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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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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강의 1: 시스템만이 살길입니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시스템 시각이 남다른 분이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지 국민에게 의식을 고쳐라, 신나게 일좀 해라는 등의 잔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100억 수출, 1,000불 소득, 잘 살아보자는 등 손에 잡히는 목표를 제시하고 새마을 운동 등 힘을 결집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고 조직을 스스로 진두지휘하여 한국 국민도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기막힌 경영자였습니다.

하지만 그 후의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국민에너지를 결집할 수 있는 목표와 비전 조차 제시한 적이 없으며 진두지휘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국민에게 잔소리만 했습니다. 무능한 경영자들이 예외 없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의식을 개혁하라"는 말입니다. 자기 의식에는 문제없고 부하 간부와 근로자에게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부하들의 의식을 탓하는 사람,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 치고 제대로 된 경영자는 없습니다.

일본은 1950년 미국이 낳은 품질이론의 대가 "데밍"박사를, 1954년에는 쥬란 박사를, 1958년에는 파이겐바움 박사를 초치하여 경영의 과학화에 눈을 떴습니다. "모든 의사결정은 냉철한 통계자료에 의해서 하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해서 그렇게 하지 마라. 경험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지 마라. 오직 통계자료의 분석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라. 통계자료 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경영자는 오직 神뿐이다".

"의식 개혁을 말하지 말라. 부하와 근로자들의 정신력을 강화하여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화살로 전투기를 쏘아 내리게 하려는 무모한 짓이다. 인간의 힘은 시스템의 벽을 넘지 못한다. 개선을 하려거든 인간 정신을 개혁시키려 하지 말고 시스템부터 개선하라"

이것이 1950년대 초에 일본에서 경영자들에게 유행했던 분위기였습니다. 소위 정신주의, 영어로는 spiritualism을 타파하고 시스템 과학으로 전환해가는 일본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일본을 증오하고 무조건 미워만 합니다. 양육강식 시대에 일본은 강자였고, 우리는 못난 약자였습니다. 우리는 일본인들이 우리에게 만행을 저질렀다 해서 그들을 증오합니다. 하지만 요사이 왕건이라는 드라마를 보십시오. 6.25를 상기해 보십시오. 우리 민족은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끼리 싸우면서 일본 사람 이상으로 동족에게 가혹했습니다. 일본인에 대한 증오는 바로 못난 당파싸움 마인드에서 비롯합니다. 증오를 통해서는 배울 수도 발전하지도 못합니다.

일본을 보십시오. 전후에 일본인들은 미국을 무작정 증오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거지처럼 공장 문 밖을 기웃거렸습니다. 이를 불쌍하게 여긴 미국인들은 그런 일본인들을 멸시했습니다. "일본인들은 죽었다 깨나도 미국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문을 활짝 열고 다 보여줘라".

1962년 당시 덜레스 미국무장관이 수많은 군중을 향해 미국의 우월감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일본은 기술면에서 영원히 미국과 경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본은 지금 매우 훌륭한 손수건과 훌륭한 파자마를 생산하고있습니다. 왜 그런 것들을 미국에 수출하려 하지 않습니까?". 미국 공장을 기웃거리는 꼴사나운 정경을 멸시하는 연설문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세계 GNP의 54%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가의 모든 생산기지가 미국에 있었고, 세계의 신제품은 모두가 "MADE IN U.S.A" 였습니다. 미국인들의 우월감은 바로 여기에서 기인했습니다. 그들은 미국에서 만들어 지지 않은 모든 제품을 쓰레기처럼 시했습니다. 이를 NIH 증후군(Not Invented Here Syndrome)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러한 모욕을 무릎쓰고 일본인들은 미국으로부터 선생님을 불러들이고 미국을 견학하면서 미국을 모방하려 애썼습니다. "미국을 모방하자" 영어로는 "Copy the West"가 당시 일본인들의 목표였습니다. 일단 모방한 다음에 그들의 목표는 "미국을 따라잡자" 영어로는 "Catch up with the West"로 바뀌었습니다. 이때부터 거구로 미국이 일본을 배우려고 팔을 걷었습니다.

