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

View Articles

Name


	지만원

Subject

북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염려할 때

1999년 9월 느닷없이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이 자극적인 이슈로 부각됐다. 이는 반미정서 형성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만일에 이것이 보상문제로 확대된다면 미 의회가 나서서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피를 흘려가면서 싸워준 대가가 겨우 이거냐"는 식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이는 바로 주한미군철수국민운동본부가 유도하고 있는 전략적 목표이기도 하다.

1950년 7월1일 부산에 도착한 16,000명의 미24사단은 7.22일까지 8,000여명을 잃었다. 부상을 입은 사단장 딘 소장이 한국인의 밀고로 포로가 됐다. 미25사단은 7월 15일 부산항에 상륙하여 작전 6일만에 3천여 명의 손실을 보았다. 미군은 한국전에서 56,000여명의 생명을 잃었고, 11만5천여 명의 부상자를 냈다. 미국은 미군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고 노근리 주민의 목숨만 중요하단 말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미1기병사단과 25시단은 노근리 소재지인 영동지역에서 북한군 주력과 치열한 방
어전을 폈다. 이때 임신부가 소형무전기를 숨기고 들어와 미군 상황을 북한군에 연락해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피난민이 보급차량을 습격하고, 지뢰를 묻고, 심지어는 애기를 업은 엄마가 총격을 가해왔다는 기록도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전우를 잃은 미군은 무자비한 보복을 가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보복은 주월한국군에서도 있었다. 월남에는 전략 촌이 많다. 마을의 지하는 동굴이다. 주민들이 나와 땅속에 아무 것도 없다며 한국군을 속였다. 안심하고 잠시 휴식하는 한국군에 총격이 가해졌다. 지휘관을 포함한 병사들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눈이 뒤집힌 병사들이 그 주민들을 그냥 두겠는가.

이러한 반사적 보복행위는 어느 전쟁터에서나 있을 수 있다. 있을 수 있는 사건을 침소봉대하는 데에는 혹 다른 전략이 숨어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곧 이어 느닷없이 한겨레 21에서 "주월한국군의 월남주민 학살 사건"을 폭로했다. 주월한국군은 짐승에 가까운 집단으로 그려져 있다. 이는 염군정서에 상당히 기여했을 것이다.

주민과 군을 이간시키는 것은 모택동 전술의 기본이다. 1996년 강릉작전을 보자. 잠수함을 발견한 것도 주민이요, 북한군의 움직임을 일일이 제보해준 것도 주민이다. 그물 망으로 잠수정을 잡아준 것도 주민이다. 그래서 민으로부터 불신 받는 군대는 승리할 수 없다. 만일 국민들이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불신하고 기피한다면 그 전쟁은 하나마나다.

지금 주한미군철수국민운동본부가 형성되어 사이버를 통해 반미정서를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또 다른 사이버에서는 1960년대로부터 지금까지의 미.북 간 대결에서 언제나 북한이 이겼다는 사실과 지금도 미국의 멱살을 잡고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신나게(?) 부각돼 있다. 김정일 장군이야말로 민족의 수모를 씻어줄 유일한 지도자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유도돼 있다. 여기에 대통령이 "김정일은 지도자로서의 판단력과 식견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남한에서는 누구든지 김정일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공공연히 할 수 있게 됐다.

1999년 4월초에 대통령이 "주한미군이 평화군으로 바뀌어져야 한다"는 북한측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는 곧 실수라고 정정됐지만 그 여파는 상당했다. 북한은 99년 4월 20일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4자회담에서는 미군 철수 문제가 기본 의제로 돼야 하며 이것을 떠난 4자회담은 필요 없다"고 논평했고, 그후의 4자 회담에서도 "쭈빗쭈빗해 하던 종전의 태도"와는 달리 기세 좋게 주한미군 철수를 들고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의 실수가 의도된 실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 주요 시민단체들이 북한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벌이는 운동이 공교롭게도 집권당에 유리한 결과를 낳고 있다. 집권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일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여당과 시민단체들이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이 보여진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일부 시민단체들을 홍위병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론을 업은 시민단체들이 국회 등을 제치고 여론몰이 식 정치를 하게 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시민단체들에게 언질을 주면 시민단체들이 여론을 만들어 주고 그 여론에 편승하여 국정을 재단한다는 것이다. 이번 4.13 총선에서 제2당이 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하고 있는 집권당이 정국주도를 위해 마지막 대안으로 꼽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민중주위 즉 포퓰이즘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시민단체들의 대부분이 북한을 돕는 운동과, 보안법 철폐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엄청난 세력이라는 데 있다.

여당은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을 국유화했다. 금융기관의 돈을 쓰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을 은근히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여당이 심어놓은 소수의 간부들이 정부, 은행, 기업, 심지어는 언론사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복지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소수가 버는 돈을 다수에게 배급해주고 있다.

일은 기피하고 배급만 쳐다보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경쟁력보다는 정부 지원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은행들의 경영능력이 바닥나서 또 다른 공적자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배급주의 사회의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다. 사회가 민주화되는 게 아니라 배급사회, 통제사회, 사회주의 사회가 돼 가는 느낌이 든다.

2000년 2월4일, DJ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연거푸 강조했고, 이는 전경련에 의해 호통으로 받아들여졌다. 전경련은 회원기업들의 세 전 이익금의 1%를 적립하여 빈민지원기금을 마련한다고 한다. 이는 잘사는 사람들의 돈을 못사는 사람에게 나눠주라는 사회주의적 발상인 것으로 비판받고 있기도 하지만 초법적 강제행위로 비쳐지고 있다. 마치 남한이 북한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경제가 몰락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망가지는 경제를 가지고도 북한에 도로, 항만, 발전소를 건설해주고, 경원선을 복구해 준다고 한다. 국민에게는 통일이 거의 다 이뤄진 것처럼 띄워놓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마비시킨 후 혹시 인민군이 그 기차를 타고 아주 자연스럽게 넘어오는 것은 아닐까?

최근 북한군 동향이 심상치 않다. 슈워츠 주한 미 사령관이 2000년 3월 8일 미 의회 군사위원회에서 "북한이 지난 1년간 군사력 강화에 들인 노력은 그 이전 5년간의 노력보다 더 많다"고 증언했다. 험악한 차령산맥을 넘는 대규모 탱크 훈련도 실시됐다. 산맥을 넘는 수 백대의 탱크는 거의 새 장비처럼 고장이 없었다 한다. 미군만 나가면 남한은 3일 전쟁 감이라고 북한은 믿고 있다. 저자도 같은 생각이다.

북한은 군사력만 증강시킨 것이 아니라 남한을 흡수하기 위한 정치력도 증강시키고 있다. 주한미군철수를 위한 조직적인 엔진이 가동되고 있다. 북한 주도에 의한 통일의 필연성과 역사적 당위성이 매우 설득력 있게 확산되고 있다. 소위 북한 승리론이다. 친북 주의자들이 통일에 대비해 저마다 북한에 공을 쌓아두려는 듯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음지에서 활동하던 간첩들이 햇볕정책의 보호를 받으면서 양지로 나와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사회 전체가 의식 또는 무의식중에 북한 전략에 호응 화답하며 북한 주도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데 있다. 지금 우리 안보는 "보이지 않는 북한의 손"에 의해 조직적으로 파괴돼 가고 있는 것 같아 음산한 기운 마저 느낀다.

2000. 5. 21 재검토


Prev	북한 승리론의 허실	지만원


Next	북한 승리론	지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