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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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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 달라진 운명들

9.11 테러 이전의 미국과 이후의 미국은 사뭇 다르다. "전쟁"을 통해서는 미국을 당할 나라가 없다. 미국은 수많은 "국제 전쟁"을 치렀지만 전쟁터는 항상 외국 땅이었다. 그래서 미국 본토는 가장 안전한 대지였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미국 본토는 가장 불안한 대지로 전락했다.

  미국을 증오하는 세력이 있고 그들에게 테러 기법과 훈련을 제공하고 세균과 독가스와 핵무기를 제공하는 세력이 있는 한, 미국은 하루도 발뻗고 잠을 잘 수 없다. 이러한 결론을 거머쥔 미국의 선택은 무엇일가? 그 미국이 바로 우리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무리 막강한 미국의 군사력이라 해도 테러 하나 하나를 저지하지는 못한다. 그 군사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테러의 근본 원인 즉 테러 시스템 자체를 제거하는 이이다. 여기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9.11 테러 이후 김정일은 미국 제1의 주적이 되어있다. 9.11 이전에는 "남북관계"가 우선적이었고 "미북관계"가 보조였다. 햇볕정책은 바로 이러한 구도에서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9.11 이후에는 "미북관계"가 우선이고 "남북관계"가 보조 수단으로 밀려났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북관계를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 테러전쟁이라는 국제적 명분에 관한 한 국제 여론도 미국편이다.

  9.11 이전의 북한 미사일은 금전 거래의 대상이었다. 북한은 미사일 수출로 돈을 벌기 때
문에 미국이 미사일 수출 중지를 원한다면 연간 10억 달러를 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미사일은 금전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박탈의 대상이다. 이라크의 핵무기 시설, 리비아의 화학무기 시설을 아무런 금전적 보상 없이 폭격했던 것처럼 북한의 미사일과 핵시설 역시 같은 취급을 당하게 될 것이다. 비금전적 협상에 의해 타결되지 않으면 마지막 수단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미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한반도 전쟁을 두려워할 입장이 아님을 우리는 명심해야한다.

  미국의 입장이 이렇듯 단호한 데도 불구하고 북한 역시 단호하다. 북한은 당분간 김정일정권에 호의적인 김대중 정권을 이용하여 시간을 벌려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그런 시간벌기 작전에 넘어갈 것 같지 않다. 미국이 점점 더 북한을 옥죄어 감에 따라 김정일은 미국과 전쟁을 하느냐 또는 전쟁의 수단을 거치지 않고 남한을 무혈점령 즉 무혈 적화통일을 꾀할 것이냐를 놓고 저울질 할 것이다.

전쟁을 하면 북한은 멸망한다. 남한에 얼마만큼의 피해가 가느냐는 별 의미가 없다. 결론적으로 김정일의 마지막 선택은 무혈혁명일 것이다. 이를 위해 김정일은 땅굴을 준비했고, 동해 및 서해에 도로와 철로를 열어 놓았으며 남한 내에 용공 친북 세력을 확장해 놓고 있다. 남한 곳곳에 그리고 정부 요직에까지 5만 이상의 간첩이 침투돼 있다는 게 황장엽씨의 진술이자 과거 정부들의 판단이었다.

  남한에 이르는 수십 개의 땅굴이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는 한미간에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단지 어디로 출구가 나 있는지를 모를 뿐이다. 최근 북한에서 탈출한 군출신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군은 땅굴 파는 일 이외에는 하는 일이 없다고 할 정도로 땅굴 작업에 피치를 올린다고 한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주한미군 기지는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다. 주한미군만 포로로 잡으면 전쟁은 끝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러한 사태로 발전하면 미국은 손을 드는 게 아니라 평양을 핵무기 등으로 단기에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북한은 테러 수출국이다. 북한에 남한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넘어가면 이는 세계적인 재앙으로 여겨질 것이다. 미국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런 사태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남한 내에 내통세력이 있다 해도 미국이 북한에 두 손들고 밀려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더러는 월남에서도 그랬지 않느냐고 말 할 것이다. 하지만 월남과 북한은 다르다. 월남은 미국 제2의 전선이었지만 북한은 미국 국민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주적이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명분을 축적할 것이다. 북한에게 협상의 여지와 시간을 어느 정도는 줄 것이다. 북한만이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비극을 막는 길은 북한이 위험한 무기를 버리는 길뿐이다. 북한이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또한 아무런 명분 없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겠는가?  바로 여기에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남한의 좌익들은 "강대국의 오만"을 지적한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면서 북한이 가지면 왜 안 되느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좌익들은 유지와 양아치를 구분하지 못한다. 2002.8.30일자 조선일보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민주당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26일 국회 국방위에서 김씨는 의인(義人)이며 강직하고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외롭게 투쟁하는 김씨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일부 인터넷매체 등에서는 김씨를 병역비리 근절을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전과자라고 해서 병역비리의 진실을 밝히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김씨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동네에도 유지가 있고 말썽꾼이 있다. 유지는 대접받고 말썽꾼은 천대를 받는다. 국제사회에서도 국가의 격이 있다. 1841년, 미국 제9대 대통령이 된 윌리엄 해리슨이 상원의원 시절, 아프리카에서 잡혀온 노예를 친구라고 포용하며 그를 해방시켜주기 위해 법정투쟁을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60년이 지난 2000년에 유고의 밀로세비치는 "인종청소"라는 만행을 저질렀다. 독립국가라 해서 다 같은 나라가 아니다. 만일 그 때 밀로세비치에게 악성무기가 있었다면 미국은 핵무기로 초장에 다스렸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과 유럽 전체가 악성무기에 의해 재앙을 당하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을 쳐야 한다면 북한은 초장에 기습적으로 저강도의 핵무기로 공격당할 것이다.

  미국은 지금 복잡한 양면작전을 쓰고 있다. 한편으로는 세계 여론에 아랑곳없이 후세인을 도려내기 위해 폭격을 가하며 전면전을 치르기 위해 공격준비용 폭격을 가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김정일을 도려내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부 세계 여론이 미국에 반대하지만 그들은 미국이 겪은 9.11의 슬픔과 분노를 겪어보지 않고 내는 제3자의 소리다. 그래서 미국은 국제여론에 관계없이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2002.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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