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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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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정신과 리더십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습니다. 하나는 샐러리맨 정신을 가진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공인 정신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샐러리맨 정신을 가진 사람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밖에 나가면 자기 일 이외에는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고, 집에 돌아오면 누워서 TV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입니다.

심지어는 손만 뻗으면 잡힐 수 있는 재털이까지 부인보고 가져다 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미국에서는 맞벌이를 해야만 생활이 됩니다. 미국의 직장생활은 매우 엄격합니다. 근무가 끝나면 사람이 녹초가 됩니다. 이렇게 돌아온 아내에게 남편은 한국에서 하던 방식대로 이것저것 가져다 달라고 요구합니다.

지쳐있는 부인에게는 이런 남편이 야속했습니다. 직장에 있는 미국인 남자들은 특히 여성들에 대해 매우 좋은 매너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매너에 익숙해진 부인은 자연히 남편의 매너와 모습이 갑자기 못나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해서 많은 부부들이 미국에 가서 이혼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생은 B급 인생입니다.

그러면 A급 인생은 어떤 인생입니까. 공인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인생입니다. 일국의 대통령도 자기 자신과 가족밖에 모르면 샐러리맨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전두환과 노태우 김대중입니다. 그러나 일개 미화원도 이웃과 사회를 위해 행동하면 그는 존경받는 공인정신을 가진 사람입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샐러리맨 정신을 가진 사람이 공인의 위치에 올라가 앉는 것이며, 둘째는 능력 없는 사람이 공직에 올라가 앉는 것입니다. 능력 없는 천사가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름답지만 고위직을 차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죄악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공인은 마음과 능력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발전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사람에게는 의협심도 없습니다. 남에게 이용가치도 없습니다. 남에게 이용가치가 없는 사람이 어떻게 사회생을 할 수 있습니까.

가장 멋지게 인생을 사는 사람은 매일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절대자로부터 재능과 인생의 길이를 타고 나왔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이 재능을 갈고 닦아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아야 합니다. 어느 날 육신에 힘이 빠지면 우리는 절대자 앞에서 인생을 결산해야 합니다. 이때 우리는 절대자 앞에서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사는 사람은 순간적인 이기심이 발동할 때마다 자신을 절대자의 앞에 세워볼 것입니다. 날마다 죽음의 순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쁜 짓을 할 수 잇겠습니까. 저는 이러한 의미에서 마을에 마다 아름답게 가꿔진 공원묘지가 있으면 합니다. 그 옆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은 한번씩 죽음을 생각해 볼테니까요. 죽음의 순간을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공인정신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을 생각하고 남의 입장에 자기를 세워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공인정신을 가질 수 없습니다. 최고경영자가 자기 자신을 말단 사원의 위치에 세우지 않으면 사원 역시 그 자신을 최고경영자의 입장에 세우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사회에는 노사분규가 잦은 것입니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회식자리에서도 확인될 수 잇습니다. 저는 연구소에서나 군에서 젊은 청년들과 회식자리를 많이 가져봤습니다. 그들은 윗사람들이 따라주는 술만 마시고 남들에게 대접할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젊은이들이 장교가 되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병사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장교가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월남에서 작전을 나갔습니다. 칠흙 같은 밤에 숨을 죽이고 매복을 서며, 베트콩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다 공포감을 갖습니다. 그러나 장교는 이러한 공포감에 떨고 있는 병사들에게 의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떤 장교는 소리를 치며 히스테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의지력이 약한 탓입니다. 이러한 장교는 분명 남을 생각하면서 살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웃과 국가를 생각하는 공인정신을 갖지 못하면 절대로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공인정신이 없으면 남보다 앞서가려는 마음도 없습니다. 남보다 앞서가려는 사람이라야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남보다 앞서가지 못하면서 어떻게 리더가 될 수 있습니까. 어디에 가든지 자기 분야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공인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돈과 끗발이 있으면 사람들이 와서 고개를 숙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것을 리더십인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은 관이 없는 리더십(Uncrowned Ledership)입니다. BC 220년전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은 홀홀단신 스페인으로 건너갔습니다. 그에게는 인사권도 없고 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마을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그를 따르는 병사들이 눈송이처럼 늘어났습니다. 그는 이렇게 모은 병사들을 가지고 사상 처음으로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태리를 점령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리더십이 진정한 리더십입니다.

중대장을 마친 장교가 사회에 나와서는 단 몇 사람의 근로자를 이끌지 못합니다. 심지어는 사단장을 마친 장군도 사기업을 차려놓고는 단 몇 사람의 근로자를 이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리더십으로 병사를 지휘한 것이 아니라 끗발로 지휘한 것입니다. 반면 지위가 낮아도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남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풀거나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스스로 즐거운 모습으로 할 수 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따르게 됩니다.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라면 사회에서 리더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리더가 될 수 있습니까. 남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남보다 더 부지런해야만 합니다. 게으른 사람을 누가 따를 것이며, 게으른 사람이 어떻게 남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풀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축적할 수 있겠습니까.

남보다 앞서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첫째는 조각난 시간을 이어 써야 합니다. 둘째는 스스로 자극을 만들어 자신을 채찍질해야 합니다. 공인정신을 갖는다는 사실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공인으로서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부지런히 쌓아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공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2001.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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