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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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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왜 시스템적으로 퇴화하는가

우리 나라 행정부에는 課 단위에 20정도의 공무원이 있다. 일반 잡지사에서는 1-2명이 하고 있는 일을 고급 공무원 7명이 하고 있는 곳도 보았다. 창의력으로 일하고 있다기보다는 형식과 절차로 일하고 있었다. 잡지사 기자라면 몇 일만에 해낼 수 있는 일을 여러 명의 공무원이 몇 주일씩 보내고 있었다.

공문 한 장 기안하는 데에도 너무나 답답해 보였다. 전문가라면 한 시간에 해낼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여러 공무원들이 많은 날을 소비했다. 공무원의 소수정예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사례다.

미국에서는 1개 과에 3-5명이 근무한다. 그들의 손으로 정책과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는다. 하나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 분석가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정책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정책을 운영하는 사람이 정책을 만든다면, 그 정책은 아전 인수격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수많은 사설연구소에 과제를 준다.

공무원들은 전문 연구자들과 매일 몇 차레씩의 토의를 갖는다. 이러한 토의 과정을 통하여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향상되고 창의력과 순발력이 향상된다. 구태여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일상 근무 시스템 자체가 공무원들의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다.

전문 분석가들과 토의를 할 수 있으려면 이들의 소양도 향상돼야 한다. 이들에게 새로운 지식을 공급하기 위해 학위과정과 보수과정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연륜을 쌓을 수록 조직원의 능력이 향상된다.

시스템과 정책이 고급 두뇌에 의해 개발되고, 운영이 고급 두뇌를 가진 공무원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다. 개인별로 자기 발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우리 나라 공무조직에서는 연륜이 쌓일 수록 공무원의 능력이 퇴화되어 간다.

한국 사회 전체가 창의력과 전문성이 퇴화된 공무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의해 정책이 개발되고 이들에 의해 정책이 운영된다. 전문성이 결여된 함량미달의 정책이 탄생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을 운영할 사람이 정책을 개발하니까 한국의 정책은 언제나 아전 인수격으로 만들어졌다. 사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었다. 날이 갈수록 공무원의 품질이 떨어져 가며 그들이 만든 정책의 품질도 점점 더 떨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 시스템에서는 공무원의 품질이 향상된다. 정책 및 제도의 품질이 향상된다. 그러나, 한국 행정부 시스템 속에서는 모두가 정반대로 돌아간다. 이와 같이 정책과 제도의 품질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그런데도 이제까지 우리는 공무원들의 의식만 탓해왔다. 공무원들의 의식을 탓하고 근무기강만 탓하고 있는 동안 한국사회는 퇴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공무 시스템을 고쳐야 하지만 아무도 시작하는 이가 없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결정해야 할 것이다. 공무 행정을 퇴화돼 가는 공무원들에게 계속 맡길 것인가? 아니면 선진국들처럼 소수의 공무원과 다수의 두뇌집단간의 콤비 플레이 시스템에 맡길 것인가? 우리 부모가 키워서 유학 보낸 두뇌들이 한국에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외국에 기여하고 있다. 참으로 바보 같은 나라다.

200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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