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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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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해일이 10리 밖에서 몰려오고 있다

"타이타닉! 2천여 명의 생명을 책임진 선장은 엉뚱하게도 다음날 아침 뉴욕의 일간지를 장식할 자신의 영광에 도취돼 있었다. 갑판 위에 나와 부하가 따라주는 따끈한 홍차의 맛을 음미하는 선장의 얼굴에, 위험에 대비하려는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비참했던 화면에 흐르는 그 음산한 테마 곡이 한국의 서쪽 하늘에서 들려온다. 한국호의 선장에 타이타닉 호의 선장이 오버랲 되고, 타이타닉 호의 마지막 아비규환이 우리의 모습으로 클로즈업된다".

"나의 꿈, 나의 사랑을 실은 한국호가 지금 바다 속으로 빠져든다. 빈곤과 무질서가 내 자식들의 꿈과 사랑을 앗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세금과 물가에 쪼들릴 우리 자식들의 비참한 환영이 부각된다".

지난해에 필자가 쓴 "한국호의 침몰" 서문이다. 왜 침몰할 수밖에 없는지를 시스템적으로 진단해 보였지만 사람들은 논리보다는 "설마" 하며 희망만 앞세웠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사정은 필자의 예언보다 더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타이타닉호가 동강이 났어도 승객들은 한동안 파티에 여념이 없었다. 물이 들어닥칠 때에야 위기를 느꼈고,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장송곡보다 더 음산한 영화 타이타닉의 테마곡이 서쪽 하늘에서 점 점 더 크게 울려오고 있다. 공포의 어둠과 무서운 해일이 10리 밖에서 몰려온다.

은행은 돈을 꾸어줄 기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돈을 가져다 쓰라고 조른다. 기업이 1달러를 쓰면 1달러를 창출하지 못하고, 기존의 빚마저 갚을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경영능력이 바닥난 것이다.

한국기업의 경영능력 및 투명성은 주먹구구식인데다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4월7일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기업의 경영의 질이 아시아에서 꼴찌라고 평가했다. 경영능력, 투명성 모두가 중국, 인도네시아보다 못한 꼴찌라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가 2월에 47%나 격감했고, 이어서 3월에는 거기에서 19%나 더 감소했다. 2개월 사이에 57%나 격감한 것이다.

기업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에 수입도 수출도 다같이 줄어들고 있다. 공기업이 점점 더 방만하게 운영되고, 공적자금을 마셔대기 때문에 공공요금이 치솟는다.

대책도 없이 공적자금을 마구 풀어 금융기관을 국유화했고, 은행에 빚을 진 대기업, 중견기업 500 여 개를 추가로 국유화했다. 405개의 대형 공기업에 500 여개의 공기업이 추가된 것이다. 900 여개의 대형기업이 국유화됐다. 국영공화국인 것이다.

여기에 경영의 문외한들인 집권당 식구들이 대거 나가 봉급과 수당을 올리고 하청업체들과 결탁하여 "망하기 전에 내 것부터 챙기자"는 식으로 공적자금을 찢어가고 있다. 공적자금은 집권당 식구들에게 "재주껏 나눠 가져라"는 식의 공돈이었다.

집권당 끄나풀들이 도둑질 해간 돈이 달러로 바뀌고 있다. 이민 엑서더스 행렬이 대거 달러를 사고 있다. 기업이 외국에서 진 달러 빚을 갚기 위해 은행돈을 빌려다 환전하고 있다. 사치품 수입이 줄을 있고 있다. "국부 유출"이 환율 상승의 주범이다.

달러 값이 오르자 정부는 국고 달러를 풀어 환율을 내리려 하지만 결국 부정. 부패재들의 국부유출을 도와주는 꼴이다. 외환보유고만 줄어들고, 달러는 다시 치솟을 수밖에 없다.

연금 8조를 풀었지만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하고 있다. 주가는 기업의 돈버는 실력이다. 기업에 돈버는 실력이 바닥나 있는데 주가가 어떻게 오른단 말인가? 이제까지는 주식시장이 도박꾼들의 도박장이었지만 그 도박꾼들의 수도 이제는 바닥이 나고 있다.

결국 연금만 떼이고 주가는 불과 몇 달 내에 200선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 의료재정처럼 바닥이 나면 연금도 못 준다며 배째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난쟁이, 코흘리개, 애숭이 등 망둥이 족속들이 대거 튀어나와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난데없이 개헌론을 들고 나와 앞이 캄캄한 국민감정을 격화시키고 있다.

보자보자 하니까 별 애숭이들이 다 튀어나와 대권도전을 하겠다고 설치는 꼴까지 지켜보게 됐다.

현 정치권에는 차기의 어려운 시국을 풀어나갈 사람이 없어 보인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정치권 밖에서 혜성처럼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앉을 자리, 설자리 모르는 3당의 천방치축 망나니들이 우리의 고혈을 사정없이 빨아내면서, 저항하는 국민을 공포수단을 동원하여 탄압할 것이다.

북한 수준으로 타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200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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