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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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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바람직한 변화

이제까지의 감사는 "사후감사"였다. 계획과 실적을 비교해서 차질이 나면 지적하고 처벌하는 경찰관식 감사였다. 이로 인해 공무원들은 실적을 계획에 억지로 뚜드려 맞추느라 부질없이 예산을 낭비하고 "가라정리"를 해왔다.

1980년대 후반, 충주땜이 건설됐다. 충주땜이 건설되면 영월철교가 물에 잠겨 무너지기 때문에 철도청이 새로운 철교를 건설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경제기획원은 건설부 공사비만 예산에 태우고, 철도청 공사비는 태워주지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충주땜이 건설되자 영월철교가 홍수에 무너져 50억원 이상의 피해를 냈다. 이는 교량건설비보다 높은 것이었다.

감사원이 선진국처럼 국가 사업계획 전반에 대한 균형성과 사업비의 타당성을 사전에 조사했더라면 이러한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감사는 수사가 아니다. 감사의 제1목표는 국가자원을 보호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규명하여 개선방향을 유도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관들의 제1자질은 컨설팅 능력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 감사원에는 인력구성과 감사방법에 재고할 여지가 많다.

지금은 감사원장과 감사관들의 대부분이 법학분야 전문가들이지만 앞으로는 극히 소수의 법학분야의 전문가와 90%이상의 경영진단 전문가 및 과학기술자들로 구성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감사원장은 대통령의 국가경영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시각을 갖는 경영학계의 인재로 등용해야 한다.

대통령이 "내부자 시각" 을 가지고 국가를 직접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감사원장은 "외부자 시각"을 가지고 국가경영을 진단하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사원이 "외부자시각"을 갖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감사원은 선진국들처럼 행정부에 소속될 것이 아니라 입법이나 사법부처럼 독립돼야 한다. 미국에서는 국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한국국회는 대통령이 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자기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감추고 싶어하기 때문에 감사원장이 대통령의 소관분야에서 문제점을 들추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의 발견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감사관들은 이제까지 공무원들을 취조해서 인격적 모멸감을 갖도록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스템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법규, 조례, 조직, 리더십 상의 제반 문제를 발견해 내는 데 감사의 중점을 둬야 한다. 부정과 비리는 이로부터 파생되는 부산물일 뿐이다.

따라서 공무원은 감사관들의 취조대상이 아니라 문제발굴의 협력자여야 한다. 감사원이 서류감사를 하면 공무원들은 현장에 나가지 않고 앉아서 가짜서류만 정리한다. 공무원이 낡은 법규나 조례에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부여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공무원을 처벌한다면 국가자원은 천문학적으로 낭비되고 행정은 영원히 퇴화된다. 감사관들은 대통령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800명 모두가 대통령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200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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