그 결과 1982년 즉 덜레스 미국무장관의 조롱 섞인 연설 이후 20년만에 승용차에 대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일본 승용차가 나란히 1,2,3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미국차는 겨우 7위를 차지했을 뿐입니다. 일본을 정말로 증오하는 사람은 일본을 배워 일본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연전에 한국인 졸부가 일본 최고의 호텔에 머물면서 최고로 비싼 그림 한 점을 배달시켰습니다. 배달원은 자기가 잘못을 저질렀다며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포장지에 약간의 자국을 가리켰습니다. 싸고 또 싼 것이라 그림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일본인들은 포장도 상품으로 취급합니다. 용서만 해주신다면 금전적 보상은 얼마든지 하겠다며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그 한국인에게 순간적인 욕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림 값에 버금가는 많은 돈을 요구했습니다. 배달원은 그 많은 돈을 내놓으면서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나갔습니다.

영악해 보이는 한국인, 그 영악해 보이는 것만큼 한국사람들이 잘 삽니까? 어수룩해 보이는 일본인, 그 어수룩한 것만큼 일본인들이 못삽니까? 일본인은 아픈 것만큼 자기관리를 했을 것입니다. 그 결과 일본인은 엄청난 가치를 창출했을 것입니다. 밖에서 많이 얻으면 얻은 것만큼 사람의 정신을 병들게 합니다. 안에서 얻은 것이 밖에서 얻는 것보다 많다는 것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미국인 역사학자를 친구로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부친은 미국 증권시장 부회장으로 미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했습니다. 부친이 아들에게 재산을 상속하려 했습니다. 그는 거절했습니다. 아들을 낳은 기념으로 은그릇을 나눠주려 했습니다. 또 거절했습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그걸 받으면 자식의 정신이 병든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제가 아버지로부터 받으면 그 후 제가 아무리 더 많은 것을 보태도 그건 제가 이룬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제 스스로 이루어 보겠습니다".

공적자금을 많이 받은 기업일수록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는 모습들을 지금 우리는 가슴 아프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공공근로자들의 정신이 병들고, 국민 전체가 병들어 가는 모습을 지금 우리는 매우 안타까운 심정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사회는 지금 정신적으로 병들어 임종 직전까지 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조감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할까요? 남으로부터 얻으려는 기업정신, 의식개혁이나 신바람과 같은 정신적 정서적 접근을 통해 앉아서 사람을 부리려는 안이한 경영자의 자세로부터의 고별을 고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시지 않습니까?

이미 50여년 전에 일본인들은 Spiritualism, Emotionalism으로부터의 고별을 고했습니다. 시스템적 품질관리, 통계학적 품질관리라는 과학적 어프로치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을 따라가자 면서 일본인이 어떠한 노력이 오늘날의 품질 1등 국가를 이룩해놓았는지에 대해 전혀 연구하지 않았습니다. 잘 팔리는 일본 제품을 원숭이 식으로 모조해서 단기 승부를 보려는 못난 짓만 반복해 왔습니다.

의식개혁! 지금도 이 의식개혁에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경영자들이 많습니다. 내가 낳고 내 손으로 키운 자식의 의식 하나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지금 수많은 타인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누가 누구의 의식을 감히 개혁한다는 말입니까? 지금의 의식이 세모로 생겼는지, 네모로 생겼는지 그려내지도 못하면서, 바꿔야 할 목표 의식이 맥주병처럼 생겼는지 항아리처럼 생겼는지에 대한 스펙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의식을 바꾼다는 말입니까?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에 우리는 지난 20년간이나 허송해 왔습니다. 은행 객장을 보십시오. 과거 수십 년간 은행 객장에는 질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순번대기번호표"시스템이 등장했습니다. 그 간단한 시스템이 등장하자 수십 년간의 고질병이 순간적으로 치료됐습니다. 은행에 보이지 않는 손이 설치된 것입니다.

