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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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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군을 개혁했나? (25)

하나회만 숙청되면 군이 곧바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지금이나 그 때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과거에는 하나회 앞에 줄을 섰던 일부 군인들이 이제는 YS앞에 줄을 서고 있다는 기막힌 말들이 유행하고 있다. 빨간 줄이 파란 줄로 바뀌었을 뿐, 내용상 바뀌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감사원이 나서서 율곡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수행했다. 시스템 진단 능력이 없는 감사원은 누가 제보해 주지 않으면 감사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언론의 각광을 받고 국민들의 박수를 화려하게 받으면서 나섰던 대쪽 감사원장도 실은 엄청난 음해성 제보를 그대로 믿고 사정에 나섰을 뿐이다. 이는 율곡비리를 캐고 있는 검찰에도 다같이 적용된다.

그 결과 감사원은 음해성 제보자에 의해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말았다. 논리와 분석력이 없는 사람들의 빈 머리는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임자였다. 그러면 감사관들과 검찰의 머리가 왜 퇴화돼 왔는가. 과거 수십 년 간 감사관들은 피감기관에 나가 술대접부터 받았다. 그 이튿날 사무실에 나가긴 하지만 피곤한 몸으로 그 두꺼운 자료들을 소화할 수는 없었다. 감사가 끝나면 그들도 간사원장에게 무언가를 보고해야 했다. 다급한 그들은 피감기관에 ‘알아서 자아 비판서를 써오라’고 주문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피감기관은 그들이 평소에 애로를 느끼던 사항들을 기록했다. 구색을 갖추기 위해 맞아도 아프지 않을 가벼운 지적 사항들을 스스로 끼워 넣었다. 감사관들은 이것을 가지고 올라와 그들의 감사 성과를 돋보이게 했다. 이러한 생활을 수십 년 간 해오다 보니 머리가 퇴화된 것이다.

검찰들의 두뇌는 왜 퇴화되었는가. 과거에 그들은 고문을 통해 입을 열게 했다. 고문을 하면 없는 죄도 있다고 불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과거에 엄청난 실적(?)을 올렸다. 이러한 생활을 수십 년 간 하다 보니 그들의 두뇌와 매너는 형편없이 퇴화해 버렸다. 이렇게 퇴화된 두뇌를 가진 경찰이나 검찰에게 고문을 하지 못하게끔 막으니 무슨 수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 낸단 말인가.

검찰이나 감사관들의 머리는 제보자의 논리로 손쉽게 무장됐다. 감사원은 제보자의 논리와 첩보를 여과 과정 없이 언론에 발표부터 했다. 제보자의 대부분은 율곡 사업 경쟁에서 낙오한 업주들이었다. 감사원은 패자의 논리로 무장해 가지고 승자를 몰아쳤던 것이었다. 그 소리가 그토록 요란했던 것이다. 개혁은 이러한 감사원과 검찰부터 시도했어야 옳았다.

율곡 비리라고 발표된 모든 것들은 감사 결과 율곡 비리가 아니라 일반 비리에 불과했다. 이러한 비리라면 다른 정부 부처에는 수천 배나 많고 크다. 감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서슬이 시퍼랬지만 막상 감사 결과는 일반 행정부 비리에 비하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애교 수준에 불과했다.

감사 초기에 감사원장에게 걸었던 국민의 기대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감사원장은 마치 적장의 목을 줄줄이 베어 오겠다고 떠나는 고구려 장군 같았고, 그에게 갈채를 보내는 국민들은 도로변에 늘어선 고구려 백성들 같았다. 그렇게 떠났던 감사원장은 율곡감사 7개월 만에 빈 창으로 돌아왔다. 대꽃으로 만들어진 그의 창 끝에는 기껏해야 참새 두어 마리가 빈약하게 달려 있었을 뿐이었다.

군 장교들이 밤을 지새워 가면서 소신과 정열을 가지고 수행한 결과를 놓고 감사원은 군인들을 죄인 다루듯 취조했다. 감사관들의 분석 능력이 퇴화돼 있기 때문이었다. 잘한 일을 가지고 처벌하기가 일쑤였다. 일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감사를 받았다. 분별력 없는 감사관에게는 눈에 안 뜨이는 게 상수라는 지혜가 공무원 사회에 발동했다. 일을 적게 해야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업무를 한 번 취급하면 한 번 취조를 받고, 두 번 하면 두 번 취조를 받으니 그 누가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는가. 바로 이것이 복지 부동의 근원이었다.

군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것을 어떻게 개혁이라고 부르겠는가. 사정 능력도 없으면서 사정에 대한 소리만 요란하게 냈다. 그 자체로 국민들은 사정이 엄청나게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하나회 숙청과 율곡 사정이 남기고 간 자리에는 너무도 큰 상처가 남아있다. 이는YS집권기에는 치유되지 못한다. YS는 군에 가혹한 매질을 했다. 청사진을 들려 주고 때린 논리의 매가 아니라 감정의 매였다. 이로 인해 보존돼야 할 군복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찟겨졌다.

동부 전선을 지키는 1군 사령관 숙소가 가택 수색을 당했다고 보도됐다. 당시 전방에는 질 낮은 수사관이 사령관 가족과 여식들의 속옷까지도 들춰 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수문 자체만으로도 4성 장군의 이미지가 이미 찢겨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이미지를 심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 그러나 그것을 허무는 데에는 하루면 족하다. 마치 무법자처럼 그는 군을 허물었다. 4성 장군이 손가락질 받는데 어느 병사가 그들 앞에 있는 소위나 대위를 존중해 주겠는가.

장교들이 군복을 입고 거리를 나오려 하지 않는다. 초급 간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상관이 아니라 병사들의 따가운 눈초리다. 그런 집단에 누가 가고 싶겠는가. 오갈 데 없는 청년들이라야 들어가고 싶어할 것이다. 장교가 이러한데 하물며 하사관들이야 어떻겠는가. 그러한 간부가 움직이는 군에 어떻게 국가 안보를 마음놓고 의탁하겠는가. 이렇게 병들어 가는 군에 국민은 13조라는 방위비를 투입하고 있다. 그 방위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나회는 숙청돼야 했다. 그러나 절차에 따라 인격적인 방법으로 했어야 했다. 그는 하루 아침에 깜짝쇼로 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해고했다. 그러고는 이화여대생들 앞에서 ‘놀랬제이’라는 말로 그의 결단을 자랑했다. 군이 완전히 장난감이었다.

군에게 쥐꼬리만한 복지비를 올려준다 해서 그들의 멍든 가슴이 쉽게 풀릴 것인가. 기념식장에 가서 그들에게 달콤한 말 몇마디 던져 준다 해서 그들의 사기가 올라가겠는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번에도 F-16 사업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걸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공중전의 왕자, F-16기를 깡통 비행기로 이미지화시켰다. 52억 달러나 주고 산 그 귀한 전투기, 유사시 우리 국가를 수호할 가장 강력한 전투기도 그의 정치적 목적에는 헌신짝같이 희생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열심히 일해 온 말없는 애국자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 군을 이토록 어지럽힌 반면 그가 이룩해 놓은 것은 무엇인가. 국가 수호의 가장 큰 공신인 군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을 뿐이다. 상처를 받은 것만큼 군도 그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결국 YS는 군을 개혁한 것이 아니라 감정을 주고받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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