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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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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만 나가면 남한은 단 한 방 감이다(31)

지금의 전쟁은 총력전이다. 군인들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같이 싸우는 전쟁이다. 휴가 나온 병사에게 모든 가족이 입을 모아, 북한은 이제 더 이상 적이 아니라고 말해 보라. 그 병사의 의식도 그렇게 바뀔 것이다. 일반 사회인들의 안보 의식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그 안보 의식에 매우 위험한 적신호가 켜져 있다. 현 정부의 어설픈 대북 정책 때문이다.

80명 정치 지망생들에게, 한국 군이 북한을 주적으로 명문화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95퍼센트의 학생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통일을 위해 북한을 돕고 있는 마당에 구태여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이들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북한이 남한을 적이라고 생각할 것인지 아닌지를. 학생 모두가 북한은 아직도 남한을 적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북한이 적이 아니면 전방에 있는 병력을 후방으로 철수시켜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북한이 적이 아니면 그 아니꼬운 주한 미군을 내보내도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또 고개를 흔들었다. 북한이 적이 아니면 그 아까운 13조의 국방비는 대폭 삭감해서 병력을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또 고개를 흔들었다. 몇 가지 질문은 북한이 엄연히 남한의 적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해주었다.

이들에게 북한 군의 실상 몇 가지를 더 소개했다. 북한 청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무조건 군에 입대한다. 사단별로 구성된 20면 정도의 당 간부들이 병사들의 근무 행적을 3년간 관찰하여 장교감을 선정한다. 장교감으로 선정되면 8개의 사관학교 중 하나를 졸업한 후, 다시 자기 부대로 복귀한다. 따라서 지금의 북한 사단장들은 그 곳에서 일생을 묻은 사람들이다.

북한 사단장은 매일 1주간은 병사들과 같이 보초를 선다. 2주간은 병사들 막사에서 생활한다. 나머지 1주만 자기 공관에서 기거한다. 따라서 사단장들은 하사관 개개인의 능력과 성격까지도 파악한다. 이들은 부산에 이르기 까지의 모든 지형과 군사적 활동을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을 만큼 통달하고 있다.

북한 군 병사들은 ‘미군만 나가면 한 방에 남한을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호크 지대공 유도탄은 한국군이 가지고 있는 제1의 대공 무기다. 3급 비밀로 된 이 유도탄 매뉴얼이 간첩에 의해 북한 군으로 넘어갔다. 북한 조종사 중위와 대위들이 이를 연구해서 호크 유도탄을 속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런데 그 속이는 방법이 매우 교묘했다.

지금 북한의 경제 사정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현재 매우 불가사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70밀리터리 대구경 장거리 곡사포가 무더기 단위로 전방 군단마다 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무기는 진지를 옮기지 않고서도 서울 뿐만 아니라 수원까지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 남한 인구를 세 번씩이나 멸망시킬 수 있는 화생무기도 있다. 만일 북한이 남침을 감행하면 남한의 동원능력이 잠도 깨기 전에 전쟁을 종결지을 수 있다.

우리는 가끔 이상과 현실을 혼돈하고 있다. 북한과 가까워지고 싶은 것은 우리의 이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은 가시 달린 우리의 적이다. 북한이 적인지 아닌지는 오직 휴전선만이 말해 주고 있다. 휴전선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장병들은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다. 매일 보도가 안돼서 그렇지 지금도 휴전선을 지키기 위해 많은 병사가 희생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방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단지 그들의 여유로운 기분에 따라 하루는 북한을 적으로, 하루는 북한을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들을 군이 어찌 불신하지 않겠는가.

북한 주민을 인도적으로 돕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북한을 도와 주고 싶으면 북한을 먼저 적의 위치에서 동반자의 위치로 바꾸어 놓은 다음에 도와야 한다. 아무리 국제 사회에서 그들을 도와 줘도 우리만큼은 절대로 적을 도울 수 없다. 쿠바와 이라크를 보라.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가. 인권의 나라 미국마저도 적에 대해서는 이렇게 확실하게 행동하고 있지 않는가. 적에게는 쌀 한 톨도 무기인 것이다. 여기까지 말했더니 이번
엔 100퍼센트 학생들이 생각을 바꾸었다.

와인버거가 명언을 남겼다. ‘소련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려면 미국이 소련보다 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제 북한은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협상에 응하게 돼 있다. 그런데 정부에게는 그런 협상안이 없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좌초돼 가고 있다. 처음엔 느려도 시간이 갈수록 침몰 속도가 가속될 것이다.

지금은 국민에게 업적을 보여 주기 위해 헛손질만 반복할 시기가 아니다. 남북 관계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인 것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이다. 이 시기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온 국민이 피와 땀을 흘려 가면서 대가를 치르고 이끌어 낸 시기인 것이다. 왜 당국은 국민의 업적을 음미하지도 못하며, 활용조차 하지 못하는가.

북한을 흡수 통일 하려는 망상을 버리고 우리는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단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을 만큼 취약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게 확실한 안보를 보장해 줄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남한의 안보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북한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와야 하는 것이다. 바로 군축과 영구분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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