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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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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게 전쟁 지도 능력이 있는가(24)

이러한 위협과는 아랑곳없이 현 정부는 야당들과 싸우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 남한 사회는 극도의 불신과 분열로 마비돼 있다. 남한 사회가 구심력을 완전히 잃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에게는 최적의 공격조건이다. 우리는 지금 북한의 오판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엄청난 위기다.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할 시기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도발의 길로 치닫기 전에 방향을 틀어 주는 일이다. 북한이 경제적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서 ‘이판사판’의 모험을 하지 않도록 해주는 일인 것이다. 더러는 북한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가능한 방법도 아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다.

북한은 절대로 개방이라는 독약이 묻어 있는 경제적 도움이나 자존심을 상하는 식으로 받는 경제적 도움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남한의 경제 사정도 지금은 매우 어렵다. 우리가 지원해 주는 경제적 도움은 북한에게 충분하지도 않지만 매년 도울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도울 수 있다 해도 매번 받아들일 북한이 아니다.

북한이 나진, 선봉을 중심으로 부분 개방을 시도한다 해도 그 효과는 황폐해진 땅에 아무런 기별도 주지 못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북한으로 하여금 빠른 시간 내에 경제적 비전을 갖게 해줄 수 있을까. 가장 빠른 경제적 약효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군축이다.

그러나 남북한이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더러만 군축을 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유엔 감시하의 상호 군축을, 북한과 국제 사회에 제의해야 한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 없이는 남북한은 전쟁을 향해 치닫고 있는 지금의 긴장 국면을 전환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국면 전환 조치는 한반도 위기에 대한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돼 있는 바로 이 시점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가 통일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북한도 통일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통일이 단지 막연한 욕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누가 거저 준다 해도 경제적. 사회적 부담 때문에 받을까 말까 망설일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통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에게는 통일이 목숨을 건 유일한 생존 수단일 수 있다. 통일에 대한 의지는 남한보다 북한이 더 강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가 통일에 대한 막연한 욕심만 가지고 있는 동안, 어느 날 갑자기 북한에 의해 통일당할 수 도 있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확률이 지금 매우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의 확률이 30퍼센트였다면 금년부터의 확률은 60퍼센트를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현 정부는 한국군마저 스스로 허물어 내리고 있다. 한국군은 지금 싸울 능력과 의지를 상실하고 있다. YS가 때린 감정의 매 때문에 군 전체가 사회적을 매장돼 있다. 이로 인해 초급 장교가 농촌 총각처럼 장가를 가지 못하고 있다. 누가 이런 군대의 장교가 되고 싶어하겠는가. 장교에게는 싸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는 자부심에서 나온다. 그러나 장가도 갈 수 없을 만큼 전락해 있는 그들에게 무슨 자부심이 있겠는가.

북한의 나아갈 길은 우리에게는 매우 위험한 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안보 수단인 군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 시기에 만일 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국민은 지도자 없이 갈팡질팡할 것이고, 군은 지휘자 없이 자체 혼란에 빠질 것이다.

지난해 북한핵 문제와 대북 쌀 지원 문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현 정부에게는 위기관리 능력이 전혀 없다. 평시에도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정부에게 무슨 전쟁 수행 능력이 있겠는가. 일개 장군도 오기를 가지고 싸우면 백전백패한다. 만일 군사를 모르는 대통령이 남의 말도 잘 듣지 않고 즉흥적 소신에 따라 전쟁에 관여한다면 그 전쟁이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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