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각 정당은 중앙당의 경우 1천명 미만, 시도지부인 경우 3백명 미만, 지구당의 경우는 1백명 미만의 후원회를 둘 수 있다.
이들 회원들은 1만원 이상을 기부해야 하며 연간 상한액은 개인 5천만원, 법인 1억원으로 규정돼 있다. 어느 한 청년이 어느 당의 정책이 좋아서 3천원을 후원하려 해도 이는 허락되지 않는다.

○1만원 미만은 기부도 못해
민주정치의 꽃은 국민 각자가 그들이 지지하고 격려하고 싶은 정당과 정치인에게 코묻은 작은 돈을 기부할 수 있는 데서 피어날 수 있다. 돈의 액수는 작아도 수많은 국민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면 그는 그의 정치적 인기를 격려받고 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열심히 좋은 정책을 개발해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후원회비는 ‘소수 고액주의’에 입각한 정경유착조로 모금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외국인들이 알까봐 무서울 만큼 수치스러운 제도인 것이다.
공당이 필요 이상의 부동산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정치상식에 어긋난다.
90년도의 경우 민자당의 공식적인 부동산 보유액은 1천9백21억원어치였으며 이중 땅은 90.5%에 해당하는 1천7백32억원어치였다. 이는 몇년 전의 공시지가에 의한 평가이기 때문에 실제 토지가격은 엄청난 액수일 것이다. 반면 당시 제1야당이었던 평민당의 경우는 부동산이 45억원어치, 이중 토지는 21%인 9.4억원어치였다.
민자당과 당원들이 수천억∼수조원대의 엄청난 토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사회에 대해 매우 엄청난 부정적 요소가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민자당의 제1목표는 정권을 유지하고 재창출하는 데 있다.
민자당은 이를 위해 엄청난 정치자금을 확보해야만 했다. 이제까지 토지가격이 상승돼온 것은 국가 전체를 보아서는 망국병이긴 해도 민자당 자체와 당원에게는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민자당은 정치자금을 땅에다 묻고 그리고 땅값을 정책적으로 올려왔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격려금’ 공개관리해야
정치자금의 유일한 출처는 유권자들로부터의 격려금으로만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격려금은 주로 정책개발을 위해 쓰여야 한다. 국민으로부터의 이들 격려금은 예를 들어 1인당 50만원(미국은 1천달러)을 넘지 말도록 해야 하며 법인은 격려금을 낼 수 없도록 해야 정경유착을 막을 수 있다.
이들 각 당과 의원 개개인에게 보내지는 격려금은 공적으로 등록된 계좌에 들어가도록 하고 이들에 대한 수입, 지출, 감사는 비정치적인 사회단체와 명망있는 개인들로 구성된 독립된 공인조직에 의해 공개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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