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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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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승리론의 허실

북한에 핵무기는 존재하는가? 1994년 북한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던 미국이 카터 방북을 계기로 갑자기 북한에 끌려다니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한국군은 얼마나 버틸까? 전쟁이 나면 미국은 어떠한 입장을 취할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한호석 미주통일학연구소장의 견해와 논리는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반면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남한 군사력을 과대 평가하고 싶어한다. 북한에게 핵무기가 없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는 나머지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 우익 또는 보수진영에 서있는 사람들은 좌익의 논리에 논리적으로 맞서려 하지 않고 논리 자체를 평가절하하고 이들을 이단시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자세가 통하지 않는다. 그들의 논리와 구호보다 더 훌륭한 것들을 개발하지 않는 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그들의 조직화된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바꾸게 될 위험이 있다. 남한 사회에서 역시 햇볕정책이 드리워 주는 안전한 우산 아래 친북 세력들이 색깔을 들어내지 않고 서서히 안보의식을 파괴할 것 같다.

인터넷을 점령해버리고 있는 친북 세력의 쇠뇌 공작과, 남한 사회에서 버젓이 벌이고 있는 대북한 애정 표시 활동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남한의 안보의식은 대책 없이 무너질 수 있다. 최근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 필자는 통일에 대한 기대는커녕 통일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부터 앞선다.

우리는 북한을 경제력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틈을 보지만 통일을 위한 준비는 오히려 북한이 더 많이 그리고 구체적으로 해온 것 같다. 우리는 통일하려 생각 말고 통일 당할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고 본다. 통일 당하지 않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은 통일의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핵 문제, 군사력 문제, 대남 통일 전략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려 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방향으로만 대충 밀어놓고 있다. 바로 이러한 안이한 자세 때문에 지금 우리의 안보는 위험수위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군사장비가 폐기 직전의 노후장비라고 치부해 버리면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편할까. 북한에 핵무기가 없다고 치부해버리면 우리는 얼마나 편할까?

우리가 이렇게 안이하게 퍼져있는 사이에 북한은 어느덧 매우 가까이 다가 와서 우리의 소유권을 넘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북한은 주한미군만 없으면 한국을 단 3일 이내에 정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필자의 훈련된 직관으로도 그들의 3일 전쟁 시나리오에 상당한 현실적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필자는 1995년에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라는 책을 펴냈다. 거기에 필자는 북한이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결론과 그 이유에 대해 기술했다. 그 요지는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북한의 방위산업 능력은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매우 높다.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25여 년에 걸쳐 핵무기를 제조하지 못했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재래식 첨단무기는 전자무기다. 전자무기는 금값보다 비싸다. 한국은 매년 50억 달러 어치의 신무기를 사재지만 북한에는 단 한대의 전투기를 살 수 있는 경화가 없다. 물론 지금은 현대를 통해 들어간 돈 등으로 50대의 미그기를 카자흐스탄으로부터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는 단지 최근 1년간의 상황일 뿐이다. 이러한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북한은 재래식 경쟁에서 발가벗게 된다. 북한은 군사안보의 나라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핵무기 하나만 가지면 남한이 해마다 50억 달러가 아니라 500억 달러 어치의 무기를 사재도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는 수 천 억 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그런 엄청난 가치를 갖는 핵무기를 단돈 50억 달러 어치의 경수로와 맞바꾼다면 김정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바보다. 그러나 김정일은 매우 영리한 사람이다.

북한의 핵은 과거 핵과 미래 핵으로 구분된다. 과거 핵은 남한을 향해 쓰일 무기이고, 미래 핵은 수출용이다. 미국은 이런 과거 핵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결국 미련한 한국은 미국의 문제인 미래 핵을 제거하기 위해 경수로 건설비를 부담한 것이다. 과거 핵을 꿍처 두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은 절대로 미래 핵을 팔지 않는다.

1994년 카터가 김일성을 만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가 없을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을 얕보고 북한을 공격하려 했고, 북한 같은 테러 집단과는 협상테이블에 마주 않는 것조차 꺼려왔다. 그러나 미국의 그런 콧대 높은 자세는 카터 방문을 계기로 180도 돌변했다. 왜였을까?

이 핵무기를 갖기 전까지는 북한을 발로 차고 협박하며 핵무기 개발을 못하도록 겁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카터의 방북 이후부터 미국의 자세는 꼬리 내린 강아지였다. 김일성은 커터에게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증거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김일성이 카터에게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세계에 공표 하겠다고 얼렀다면 미국의 입장은 어떻게 됐을 것인가? NPT 체제가 붕괴되고 남한은 물론 일본도 핵무기 개발을 선포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게 있어 이는 최악의 악몽이다. 미국은 북한에게 오히려 부탁해야 할 입장에 있었을 것이다.

"제발 과거 핵 보유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해 달라"는 부탁인 것이다. 과거 핵에 관한 한 미국과 북한은 한 배를 탄 것이다. 이는 미국의 약점이 됐을 것이다. 북한에게 약점을 잡히게 된 미국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북한에게 멱살을 잡혀 질질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취지의 글이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라는 책의 71쪽-100쪽에 걸쳐 분석돼 있다.

이번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과 김명철 씨의 글은 결코 허황 되게 쓰여진 글이 아니라 오히려 짜임새 있게 전개된 매우 논리적인 글이다. 그래서 설득력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내용도 논리적으로 전개돼 있지만 그보다 더 핵심적인 내용은 한국군의 취약점과 이를 이용하기 위한 북한 전략의 우세함이 잘 대조돼 있다.

군사력은 이미 준 러시아 급으로 급 부상해 있다. 북한에서 이러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동안 한국군은 매우 안이하게 낮잠을 잤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북한의 대남 전략의 구도가 눈에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2000. 5. 21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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