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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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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쿠데타에 안전한가(33)

전두환 세력이 응징을 받고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어느 군인들이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킬 것인가. 그러나 남북한이 긴장 상태에 있는 한 쿠데타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북한으로부터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는데, 남한의 정치인들은 서로 어우러져 싸우는 데에만 여념이 없다면 국가는 어떻게 될것인가. 이를 염려하는 국민적 정서가 확산되면 군대식 사명감을 가지고 살신구국을 결행하겠다는 군인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군대식 사명감이 언제나 일반 상식과 일치하지 않는 데 있다. 일반인들은 적에게 잡혀도 살아 남을 수 있다. 그러나 군인이 적에게 잡히면 고문을 당하고, 가족은 몰살당한다. 따라서 군이 느끼는 위기 의식은 일반인들이 느끼는 것보다 매우 민감하다. 위기의식이 예민할수록 군대식 사명감이 발동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어떤 특정 시국을 위기로 보느냐 아니냐에 대한 시각이 군과 민 사이에 현저히 다르다는 사실에 있다. 군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시각은 비전문가와 같을 수 없다. 따라서 어떤 군사적 현상에 대해 민이 내리는 결론과 군이 내리는 결론은 많은 시각차를 보여 왔다.

이러한 사례는 언론이 발표하는 기사들에서 늘 발견되고 있다. 언론 기사들은 많은 경우 군사 전문가들의 시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소설들에 불과했다.80퍼센트 이상의 여론은 언론인들의 센세이셔널리즘에 의해 조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형성된 여론 때문에 군과 민 사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군이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너무나 소홀히 해온 잘못이 더 크다. 그러나 군이 직접 민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거기에는 데이터 베이스 설치라는 엄청난 투자 행위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수많은 사설 연구소에서 이러한 역할을 감당한다. 이들은 국민과 군을 잇는 통역자들이다. 한국에는 바로 이러한 통역자들이 없는 것이다.

쿠데타는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군을 알아야 한다. 공군과 해군은 군 구조가 단조로워 참모 총장 한 사람만 심복으로 임명해 놓으면 쿠데타가 예방될 수 있다. 그러나 육군의 경우는 군 조직이 방대함에 따라 업무도 다양하고 생각들도 다양하다. 육군 장교들이라면 각기의 소신과 의리에 따라 폭 넓은 인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인간관계 때문에 삐뚤어진 직속 상관에 도전할 용기와 소신도 갖게 되는 것이다.

더러는 하나회라는 사조직 때문에 전두환 씨가 쿠데타를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이름조차 없던 박정희 소장은 사조직 없이도 쿠데타를 주도하지 않았는가. 위기 의식을 공감하는 애국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상황과 사고방식으로 그 때를 평가한다면 사람마다 다른 결론을 내겠지만 당시 그들은 그 때를 위기라고 느꼈을 것이며, 정말로 애국적 동기에서 목숨을 걸고 쿠데타를 감행했을 것이다.

광주사태 역시 그 때 당시의 군인들의 눈에는 분명 위기로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광주에는 아시아 자동차라는 방산 업체가 있었다. 거기에서 그 유명한 이탈리아 장갑차가 생산되고 있었다. 장갑차에는 엄청난 위력을 갖는 최신식 기관총이 달려 있었다. 그 장갑차가 민중의 손에 들어가고 있을 때 어느 군인이 그것을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학살과 사조직을 동원했다는 바로 그 사실들 때문에 5.18을 규명해야 한다는 장교는 있어도 5.16을 욕하는 장교들은 드물다.

북한정권은 지금 남침을 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입장에 놓여 있다. 이러한 위기에 사회는 어지러워 온 국민이 손에 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명분 있는 싸움이 아니라 1997년의 대선정권을 놓고 이전 투구에 몰두해 있다. 이로 인해 경제는 가속적으로 망가지고 있으며 군은 사회적으로 멸시받고 있다. 이는 분명히 위기의 징후군이다. 이 위기 정서가 확산되면 누군가가 또 나서서 이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군인이 나타날 수 있다. 1980년이 오죽 어지러웠으면 언론인들을 선두로 그 많은 사람들이 쿠데타를 칭송했겠는가.

쿠데타를 예방할 수는 없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를 위기로 몰고 가지 않는 것뿐이다. 군을 군으로 막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의 수도 방위군도 군단장을 심복으로 심어 놓고, 이들을 기무 사령관으로 하여금 감시케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밑에 있는 연대장들과 사단장들이 구국의 결사대에 동조한다면 지금의 사령관들도 마치 장태완 장군이나 3군 사령관처럼 “어 어”하다가 시간을 보내고 말 것이다.

‘반란도 부정도 심복으로부터’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대령들이 지휘하는 부대들을 수방 사령관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수방 사령부를 해체하고, 2개단을 3개의 독립 대대로 재편하고, 이 세 개의 대대를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장하면 이들 세 개 부대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완전한 억제책은 못 된다. 박 대통령도 심복으로부터 당하지 않았는가. 발생한 쿠데타를 막으려 하지 말고 쿠데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국정이 어지러워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면 민중 봉기까지 발생하지 않았는가. 따라서 가장 확실한 예방 방법은 쿠데타를 무서워하는 것이다. 과거 군사 정권들이 학생 데모가 무서워 자제했듯이 쿠데타가 무서우면 정치가들이 공정하고 능력 있는 국정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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