그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스템 하나 설치하면 될 것을 가지고 우리는 과거 수십 년간 애꿎은 국민의식만 탓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과거의 무질서함은 무슨 탓이었습니까? 의식 탓이었습니까? 시스템 탓이었습니까? 의식은 시스템의 산물입니다. 의식을 훌륭하게 가꾸고 싶으면 의식이 그렇게 가꿔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시스템이 어떻게 의식을 바굴 수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사례를 보겠습니다. 세 대의 공중 전화기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세 줄을 섭니다. 선진국 사람들은 한 줄을 섭니다. 가장 짧은 줄을 골라서 섰지만 그날은 재수가 안 좋아 오래 기다렸습니다. 그때 무엇을 느낄까요. "일찍 와야 소용없다. 줄을 잘 서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사회 곳곳이 이처럼 요행에 의해 차례를 배분한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요행의식이 자랄 것입니다. "요행"이 차례를 배당해주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저축하겠습니까?

운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점쟁이에게 가서 풀려고 합니다. 교회에 가서 하느님을 찾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풀려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느님이 응답해 줄까요?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회에 과학이 어떻게 자랄 수 있겠습니까? 한국문화는 요행문화이지 결코 과학문화가 아닙니다.

반면 선진국 사람들은 한 줄을 섭니다. 맨 앞에 서있는 사람이 먼저 끝나는 전화를 차지합니다. 일찍 오면 일찍 차례가 옵니다. 예측도 가능해집니다. 사회 곳곳이 이렇게 논리에 의해 차례가 배분된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논리의식이 자랍니다. 논리는 과학의 전부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 과학이 어찌 자라지 않겠습니까?

동대문과 종로통은 상가 밀집 지역입니다. 짐차들이 부지런히 다니면서 짐을 날라야 경기가 활성화됩니다. 뉴욕같이 복잡한 도시도 대형차가 상점 앞에 20분 간 정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상가에는 이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끔씩 단속반이 나와 있으면 용달차들이 짐을 부리지 못해 수십 바퀴를 돌면서 눈치를 살핍니다. 시간, 자원, 공해상 엄청난 낭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성의 파괴입니다. 눈치보는 습관이 길러지는 것입니다. 한국 국민의 의식은 선천적으로 못난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렇게 눈치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의식 개혁 운동을 통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습니다. 그들이 선진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 개선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설사 모든 이들의 의식이 천사처럼 깨끗하게 개혁됐다 해도 의식 자체는 시너지를 낼 수 없습니다.

시너지는 반드시 시스템이라는 기계를 거쳐야만 나오는 것입니다. 곧 사례가 소개되겠지만 옛날 도요타 자동차는 의식을 개혁하지 않았어도 생산성을 2-3배, 아니12배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

의식개혁이 한참이었던 1992년 초, 사회적 저명인사들이 다음과 같이 설교했습니다. "국가가 있습니다. 국민 각자가 각기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어찌 국가가 잘 안되겠느냐. 회사가 있습니다. 모든 사원이 각자 서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어찌 회사가 잘 안되겠느냐". 이런 식의 말들을 했습니다. 이것이 신바람 운동의 기본 철학이었습니다.

이 말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틀린 말입니다. 방법은 바꾸지 않고 현 시스템 속에서 최선을 다하면 국가도 회사도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 사회 전체가 얼마나 현대 경영에 대해 어두운가를 단적으로 말해 줍니다.

