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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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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한국의 규제

규제는 많이해야 하느냐 또는 조금만 해야 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규제하느냐가 문제다. 미국의 네바다주는 음식점이 손님에게 따라주는 물까지도 규제하고 있다. 손님이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물을 따라주면 음식점 주인이 처벌을 받는다.

물을 따를 때에 손님은 얼마를 따를 것인지 말해야 한다(say when). 만일 컾에 담겨진 식수를 남기면 손님이 처벌을 받는다. 미국이라는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얼마안되는 식수를 가지고 이렇게 통제하는 것은 유치하고 치사하기 이를 데 없다.

잔디밭에 두더지가 잔디뿌리를 절단내고 다녔다. 주인이 두더지굴에 물을 틀어놓았더니 숨이 막힌 두더지가 킥킥거리며 돌출했다. 두더지를 잡을 때까지는 기분이 좋았으나 그 집주인은 수도물을 낭비했다는 죄로 엄청난 벌금을 물었다. 공익에 관한한 미국은 규제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규제가 너무 많으면 어떻게 될까. 군대에서는 모든 것이 보안대상으로 규정돼 있다. 하다못해 국방부 대표전화까지도 보안이다. 모든 것이 보안이기 때문에 군인들의 보안의식은 매우 희석돼 있다. 모든 것이 보안이면 정작 지켜져야 할 보안내용에 대해서까지도 보안의식이 희석된다.

규제도 이와 마찬가지다. 규제가 너무 많으면 무규제 사회가 된다. 한국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이러한 사회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민주당 사람들에게 대통령 아들 김홍일의 위상은 노동당에서 갖는 김정일의 위상과 맞먹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홍일의 행차가 모두 극비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할 말을 잃었다.

이영호 게이트에 관련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대통령 아들 김홍일"의 행차를 비밀로 보호하지 않은 공무원을 처벌하고 있다. 보안문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듯 하면서도 작성시기를 놓고 "주문생산품"이라는 해괴한 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민주당 사람들의 행동거지를 보면 마치 원시 시대에 존재했던 어느 외계인들을 보는 것 같이 이질감을 느낀다. "대통령 아들이 숨어서 하는 일을 왜 폭로하느냐"며 폭로자를 탄압하고 있다. 대통령 아들이 숨어서 도둑질하는 걸 보면서도 경찰관이나 국민은 보고도 못본 체 해야 몸에 이롭다는 것을 은연중에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사람들 모두가 이상하게 변화돼 가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규제를 이렇게 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따위는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국가발전 마인드를 기대한다는 것은 차라리 사하라사막에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격이 아닐까 싶다.

2001.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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