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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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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이 인수위 6대 과제라니요?

  자유게시판에 tina 선생님이 글을 올리셨군요. 평화협정이 새정부의 6대과제라는 내용입니다. 이 사실을 모르던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평화협정" 하면 국민은 그냥 좋을 걸로만 알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무서운 낚시가 들어 있습니다. 바로 적화통일입니다. 1973년 월맹의 레둑토와 키신저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었고, 월남국민은 그야말로 평화무드에 젖어 매일 파티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2년만인 1975년 4월30일, 찢어지게 가난했던 월맹은 부유한 월남을 순식간에 점령해 버렸습니다.

  월맹군 병사는 하루에 소금으로 두끼만 먹었습니다. 팬티도 없었습니다. 타이어를 끈으로 동여맨 것이 군화였습니다. 반면 월남군은 미군이 그대로 넘겨준 최신예 장비로 무장된 세계 4대 군사력을 자랑했습니다. 폭격으로 폐허가 돼버린 월맹이 월남을 공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당시 월남은 군, 정보부, 대통령실, 장관실, 종교계 등에 간첩들이 우글댔습니다. 지금의 남북한과 쏙 빼닮은 것입니다. 세계 제4위를 자랑하는 막강한 월남의 군사력은 내적인 간첩과 반정부 세력 앞에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물론 통일이 되자 가장 먼저 숙청 당한 사람들은 월맹에 봉사한 간첩과 반정부 데모 세력이었습니다. 통일의 대가를 보상해달라는 것도 귀찮은 일이지만, 월남에 대한 배신자는 통일국가에 대해서도 배신할 것이라는 철학 때문이었습니다.

  군축 없는 평화협정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2000년 6.15일 DJ와 김정일은 "느슨한 연방제 통일 방법"에 합의했습니다. “느슨한 연방제"에 대해서는 국민이 잘 알고 경계합니다. 하지만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국민이 잘 모릅니다. 연방제에 대해 합의해 놓은 이 시점에서 평화협정까지 체결한다면 이는 곧 적화통일로의 종결을 의미합니다. 이는 ‘자연적인 통일’이 아니라 ‘인위적인 통일’을 의미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평화협정"은 "인위적인 통일의 배제"를 전제로 해야만 합니다. “통일하기 없기”를 약속하고 그 약속을 제도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첫째,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바꾸고, UN감시 하에 군축을 해야 합니다. 군축은 상대방이 발을 뻣고 잠을 잘 수 있도록 충분히 작아야만 합니다. 이는 영구분단을 의미합니다. 남북한이 각 기의 주권을 가지고 캐나다와 미국처럼 "사이좋은 이웃국가"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살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평화협정은 1) 상호군축, 2) 휴전선의 국경선화를 의미합니다. 이 2가지가 담기지 않는 평화협정은 100% 속임수입니다. "상호군축"도 "휴전선의 국경선화"도 UN의 현장검증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군축은 상대방이 발뻗고 잘 수 있도록 충분히 작아야 합니다.

"군축"과 "휴전선의 폐지"가 없는 "평화협정"은 속임수입니다. 레둑토가 했던 것처럼 남한을 먹기 위한 속임수라고 봅니다. 과연 김정일이 군축을 할까요?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이변이 있기 전엔 불가능해 보입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현대가 금강산 사업과 대북사업에 많은 자금을 공개-비공개적으로 건네 줄 때에 스워츠 UN군사령관이 미 의회에서 증언을 하였습니다. ‘북한이 2000년 한 해에 증강시킨 무기는 지난 5년 치의 합보다 더 많으며, 10년이래 최대 규모의 훈련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정보를 우리 정부는 쉬쉬하고 감추면서 한국군의 훈련을 대폭 축소시켰습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휴전선에 있는 재래식 무기 모두를 대상으로 북한을 몰아칩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런데 DJ는 이러한 미국을 말리고 북한을 두둔했습니다. 대량실상무기는 미국이 담당하고 재래식 무기는 남한이 담당하겠다고 했습니다. 와인버거의 말대로 군사력이 강해야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 질질 끌려다니고, 적장에 달러와 군량미로 쓰이는 쌀을 갖다 비치고, 북한을 마치 종주국 대하듯 하는 남한에 무슨 힘이 있어서 북한의 재래식 무기 감축을 강요하겠습니까?

  평화협정과 군축은 두 개의 실체가 아니라 하나입니다. 군축 없는 평화협정은 휴지조작에 불과합니다. 또한 평화협정 없이는 군축도 있을 수 없습니다. 평화협정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많으나 군축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군축을 터부시해온 것입니다.

  군축 없는 평화협정은 사문서에 불과합니다. 지금처럼 막강한 군사력을 휴전선에 배치해놓고 서로가 응시하면서 평화협정에 서명한들 그 서명이 무슨 의미를 갖겠습니까. 따라서 군축은 평화협정의 전제조건인 것입니다. 역으로 평화협정 역시 군축의 전제조건입니다. 평화에 대한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데 누가 감히 군축을 단행하겠습니까. 군축과 평화협정은 서로가 서로의 전제조건입니다. 어느 것이 먼저고 나중인 문제가 아니라 동시적인 문제입니다. 한 개의 문서에 평화와 군축이라는 두 개의 합의 내용이 나란히 들어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군축 반대론자들은 북한이 믿을 수 없는 집단이라는 사실을 내세웁니다. 신뢰가 형성돼야 군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정부 역시 이러한 개념을 비판 없이 받아들여 왔습니다. 이는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북.미간에 제네바 협정이 맺어졌습니다. 이는 군축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핵군축입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언제 그만한 신뢰가 형성되었던가요.

  군축의 전제조건은 제3자에 의한 객관적인 현장검증이지 신뢰구축이 아닌 것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일거에 상대방을 기습 공격할 수 있는 막강한 군사력을 대치시켜놓고 있는 판에 누가 누구를 믿는다는 말입니까? 많은 이들이 ‘군축의 전제조건은 신뢰구축’이라는 말을 성격구정처럼 외어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신뢰의 전제조건은 군축이다’라는 결론으로 이 말을 뒤집고자 합니다. 그래서 군축과 평화협정은 한 묶음으로 처리돼야 합니다. 동전의 앞뒤입니다. "우선 평화협정부터 체결하고 군축은 차차 해나가자"고 하면 이는 100% 속임수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렇다 해도 이는 미국의 절대적인 도움이 없으면 전혀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처럼 미국을 배척하고 미국을 제외시킨 상태에서 남북한 단 둘이 평화협정이나 군축을 하자는 것은 매우 위험홥니다. 남한을 북에 흡수시키려는 검은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군축 없는 평화협정”은 곧 적화통일을 의미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월남패망의 전야와 똑같이 돌아갑니다. 월남에서 안보를 외치는 사람들은 모두 미친 사람으로 매도됐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집니다. 중앙일보 권영빈 주필은 칼럼을 통해 저를 “꼴보수”라고 부르더군요.

  홍수와 같이 무섭게 흐르는 이 물결을 도대체 어찌 감당해야 할지 그야말로 정신이 없습니다!

    200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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