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

View Articles

Name


	지만원

Subject

북한 승리론

www.onekorea.org으로 들어가 보면 "미주 통일학 연구소"가 북한 주도에 의한 통일의 당위성과 필연성에 대한 논리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간의 투쟁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삼국시대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그들의 시각에 맞추어 매우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그 글들을 읽어 내려가면 웬만한 사람들은 김정일을 민족의 유일한 지도자라고 가히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은 군사. 정치적으로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춰놓고 있기 때문에 연방제 통일이 곧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결론을, 역사적 당위성을 곁들여 가면서 상당히 실감 있고 설득력 있게 전개해 놓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유도탄을 이미 확보해 가지고 있으면서 미국을 협박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꼼짝도 못하고 이끌려 가고 있으며, 머지 않아 미국은 북한의 통일 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한 민중이 원하던 않던 간에 남한은 북한에 의해 통일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아주 그럴 듯 하게 전개하고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그 논리에서 하자를 찾아내기 매우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쓰여져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이 글은 방대한 자료와 현대적인 감각으로 쓰여진 매우 논리적인 글이라 웬만하면 반론을 제기하기가 꽤 까다롭다.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 무기는 미국의 영향력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지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전국이 요새화 돼 있어서 미국의 핵무기 공격에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재래식 무기는 물론 전략과 전술 그리고 정신력 측면에서 북조선 군사력은 남한에 비해 월등히 우세하다".

그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발생했던 북조선과 미국과의 충돌 사례를 집대성하고 그 사례들을 통해 미국이 언제나 북한에 꼼짝없이 당해왔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정일만이 조국을 통일할 수 있는 능력과 기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매우 설득력 있어 보이게 전개하고 있다. 나타난 사실들만 보면 북한에 관한 한 미국은 종이호랑이였다는 믿음이 가는 대목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논리에는 상당한 설득력이 배어 있었다.

같은 홈페이지에 실려져 있는 또 다른 하나의 글은 재일동포 군사.외교 평론가인 김명철 선생 대담록으로 "조.미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말한다"라는 제 하의 글이다. 이들은 다 같이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이 남한보다 우세하다는 점을 낱낱이 적시했다. 남한 전투력의 취약점들이 부각돼 있고, 정신적인 취약점과 전략 전술적인 약점들이 설득력 있게 지적돼 있다.

북한은 미국에까지 핵무기를 날릴 수 있는 장거리 유도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사실과 논리를 들어가면서 매우 정교하고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키면 남조선과 일본이 파괴되고 미국도 막대한 피해를 보게 돼 있다. 그 사실을 미국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고 있다. 그래서 제네바 핵합의는 이행될 수밖에 없다.

북조선은 미국과 맞설 수 있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정치협상을 하여 승리로 이끌 것이다. 남조선 사람들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연방제 통일을 이룰 수 있다" 등의 결론들이 자연스럽게 유도되고 있다. 김명철씨는 자신이 밝힌 바에 의하면 국제적으로 대면의 폭이 넓은 인물인 것 같다. 대담록의 일부를 그대로 인용해 본다.

"5천년 민족사의 관점에서 볼 때, 조선반도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외래세력은 미국입니다. 조선민족의 원한은 마지막 외래세력인 미국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조선민족의 원한을 풀어줄 사람은 김정일 총비서입니다. 그는 조선반도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외래세력인 미국과 직접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외래세력을 조선반도에서 몰아낼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맞붙어 싸운 해전에서 승리했으나 온 국토는 왜놈에게 짓밟혔습니다. 을지문덕 장군은 수나라 백만대군과 싸워서 물리쳤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총비서는 미국과 싸울 준비를 해놓았으면서도, 결국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겁니다. 미국과 전쟁을 하지 않고서도 제압한다는 겁니다. 북조선은 미국과 맞설 수 있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하여 미국을 정치협상에 끌어내고, 그 협상을 승리로 이끌어갈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남조선은 미국에게서 군 통수권을 돌려 받고, 자주권을 세울 수 있게 됩니다. 남조선의 국가보안법이 철폐되고 참된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이 일일천추로 갈망해오는 조국통일입니다. 남조선 동포들이 북조선의 통일전략을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에 상관없이, 남조선이 사회주의를 받아들이느냐 배척하느냐에 상관없이 북조선은 미국과 전쟁을 하지 않고서도 미국을 제압하고 조선을 통일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해외동포들도 조선민족으로서 무한한 긍지로 여기면서 기를 펴고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 두 사람들의 글 특히 한호석 연구소장의 글을 읽고 있으면 "아! 정말 북한이 남한을 통일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지금 남한 사회에서 돌아가는 상황까지를 연결하면 마음은 마치 납덩이 같이 무거워 진다. 북한에는 주인이 있는 데 남한에는 주인이 없어 보인다. 햇볕정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남한의 사회 정세가 마치 북한에 의한 통일 필연론에 화답해 가고 있는 것 같이도 느껴진다.

