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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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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 시스템 이렇게 제안한다

<청와대 행정내시 시스템을 제갈공명 시스템으로>

현 국가경영의 문제점은 세 가지다. 1) 비전과 전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획능력이 없다는 점 2)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제각기 중복과 낭비를 유발시키고 있다는 점 3) 규제를 양산하여 발목을 잡고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며 기구 개편 작업을 벌였지만 혼란만 가중됐다. 이론적 틀도 없이 나서기 좋아하는 세력들의 제한된 안목에 따라 자르고 옮기는 식의 조정만 가했다.

비전과 전략에 대한 기획능력을 가져야 할 곳은 청와대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리더십 도구다. 딱 부러진 목표를 찾아내고, 목표에 이르기 위한 대안을 창출해내며, 어느 대안이 가장 훌륭한 것인가를 시스템 적으로 분석해내고, 선택된 대안을 집행하기 위해 계획하는 능력을 가져야한다.

청와대는 이런 능력을 가졌는가? 현정부에 들어 청와대 비서진은 370명에서 420명으로 불어났다. 업무의 질이 향상돼서가 아니라 그냥 불어난 것이다. 청와대부터 이러니 무슨 수로 작고 강한 정부를 만들겠는가?

비서실장과 8명의 수석이 있다. 각 수석은 몇 개씩의 정부 부처를 마치 예하기관처럼 관장하고 있다. 수석이 하는 일은 한 마디로 행정내시 역할이다.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내용을 미리 전달받아 보고하고, 귓속말을 하는 역할이다.

막힌 일을 뚫어주는 촉진자가 아니라 방해자이며, 전문가가 아니라 연락장교다. 논리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부처가 그럴 듯하게만 설명하면 속는다. 420명의 내시들이 필요한 게 아니라 단 20명의 제갈공명이 필요한 것이다.

행정 업무로부터 벗어나 "관찰"과 "토의"로 날을 지새야 한다. 병든 국가를 진단하고 처방전을 내놓아야 한다. 각 장관들이 해야 할 일을 설계하고 지시하고 여러 장관의 일을 조립해야 한다. 장관의 일을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컨설턴트가 돼야 한다.

수석 비서들은 각 분야에서 가장 전문가여야 하고, 토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비서실장은 국가경영에 필요한 선진 지식으로 무장되고, 토의를 통해 대통령 입장에서의 종합적인 대안을 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관광산업 발전이 시급하다. 제주도 도지사가 관광 프로젝트 하나를 추진하는 데에도 2-3년에 걸쳐 14개 장관의 허가를 얻어내야 했다. 관광사업 하나를 하려 해도 14명의 장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

14명의 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 없다. 장관도 아니고, 수석도 아니다. 지금은 일개 장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도 아래와 같이 수박 겉 핥기다. 그러니 되는 일이 없다. 대통령에게 국가경영 리더십 시스템이 없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간의 역할 분담 방법>

하이테크 회사는 "설계 능력"과 "시험평가 능력"만 보유하고 있다. 소수의 천재들로 하여금 제품을 개발토록 하고, 그 설계도면을 제조업체에 보낸다. 제조된 구성품들을 다시 가져다가 조립한 후 시험평가 한다. 대통령실도 이와 같아야 한다.

대통령실이 설계한 설계도면은 제조시설을 갖춘 "내각"에 하청되고, 국무총리는 설계도면에 따라 제조를 책임지는 공장장이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무총리가 집행한 결과를 평가하고 분석해야 한다.

국무총리는 얼굴마담이 아니라 실질적인 마술사 역할을 수행한다. 대통령은 국무총리의 역량을 평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자면 국무총리는 얼마든지 그가 원하는 장관감들을 선택해서 대통령에게 천거하고 대통령은 이들 장관감들을 국회로 보내 청문회를 통해 능력을 점검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무총리에게 집행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그에게는 행정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 각 장관들은 그들에게 부여된 무한책임을 완수하려면 두뇌집단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스스로 사설두뇌집단에 부여할 과제비를 책정할 것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역할을 이처럼 확정하면, 대통령의 무분별한 전횡을 예방하고, 무능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뒷골목에서 조직과 돈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고, 그런 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마피아 문화권에서 탄생한 한국 대통령에게 국가경영 전문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러한 약점은 전문경영을 국무총리에게 맡김으로써 극복돼야만 한다.

<소수의 공무원과 사설 두뇌집단의 콤비플레이 시스템>

성인군자로만 구성된 공무사회는 없다. 모두가 성인군자라 해도 그 자체로 효율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 공무원의 무능은 시스템에 원인이 있다. 미국 시스템은 공무원들의 능력을 날이 갈수록 진화시키는 반면, 한국 시스템은 날이 갈수록 퇴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앙 행정부처의 과 단위에는 공무원 수가 3명이다. 반면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15-20명이다. 그들은 인원이 적은 대신 사설연구소에 줄 수 있는 과제 비를 많이 가지고 있다.

워싱턴 D.C의 순환도로에는 "순환도로의 산적"(belt way bandits )이라 불리는 7백여 개의 사설 연구소들이 있다. 국방 문제를 연구하는 BDM이라는 연구소에는 대우나 삼성 빌딩과 같은 건물이 열두 개나 밀집돼 있다. 사설연구소이지만 기술적인 1급 비밀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과제를 준 공무원들은 매주 1회씩 사설연구소 두뇌들과 의무적으로 토의를 한다. 과제가 많기 때문에 하루에 4-5 시간씩 토의에 할애한다. 사설 연구소 두뇌들은 대학 교수들보다 40% 정도의 더 많은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직업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해마다 연구소 내에는 "내부 인력시장"이 형성된다.

중진 연구위원들이 연구과제를 사냥 해다 과제에 맞는 연구원을 고른다. 이들에 의해 선발되지 않은 연구원은 연구소를 떠나야 한다. 매정하기 이를 데 없다. 우수한 두뇌들만 연구소에서 생존할 수 있다. 이들과 토의하는 생활을 오래 하면 할수록 공무원의 두뇌가 자연적으로 진화한다.

결국 미국사회는 두뇌집단이 만든 제도와 정책을 가지고 사회를 경영한다. 사회가 진화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러한 공무원과 한국 공무원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데 어떻게 국익이 보호될 수 있겠는가.

반면 우리의 경우를 보자. 공무원들이 외부 전문가와 담을 쌓고 산다. 그래서 공공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도 별로 없다. 이들은 매일 눈치와 절차와 형식으로 근무한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교육도 형식적이다. 30년 전이나 변함이 없다.

공무원 수는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가. 상식적인 접근 방법을 가지고는 획기적인 감축을 할 수 없다. 개념 자체를 바꿔야만 한다. 조직을 개편하는 데에는 특별한 접근과 기술이 요구된다.

기존의 조직을 통폐합하고 부처간의 기능을 이리 저리 옮기는 것은 누더기 식 짜깁기로 끝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취지가 신선해도 시스템 설계 기술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시스템 기법을 사용하면 지금의 30% 미만을 가지고도 선진 행정을 구현할 수 있다. 무슨 기능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에 대한 원칙이 있어야 하고 그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아내야 한다.

2001.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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