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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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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짜는 정부

"부당한 범칙금 못내" 반발 확산

“부당한 범칙금은 물 수 없다!”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새남터길에 있는 고가도로가 끝나는 지점. 한강대교 북단과 이어지는 이 곳에는 ‘교통 범칙금을 낼 수 없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무려 18개나 걸려 있다.

교통신호 상으로는 이곳에서 용산역 쪽으로 좌회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지난 30여년동안 인근 아파트에 사는 이촌2동 주민들은 관행적으로 좌회전을 해왔고, 심지어 경찰순찰차나 관용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교통위반신고보상금제도가 시행된 뒤 이곳은 전문 신고자(일명 파파라치)들의 신호위반 차량 단골 촬영장소가 됐다. 지난 4월28일부터 5월12일까지 보름동안 좌회전을 하다 ‘중앙선 침범’으로 신고된 교통위반 건수만 1만건에서 4건 모자라는 9996건. 범칙금만 6억원에 달한다.

이곳에 사는 5,000여명 주민들은 이달초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청와대 등에 제출할 탄원서 서명운동에 들어가는 등 조직적인 범칙금 납부 거부 운동에 들어갔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교통신호 위반 차량을 단속하게 함으로써 교통문화를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3월 도입된 ‘교통위반 신고보상금’제가 집단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관행적으로 이뤄져온 도로 이용 현실을 무시하거나, 잘못된 교통신호체계와 교통표지 등으로 인한 위반 사항들까지 모두 파파라치의 사냥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경마장 앞 3거리도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대표적인 장소다. 실제 유턴(U-turn)이 허용되는 구간과 노면의 유턴 허용 표시 지점이 떨어져 있어 차선 상의 유턴 표시를 그대로 따라 돌면 중앙선 침범으로 걸릴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대도시 주변 고속도로 상의 인터체인지 부근도 민원이 많은 곳이다. 지난 3월까지 인천 서해안고속도로 남동IC의 경우 남동 공단으로 빠져나가는 차량들에 한해 사실상 ‘갓길통행’이 허용돼 왔었다.하지만 신고보상금제 시행 후 한달 만에 갓길 통행을 하던 차량 1만5000여대가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걸려들었다.

이처럼 민원이 많아지자 ‘사진 촬영 신고 포상금 제도를 반대하는 시민의 모임’(www.antiphoto.com)까지 등장했다. 한 관계자는 “물론 위법차량에 대한 국민들의 신고정신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교통표지판 등으로 인한 시민의 피해도 막아야된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을 주도한 ‘열린사회시민연합’ 송파시민회의 이원영 회장(33)은 “지난 5월말 전문신고자들이 촬영한 사진만 93만건에 이르며, 이 중 보상금으로 지출된 28억여원을 빼면 600억원 정도가 경찰 수익으로 들어갔다”면서 “내달부터 전국차원에서 범칙금 납부고지서 반납운동 등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식기자 finder@chosun.com)
(이길성기자 atticus@chosun.com)

2001.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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