이들에 대한 대응 논리는 국방부의 홈페이지인 www.mnd.go.kr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군은 "군비통제의 이해와 남북 군비통제 방향", "유엔사의 위상과 존속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있지만 위의 글들에 대한 적수는 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우리가 늘 들어오던 단편적인 주장들만 나열돼 있고, 새로운 것들이 별로 없다. 대응을 위한 논리라기보다는 원칙들만 나열돼 있어 이들 새로운 세력들의 공격적인 논리들을 반박하기엔 역부족이다.

"남북한 군사력은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 한다". "선 신뢰구축 후 군축이 군비통제의 기본원칙이다". "아직도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남한보다 우세하다". "섣불리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상대다. 믿을 수 없는 상대와의 군축은 실패한다"는 식의 다소 진부한 내용들이 나열돼 있을 뿐이다.

주한미군 존속의 필요성에 대한 국방부의 해명은 세 가지로 집약돼 있다. 1) 침략의 위험이 상존 하고 있다 2) 주한미군 철수는 평화체제 구축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때에만 거론할 수 있다. 3) 주한미군은 통일 이후에도 주둔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들은 정부가 정한 원칙들일 뿐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납득시킬 만한 논리로는 전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 새로운 세력들이 전개하는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전혀 반대 논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새로운 세력들은 민족의 자긍심을 내걸고, 우리 민족을 멸시해오고 있는 미국에 대한 한을 풀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남한 정권을 미국의 앞잡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에 반해 김정일은 미국의 멱살을 쥐고 이리저리 끌고 다닐 만큼 배짱 있고 영웅적인 민족의 지도자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구체적 사례와 현실을 인용하면서, 줄줄이 엮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던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과 현실적 사실들이 그들의 시각으로 매우 설득력 있게 해석되고 있다.

"맞아, 지금 세상 돌아가는 꼴 보면 그럴 가능성도 꽤 있어", "북한이 우리를 통일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잘사는 놈들이나 혼나고 우리 같은 민초야 어느 세상이 판을 잡든 매 한가지 아냐?" "북한이 우리를 통일하게 되면 지금부터 북한에 잘못 보이는 행동을 삼가고 말 한마디라도 공을 쌓아 두어야겠네?", "지금 북한에 동조하는 사람들, 북한을 도와주자는 사람들, 다 북한에 공 쌓으려는 사람들 아냐?", "잘사는 놈들은 미국으로 도망가겠지, 앉아서 당하겠어?": 이상은 필자가 위의 충격적인 글들을 읽고 북한이 남한을 통일시킬지도 모른다는 그들의 주장을 몇몇 중산층들에게 들려줬을 때 그들로부터 나온 반응들이다.

전방에 땅굴이 20개 이상 존재한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정보로 알려져 있다. 단지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10년 이상 몇몇 민간인들이 사재를 털어 넣고 빚까지 얻어가면서 발견해낸 것이 연천에서 찾아낸 굴이다. 그 굴을 땅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간의 정황들과 사진으로 보아 땅굴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것이 땅굴로 판명 나든 일반 동굴로 판명 나든 그것은 두 째 문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들 민간인들의 노력이 이 나라 안보의식의 귀감으로 칭송돼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금 미친 사람들 쯤으로 취급되고, 남의 잔치에 나타난 불청객으로 취급되면서 당국으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보다도 군과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 굴이 무슨 굴인지를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정부의 안보관을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규명해보려 하지는 않고 먼저 땅굴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는 것이다.

일 국의 군주(?)가 "땅굴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고 있는 판에 그 누가 그 굴이 땅굴일지도 모른다며 목을 걸고 규명하려 들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민족주의를 가장한 친북 세력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게 아닐까? 아마도 한국 안보의 가장 위험한 요소가 바로 이 사례에 응축돼 있는 것 같아 이 사회의 진로에 대해 음산한 기운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2000. 5. 21 재검토


Prev	북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염려할 때	지만원


Next	미국 문제에 돈을 댄 졸부 같은 전주	지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