도요타 자동차에 12대의 기계가 하나의 공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12대의 기계에 12명의 근로자가 배치됐습니다. 일감을 기계에 걸어놓으니까 기계가 일을 했습니다. 기계가 일하는 동안 근로자는 할 일이 없었습니다. 일하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이를 지켜본 사장이 각자에게 똑같은 기계를 하나씩 더 사주었습니다. 근로자 개인당 생산성이 2배로 올랐습니다. 이 2배의 생산성은 우리의 신바람운동으로서는 도저히 꿈꿀 수 없는 수치였습니다. 우리의 신바람운동은 10%의 생산성 향상에도 매우 만족해했습니다. 어떤 근로자는 3대의 기계를 사주니까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열두 사람이 쉴 새 없이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장의 마음은 기뻤습니다. 그만큼 이윤이 상승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손익 계산서에는 이윤이 점점 더 내려갔습니다. 사장은 열심히 일하면 할수록, 생산성이 향상되면 될수록 이윤이 점점 더 내려가는 이 기막힌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부사장인 다이이찌 오노 씨가 이 사실에 골몰하다가 차안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그는 각 근로자 앞에 미처 소화되지 못한 재고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습니다. 재고가 많이 쌓일수록 그만큼 자금도 사장됐습니다. 일주일 후, 5주일 후에 구입해도 될 소재를 미리 구매한 것입니다. 생산성이 향상될수록 더 많은 돈이 사장됐습니다. 어지럽게 던져진 재고는 또 다른 일손에 의해 정리정돈 돼야 했습니다. 더 많이 만들면 더 많은 일손이 필요했습니다. 생산성이 향상되면 될수록 이윤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열심히 일할수록 이윤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다이이치 오노는 재고를 없애기 위해 하나의 작업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전공정은 후공정에서 소화한 것만큼만 만들고 시간이 남아도 그대로 서 있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두 가지 비용은 절약됐습니다. 이윤이 상당한 폭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남는다는 원래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했습니다. 사장은 시간이 남았을 때 똑같은 기계를 더 사주었습니다. 한 사람이 한 가지 기계만 다뤄야 숙달이 되고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고정 관념 때문이었습니다. 대량생산과 테일러리즘에 대한 숭배였습니다.

그러나 부사장은 왜 한 사람이 열 가지 스무 가지 기계를 다룰 수 없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간단하지만 이는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그는 1번 기계를 다루는 근로자에게 2번 기계를 다루도록 했습니다. 2번 기계를 배우면서 기계의 오묘한 원리를 터득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몰두야 말로 가장 아름다움 모습이며 몰두의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이는 금전적 보상으로 안겨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우리 한국인들은 천민자본의식 때문에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 듭니다.

심지어는 봉급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정복한 기계 수가 증가할 때마다 그의 자부심과 직업에 대한 안정감도 향상됐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직장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기술을 습득할수록 그는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회사를 나가더라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입니다. 드디어 12사람이 다루던 12대의 기계를 한 사람이 다루게 됐습니다.

한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대의 기계를 다루게 하는 데에는 작업 반경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작업 반경을 줄이기 위해 그는 기계의 설치를 일렬로 하지 않고 U자형의 연속으로 배열했습니다. 몸만 돌리면 여러 대의 기계를 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인건비가 12분의 1로 절약됐습니다. 간단한 발상의 전환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적시 생산(JIT; Just In Time)시스템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캐논은 독같은 현상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듯 재고 없이 딱딱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을 우리는 Coupling System이라고 부릅니다.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열심히 일하라고 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하는 방법 즉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신바람 운동의 목표는 "어떻게 하면 근로자들이 스스로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일만 해준다면 생산성이 자연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도요타 케이스를 보십시오. 각자의 생산성이 올라갔다고 해서 이윤이 올라갔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동안 기업들은 근로자들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마련한답시고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만 부추겼습니다. 이 얼마나 딱한 일이었습니까?

이상에서와같이 우리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의식개혁과 신바람운동에 20여 년이라는 귀중한 세월을 무모하게 낭비했습니다. 시스템만이 살길입니다. WTO 이후 우리기업이 선진기업에 패하고 있는 이유, 1달러를 쓰면 1달러 이하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선진 기업은 시너지를 내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콩가루 효과만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발리 시스템만이 살길임을 알아차려도 바쁜 길인데 시스템의 위력이 무엇인지조차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지금 우리는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수준으로 침몰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사회와 국가는 시스템 만큼만 발전합니다.

2001.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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