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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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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인 이적 행위가 확산되고 있다(27)

지금처럼 남한 사회가 불안하고 분열돼 있으면 이는 북한의 남친을 유혹하는 자살 행위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불안은 정권욕에서 나온 것이다. 한번 정권을 잡아서 여당이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차기 정권을 심복에게 이어주려는 그릇된 욕심이 불러들인 분열이다.

북한에서는 ‘부자 세습’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남한에서는 ‘심복 세습’이 이어지고 있다. 부자 세습은 자식을 위한 세습이지만 심복 세습은 자기를 위한 세습이다. 자기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보호받으려면 죽기 살기로 자기 심복에게 정권을 이양해야 한다. 대통령마다 국가 경영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차기 심복에게 대통령 자리를 인계하기 위해 나라를 교란시켜 보라. 정치가 사회를 휘두르기 시작하면 국민들 손에는 일이 잡히지 않는다. 사회가 분열되고 구심력을 잃게 된다. 행정부와 사법부는 대통령의 사집단으로 전락할 것이며, 검은 돈이 보다 은밀한 방법으로 그 규모를 더해 갈 것이다.

차기 정권이 정적에게 넘어갈 확률이 높을 때에만 대통령이 부정과 비리를 경계하게 될 것이다. ‘심복 세습’만큼은 이제 국민이 나서서 적극적인 투표행위로 막아야 한다. 차기 정권을 창출하는 일은 국민의 권리다. 늙은 사람을 뽑든 젊은 사람을 뽑든 그것도 국민의 권리다. 선진국에서는 인종 차별주의자가 비난받듯이 연령차별주의자도 비난받는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정년이 없다. 후계자라는 말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는 심복 세습제의 상징이며, 민주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부끄러운 말이다.

한편으로는 북한과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한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란하게 만들면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인가. 이는 북한의 남침을 유혹하는 행위이다. 결정적인 이적 행위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북한 때문에 엄청난 군사력을 휴전선에 배치하고 산업 전선에 투입해야 할 젊은이들에게 고생을 강요하고 있으면서 바로 그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행위를 병사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동족이 굶고 있다는데 이를 외면하고 싶은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 우리의 적이다. 그만큼 불쌍한 동족은 남한 내에도 너무나 많다. 북한을 도와 주고 싶으면 먼저 지금의 적대 관계를 우호 관계 즉 평화 공존 관계로 전환한 다음에 해야 한다. 전방에서 고생하던 병사들이 산업전선으로 전환되고, 남북한 주민이 국경선을 자유롭게 왕래해도 간첩으로 간주하지 않는 우호 관계에서만 우리는 북한을 도와 줄 수 있다. 적국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에 해당하는 군량미를 제공했다는 것은 분면 이적 행위다.

독가스를 장전한 그들의 가공할 만한 살인적 무기는 지금도 서울을 향해 방열돼 있다. 북한이 적인지 동반자인지는 이렇게 무시무시한 휴전선만이 말해 준다. 지금도 휴전선에서는 우리 병사들이 밤잠을 못 자면서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북한에 쌀을 주려거든 이들부터 철수시키고 주어야 한다.

적에게 쌀을 주면서 간첩은 왜 체포하는가. 아무리 유능한 간첩도 북한에 2억5천만 달러어치의 쌀만큼 기여하지 못하며 40억 달러어치의 경수로만큼 기여하지 못한다. 적대관계에서는 쌀 한 톨도 무기인 것이다. 누군가 국가보안법을 가장 공정하게 적용한다면 가장 죄질이 무거운 사람들은 아마도 현 정부 내에서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대결 관계에서는 북한이 우리의 적이지만, 평화 공존 시대를 열면 북한은 우리의 이웃이다. 이웃 나라인 북한을 돕는 것은 이적 행위가 아니지만 적대 관계에 있는 북한을 돕는 것은 분명히 이적 행위다.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적을 지키는 병사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고, 국회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적을 돕는 대통령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북한은 지금 공격 무기를 휴전선에 배치하고 있다. 우리에게 알려진 북한의 경제 사정으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현상이 휴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연간 13조에 달하는 국방비를 조금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급선무는 무조건 북한을 개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핵문제, 군축 문제 그로고 평화 협정 문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하는 평화 공존 체제를 북한에 제의하는 일이다. 북한이 요구해온 정치.군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만일 북한이 이를 거절하면 북한은 대결을 원하는 것이다. 대결 관계에서는 북한을 자극해서도 안 되지만 북한을 도와 주어서도 안 된다. 지금의 상태에서 북한을 돕는다는 것은 자멸 행위다.

하나는 국방비에 대한 부메랑 효과이다. 북한에 1달러를 지원해 주면 우리는 부메랑 효과에 의해 10달러 이상의 국방비를 추가로 더 부담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안보 의식의 약화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은 우리의 적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 눈에 비친 북한은 동반자요, 감싸 줘야 할 동포요, 곧 흡수될 나약한 대상에 불과하다. 바로 이러한 국민 정서 때문에 지금 전방에 있는 병사들의 군인 정신이 파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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